[신의수 박사의 직업이야기35] 일과 여가의 조화(3)
[신의수 박사의 직업이야기35] 일과 여가의 조화(3)
  • 편집국
  • 승인 2020.02.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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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여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직업학박사 신의수
직업학박사 신의수

현대 레져의 아버지라 불리는 듀마즈디에(Dumazedier)는 ‘여가는 일상생활이나 근로생활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소모를 회복시켜 노동 재생산을 위한 촉매, 촉진요소로서 작용하게 되며, 여가로 인해 일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삶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세련된 의식과 태도를 나타내게 해주며, 새로운 활력의 충전과 새로운 경험의 축적, 그리고 충만한 인생의 기쁨과 행복을 기대하게 해 준다’고 하였다. 

또한 ‘관습과 규율, 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여가형태를 선택함으로써 자기발전, 자아실현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여가에 대한 중장년들의 인식은 아직까지 일은 생산적인 반면에, 여가는 비생산적인 것으로 여기어 비생산적인 여가생활을 하는 것에 죄의식과 수치심을 느끼며, 그 결과 정체감 또는 삶의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또한 여가는 휴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여가의 의미를 매우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일과 여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일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오락과 여가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던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되어 일이 수단이고, 여가는 목적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져 가고 있다. 
                                         
우리는 일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여가가 중심인 사회에 살고 있다. 논다는 것, 쉰다는 것, 그리고 재미라는 것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고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행복추구와 여가의 필요성은 우리가 공부하는 다양한 과목들이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제도는 물론 가족이나 개인적인 삶조차 행복을 추구하는 공통된 목표아래 있다.  행복은 우리 모두의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목표 가치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사실은 개인과 사회의 행복추구라는 목표 아래 놓여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다양한 개인행동이나 문화 중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현상이 곧 여가이다. 건강이나 돈, 제도, 대인관계 기술 등등은 여가행동의 직접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행복을 위해 개인적인 수준에서 여가 기회를 얻고자 하는 개인적인 노력의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그야말로 21세기는 여가문화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미래 사회를 여가문화의 시대라고 부른다. 일을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래서 인간의 본성이 뒤틀릴 수도 있는 조건이라면, 여가 현상은 그것이 의미 하는 바 자유의지에 의해 유발된 것임을 가정할 때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본성을 내포하고 있다.

OECD에서 발표한 2016년 한국의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1,763시간으로 306시간 차이가 난다. 법정 노동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보다 38일 이상 더 일한 셈이다. 

이런 시점에서 2018년부터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워라밸이다. 워라벨이란 ‘work-life balance’를 줄여 이르는 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말이다. 일, 사회노동, 가사노동과 같은 사회생활과 휴식, 놀이 등 여가생활, 그리고 식사, 배설 등과 같은 기초생활의 균형이라 할 수 있겠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등장한 신조어이다. 여기서 균형(均衡, balance)이란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상태를 말하는데 일과 삶의 계량적 개념에서의 상태를 의미함으로써 질적 상태를 포함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일과 삶의 조화란 의미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조화(調和, harmony)란  어긋나거나 부딪침이 없이 서로 고르게 잘 어울린다는 뜻으로 일과 삶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가치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뉴욕시의 맨하탄에 있는 야채. 과일가게의 90%가 한국인들의 소유가 되었다고 하였다. 한국인들이 야채가게를 하기 전에는 이들 가게가 거의 유대인 소유였는데 뉴욕에서 야채. 과일가게를 하여 성공하려면 자정 경에 야채. 과일 집산 도매상에서 사가지고 와서 새벽 4시나 5시경까지 야채나 과일을 다듬어 가게에 내어 놓아야 신선도 유지경쟁에서 다른 가게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이와 같은 부지런함을 보여 주다가 결국 한국인들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유대인들보다 한국인이 더 부지런함을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고 일을 통해 행복에 가까워지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지향과 가치를 명확히 읽어내지 못하면 그 어떠한 정책과 지원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미래는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정당하게 일하고, 돈을 버는 행위는 고귀한 것이고 목적한 바를 해 내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은 귀한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는 일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에 무척 인색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단순노동은 평가절하 되곤 한다. 단순노동뿐만 아니라, 지식노동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자신의 일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에 있지는 않은지 걱정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창피하게 여기거나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창피한 것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일을 하려고 하는 의지가 약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일과 여가의 관계는 연장(extention), 대립(opposition), 상호중립(neutrality)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연장의 입장은 일과 여가는 유사한 구조 및 행동목적으로 성립, 양자의 구별을 하지 않으며 의식상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는 견해이다. 이에 해당하는 직업들은 전문직이 다수이다. 이 사람들은 일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상호대립적 관계를 주장하는 입장은 일과 여가의 불일치성과 양자 사이의 명확한 경계선을 강조하며 양자를 이질적인 대립관계로 보는 견해이다. 이에 해당하는 직업들은 육체적 노동을 하는 사람들로서 힘든 노동의 여가로써 치유하고 회복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이 사람들은 노동을 지루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상호 중립적 입장의 사람들은 위의 두 입장과는 달리 영역 간 구분이 존재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주장하고 있으며, 일과 여가를 어느 정도 독립된 자기 충족된 병립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려는 견해이다. 이 관점은 노동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입장 어느 쪽에도 찬성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노동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도시화와 공업화에 따라 여가는 차츰 소비적인 유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것의 기능으로 정신적인 풍요인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창조적이며 문화적인 활동으로 자기계발과 개인 양식적 활동으로 그 뜻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단순히 쉬는 시간, 혹은 일을 하지 않는 여가에서 이렇게 변화함에 따라 여가를 통하여 노동이나 조직으로부터 스트레스나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주장들은 여가를 일의 보상적 욕구의 형태로 파악하려는 입장인데 이는 여가를 일로부터 소외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일의 질이 여가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측면을 무시하는 것이다. 

여가는 일로부터의 단순 도피적 기능이 아닌 인간적인 자존을 회복하는 기능으로 인식하여 단지 일의 보상적 욕구의 형태가 아닌 사회적 필요체계의 일부로 인식해야한다. 그리고 여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순기능을 펼칠 수 있는 여가문화의 확립이 필요하다.

일과 여가의 가치는 어느 한 가지 만을 강조하거나 한 쪽으로 치우칠 때 그 의미가 퇴색된다. 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여가의 가치도 느끼는 것이다. 여가의 의미를 모르고 공부에만 열중하거나 일에 파 뭍혀 생활한다면 자기실현도, 행복도 멀어질 것이다. 

일없는 여가란 것이 얼마나 힘들고 가치 없는 것인지는 퇴직하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퇴직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더 이상 휴식이 아니며 일과 공부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일과 여가의 5:5의 정량적 균형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가치기준에 따라 6:4 또는 7:3이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일과 여가의 조화는 진로발달과정에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현대사회나 미래사회에서 여가의 개념은 그냥 쉰다거나 노는 개념에서 또 다른 가치의 창출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적 가치 일 수도 있고, 자신을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가를 보다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가산업도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직업에 몰두하여 일을 하고 여가를 가치 있게 보냄으로써 상호 순환적 통합을 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듯이 일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여가의 가치를 느낄 수 있고 여가를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일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신의수(jbcom0501@hanmail.net)
- (주)제이비컴 대표이사 (현) 
-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박사 
- 직업상담 NCS개발위원, 학습모듈 검토위원
- 직업상담사2급 과정평가형 자격증 개발위원
- NCS컨설턴트
- (사)직업상담협회 이사 및 공동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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