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 플랫폼과 아웃소싱 산업의 공생, 어디까지 가능할까
[단독] 배달 플랫폼과 아웃소싱 산업의 공생, 어디까지 가능할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2.1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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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업체, 4대보험·복지비용 등 간접비용 증가 이유로 꺼려
배달 근로자 복지 생각한다면 아웃소싱 활용이 현실적 대안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현실적 대안은 아웃소싱 활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제공=라이더유니온 공식 페이스북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갈수록 늘어가는 배달 플랫폼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아웃소싱 기업을 통한 도급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누리지 못해 생기는 불이익을 아웃소싱 기업이 도급 형태로 처리함으로써 현재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아웃소싱 분야의 업종들이 쇠락하는 요즘, 새로운 시장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아웃소싱 관계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배달 플랫폼들이 아웃소싱 기업을 활용함에 있어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의 아웃소싱 기업 활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돈이다. 아웃소싱 기업 활용 시 현재의 수익구조가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갈수록 심각해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라는 대승적 차원을 고려한다면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 4대보험·복지비용 등 늘어나는 간접비용이 걸림돌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부분 중의 하나는 플랫폼 업체를 위해 일함에도 불구하고 사고나 기타 여러 부분에서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플랫폼 업체의 배달 노동자로 일하는 A씨는 얼마 전 골목길을 지나다 바닥에 놓여있던 이물질을 피하지 못해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회사 소속의 근로자라면 당연히 산재 처리될 사항이지만 A씨는 치료비 전액과 오토바이 수리비를 자신이 떠맡아야 했다. 그의 신분이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말해볼 엄두도 못 냈어요. 주변 동료들 가운데서도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지만 처음부터 이런 걸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다친 것도 다친 거지만 이렇게 되면 일을 할 수도 없게 되니 이래저래 손해가 크죠.”

이게 현재 배달 플랫폼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7년 산재보상보험법을 개정, 특수고용직 9개 직종(퀵서비스·택배·대리운전·골프장 캐디 등) 종사자들이 산재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의무가입 사항이 아닌 데다 보험료도 업체와 50%씩 나눠서 부담(임금근로자는 사업주가 100% 납부)하도록 해 가입률은 지극히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5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이 실시한 ‘플랫폼 노동 실태분석’ 결과를 보면, 직종별 산재보험 가입률은 ▲대리운전 7.1% ▲퀵서비스 19.9% ▲배달서비스 15.2%에 불과했다. 

자율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고용보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플랫폼 노동자 비율은 ▲대리운전 9.5% ▲퀵서비스 5.5% ▲배달서비스 8.8% 수준이었다. 직장가입자(사업주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각각 절반씩 부담)와 달리 플랫폼 노동자는 본인이 보험료를 100% 내야 하므로 경제적 부담이 큰 탓이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도 없이 생업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위의 사례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플랫폼 노동자들의 안전사고는 현재와 같은 구조 하에서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부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업무 성격만 놀고 본다면 플랫폼 노동자는 일반적인 개인 사업자라기보다는 조직에 소속된 근로자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법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인식에 약간의 균열이 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는 대리운전업체 2곳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근로자로 인정받은 학습지 교사의 판례를 인용하며 대리운전 기사도 업무 할당량이 있고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판단했다. 관련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판례다.

달라지는 사회 인식을 법원이 반영한 것이라지만 본질적으로는 이것이 완전한 근로자로서의 인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 판례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가치에 주목한 것으로 근로자로서 받을 수 있는 퇴직금과 최저임금, 법정 수당 등을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한 것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19일 출범한 플랫폼노동연대 기자회견 모습. 연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플랫폼 업체가 사실상의 지휘 감독을 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임에도 플랫폼과 플랫폼 노동자의 계약은 여전히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계약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통해 업체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최소한의 책임은 외면한 채 노동자를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부릴 수 있음에 다름아니다. 이런 상황이 정상적일 리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관계법 체계의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하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그렇다고 위에서 언급한 판례처럼 법원의 결정에만 이를 맡겨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는 사법부의 판단이나 해석이 아닌 법 자체의 규정이 있어야 본질적인 해법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실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입법적인 지원이 뒤따르기에는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설령 관련법안이 발의된다 하더라도 그간의 사례에 비춰본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은 자명하다. 그때까지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험에 방치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아웃소싱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를 관리하는 게 바람직
국내 플랫폼 경제의 역사는 짧다. 따라서 관련법과 제도가 미비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 가능하다. 언젠가는 이와 관련된 법이 제정돼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줄 것이라는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문제는 그때까지 이 상황을 그대로 놔두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앞서 플랫폼 경제를 접한 선진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과 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AB-5’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독립적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사업자가 특정 기업의 일상적인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독립적 계약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경우 최저임금·실업보험·산재보상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연히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입법이지만 미국에서도 이와 관련돼 불거지는 논란이 있다.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는 제기된 의견이 그것으로, 법의 발효로 비용 부담이 늘어 사업모델에 직접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다. 국내 플랫폼 업체들이 배달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이유는 늘어나는 비용부담과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있다. 또한 이 부분이 플랫폼 업체와 아웃소싱 기업의 공생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웃소싱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도급 형태로 운용한다 해도 결국은 비용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를 내비친 것. 일정 부분은 사실이다. 4대보험이나 복리비, 운영비 등 간접비용이 늘게 되면 결국은 플랫폼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하는 지금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익창출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기업 생리상 수익률의 하락을 반길 업체는 드물다. 경제 논리에만 입각한다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인 셈이다. 

그러나 기업의 모든 활동이 이익창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넓어지고 있는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 창출을 이끌어내는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의무는 있다.

현재의 구조상, 모든 플랫폼 배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수 없다면 아웃소싱 기업을 통한 대안 찾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는 타다. 타다 서비스와 계약을 맺고 있는 아웃소싱 기업이 적지 않기에 이의 처리에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는 타다. 타다 서비스와 계약을 맺고 있는 아웃소싱 기업이 적지 않기에 이의 처리에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것이 바로 타다 사례다. 지난해 12월 6일, 이른바 '타다금지법'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타다 서비스가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 타다는 등록 플랫폼 노동자 1만 6000명 중 파견업체 5개사로부터 600여명, 용역업체 22개사로부터 8400여명의 프리랜서 운전자를 공급받아 진행해온 바 있다. 불법 파견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아웃소싱 기업과 공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내비친 셈이다. 

타다에 인력을 공급하는 한 아웃소싱 관계자는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아웃소싱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시장이라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아웃소싱 산업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지도 모르는 플랫폼 시장을 놓쳐선 안 될 것이라 믿는다”고 토로했다. 

꼭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여러 아웃소싱 기업들이 플랫폼 경제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앞서 말한 플랫폼 업체의 비협조가 가장 직접적이다. 수익성 악화를