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소매업 대재앙(Retail Apocalypse), 시어스와 월마트의 서로 다른 대응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소매업 대재앙(Retail Apocalypse), 시어스와 월마트의 서로 다른 대응
  • 편집국
  • 승인 2020.02.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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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빅2’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소매업 대재앙(retail apocalypse)'의 신호탄
●온라인 커머스 기업은 주문과 배송의 변신과 혁신에 힘입어 대형유통기업을 압박
●‘시어스가 할인업계의 군주’라는 자기최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 시어스의 패착
●월마트의 주가상승은 물류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아마존에 대항한 결과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롯데쇼핑은 현재 운영중인 백화점 31개, 아웃렛 20개, 마트 124개, 슈퍼 412개, 롭스 131개 등 718개 점포 중 30%에 해당하는 200여 곳 폐점한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11년 1조7000억원이던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작년 4279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1조 16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영업적자는 온라인 공세, 경기부진과 코로나19 외에, 그룹의 악재인 사드(THAAD), 한일관계 악화등이 원인으로 볼 수있다. 

이마트는 작년 말 잡화점 '삐에로쇼핑'의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헬스케어&·뷰티 전문점인 '부츠'도 33개 점포 중 절반이 넘는 18개를 닫기로 한 상황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507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67.4% 줄어든 수치로, 사상 최고였던 2013년 735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작년 2분기는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냈다. 

유통업계 ‘빅2’의 대규모 매장 폐쇄라는 고강도 구조조정은 선진 유통업계가 경고하는 '소매업 대재앙(retail apocalypse)'이 국내에서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되면서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다른 유통기업들도 속도나 정도의 차이이지,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유통기업은 주문과 배송의 변신과 혁신에 힘입어 대형유통기업을 압박
롯데와 신세계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유통업계는 쿠팡과 위메프, 마켓컬리 등 온라인커머스 기업들이 소매유통 영역을 파고들면서 이들의 입지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형 유통기업들은 오랫동안 오프라인 시장에 머물렀다. 뒤늦게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에 눈을 돌려 뛰어들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들이 주문(Click)과 배송(Collection)서비스를 혁신하지 못하고 기존의 타성에 젖어있는 사이 쿠팡과 마켓컬리, 위메프 같은 온라인 커머스기업들은 주문과 배송의 변신과 혁신에 힘입어 대형유통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시어스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들도 온라인 유통기업들이 소매유통을 파고 들 때 성을 쌓고 그 성안에 안주했다. 그 결과 카슨스(Carson’s) 백화점이 ‘18년 4월 164년 역사를 마감했다. 126년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던 시어스(Sears)도 ‘18년 11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올해 1월에만, 백화점 메이시스(Macy’s Inc), 패션소매업 체인 ‘익스프레스(Express Inc)’, 생활용품 업체인 베드 베스앤 비욘드(Bed Bath & Beyond Inc)가 매장 숫자 축소를 발표했다. 

미국 소매기업의 매장철수는 경기불황에만 있지는 않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소매 판매는 전년대비 3.6% 증가했다. ‘18년 소매판매가 전년대비 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등을 통한 온라인 쇼핑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높은 의류·신발업계 매장의 폐업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20세기 아마존'이라 불리던 시어스의 몰락을 가지고 온 패착
시어스는 1886년 리처드 시어스가 우편으로 시계를 판매한 것을 시작했다. 1892년 본격적인 배송사업에 나서며 유통기업으로 거듭났다. 시어스백화점과 대형마트 ‘K마트’를 보유하며 한때 미국 최대 유통업체로 군림하던 시어스는 2011년부터 7년 연속 순손실을 내면서 설립 126년 만에 퇴출 절차를 밟고 있다. 

FORTUNE 500 COMPANY STORY(Geoff Colvin)와 한국경제신문” “'20세기 아마존’ 시어스 끝내 파산 신청 그들의 세 가지 패착”(한국경제신문 ,설지연)에서 지적한 시어스의 몰락을 가지고 온 패착은 우리 유통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번째 패착은 시어스는 거대한 관료 조직으로 변하면서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보다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만 몰두했다. 시어스를 연구한 사람들은 “회사는 ‘경제가 문제다. 또한 미국에는 매장이 너무 많다. 게다가 이익률은 업계 전반에 걸쳐 줄어들고 있다. 인구는 늙어가고 있다. 결론은 우리만 빼고 모두가 문제’라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짐 콜린스 (Jim Collins)는 “몰락의 다음 단계에서, 기업 경영진은 보통 잘못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고 설명한다. “성공은 성장을 만들고, 성장은 관료주의를 낳고, 관료주의는 원칙을 무너뜨린다.” 시어스는 그 덩치만큼이나 문제도 컸다. 실제로 직원용 매뉴얼이 2만 9,000페이지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시어스가 할인업계의 군주’라는 자기최면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두번째, 시어스는 온라인으로 소비 중심이 바뀌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도태됐다. 
시어스는 1925년 첫 매장을 열기 전까지, 수십 년간 카탈로그만으로 사업을 벌이던 소매업체였다. 카탈로그 사업부 매출은 1980년대 연간 4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93년 사업부를 해체했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고객정보 데이터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97년 온라인 사이트를 열었을 때, 기본적인 많은 요소들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했다. 시어스닷컴은 메이시스나 타깃보다 몇 년이나 빨리, 온라인 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사이트는 훌륭한 검색 기능을 자랑했고,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옷을 입어 볼 수 있도록 ‘가상 모델’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까지 회사의 상품 분류는 너무나 형편이 없어서, 온라인에서 아무리 뛰어나도 신규 고객을 유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욱이 많은 매장들을 폐점한 탓에, 시어스는 소매업체들의 온ㆍ오프라인(bricks and clicks) 병용전략을 지탱하는 ‘존재감’을 잃었다. 

이후 시어스는 온라인 보다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가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 

세번째 패착은 ‘딴눈’을 판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시어스 경영진은 자신들의 주축인 소매업이 40년 전에 이미 성장을 멈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에 투자했다. 

시어스는 ‘70년대 저출산 고령화라는 미국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금융 서비스사업에 진출했다. 고령화에 따라 소비가 줄고 저축이 늘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사업은 부진했고 ‘80년대 인수한 다수의 증권회사와 직접 설립한 생명보험사들은 ‘90년대 모두 매각 처리됐다.

◆월마트는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아마존에 대항하며 실적을 내고 있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아마존 공습으로 존폐 위기까지 갔었다. 소비의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매출과 주가 모두 급격히 하락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대응해 안정을 찾았다. 

미국 월마트 매출은 ‘16년 338.7조원, ‘17년 350.4조원 ‘18년 364.9조원을 기록했다. 이중 온라인 매출은 ‘16년 16.9조원 ‘17년 20.7조원 ‘18년 29조원으로 매년 늘었다. 영업이익도 ‘18년 19.1조, 2.3% 증가로 돌아섰다. 작년 초 90달러 선이던 주가도 2월14일 현재 118달러로 31% 이상 올랐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클릭 앤 콜렉트'(Click & Collect) 전략으로 승부를 봤다. 클릭 앤 콜렉트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주문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구입한 제품을 가져가는 BOPIS(Buy Online, Pick-up in-Store.) 서비스다.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주문한 제품만 가져가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을 채택했다. 고객이 픽업포인트에 차를 대고 앱으로 신호를 보내면, 직원은 고객의 온라인 주문식품을 바로 차에 실어준다.

월마트는 ‘15년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18년 말, 미국 내 매장 4,600여개 중 2,100여개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는 월마트가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온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omni channel)의 성공을 의미한다. 이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배송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온라인 장점도 누리면서 고객 유인효과도 있다. 

◆월마트의 온라인 유통에 대응하는 변혁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월마트의 정보통신기술(ICT)의 적극 도입과 활용은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기업만큼 빨랐다. 월마트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도입함에 따라, 아마존의 에코(Echo)와 손잡고 음성 인식 장치를 통한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홀푸드(Whole Foods)와 이 부문에서도 경쟁하게 됐다.

이 서비스는 매장 픽업(2100개 매장)과 배달 서비스(800개 매장)를 제공하는 매장에서만 가능하다. 월마트 쇼핑객의 약 13%가 차도까지의 배송(curbside pickup)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는 휴스턴에서 자율주행차 무인 배송 시범 서비스도 시작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로(Nuro)’의 R2와 토요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프리우스 차량을 이용했다. 올해 일반 소비자로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월마트는 우버(Uber), 리프트(Lyft)와 협업한 새로운 온라인 배송 서비스도 내놓았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면 우버나 리프트의 운전기사가 집까지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아마존 프레시'나 '구글 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업체들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 확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와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시범 실시되었다

월마트는 온라인 시장 점유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IT 플랫폼을 구축했다. 웹사이트의 운영 체계부터 결제 방식과 거래 데이터 분석 등 전면적인 IT 개혁을 펼쳤다. 이를 통해 월마트는 상품 포장과 물류 배송 자료 분석으로 배송 비용을 3분의1로 낮추는 박스 포장 크기를 산출해 내기도 했다. 

매장과 온라인 판매의 비교·분석으로 배송에 최적한 물류 창고를 파악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아마존처럼 대형 창고에 상품을 모아놨지만, 지금은 배송지와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곧바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따른다.

월마트는 최근 '월마트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출시했다. QR코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의 앱에 딸린 카메라로 계산대의 코드를 스캔하면 끝이다. 이러한 모바일 결제 방식은 온라인와 오프라인 매장 구매를 연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월마트가 개발 중인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은 초당 30장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품의 보관위치 확인과 상품의 재고 수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이 한 달 걸릴 작업을 드론은 단 하루에 마칠 수 있어 획기적인 저비용, 고효율 물류 관리 방식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 리모델링과 자동화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1일 무료 배송 서비스 등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전략을 구사했다.

월마트의 닐 애쉬 전자상거래 부문 회장은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월마트는 기존의 5200개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 유통과 공급망을 늘려 물적 자산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영업망을 확대해 보다 많은 상품을 공급, 온라인 시장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디지털과 아날로그, 양 쪽을 모두 노리는 월마트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업들에게 더 이상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이다.
시어스와 메이시스는 왜 후발주자인 아마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을까? 4차산업혁명시대의 기업은 핵심영역을 ‘파괴’하고 White Space를 ‘선점’함으로써 새롭게 탄생한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그들 또한 ‘화이트 스페이스’를 공략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돈을 벌어다 주는 ‘핵심 비즈니스’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새로운 시장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입으로는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경계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 결과이다.

유통에서의 변화는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 마윈회장은 이미 ‘16년 10월 알리원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머지 않아 전자상거래란 말이 사라질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즉. 온라인 만으로 존재하는 커머스는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고, 온라인 커머스와 오프라인 커머스, 물류가 연결을 넘어 하나로 ‘합체’된 ‘신유통’이 New Normal이 될 것이라 말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는 오프라인 만으로 존재하는 커머스도, 온라인 만으로 존재하는 커머스도,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커머스도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아마존, 알리바바로 대표하는 플랫폼사업자는 온라인유통에서 오프라인 유통으로, 다시 물류, 제조, 금융, 생활서비스 등 우리생활 전반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로 대표되는 국내외 대형유통 기업들에게 더 이상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이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항상 애플(Apple)이 다른 회사와 ‘달라야 한다’고 믿었다. 

이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창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실패하거나 머뭇거리는 기업은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보장될 수 없다. 성을 쌓고 그 안에 안주하는 기업은 결국 거기에 갇혀 고사하고 만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물류산업 공생발전협의체 위원 (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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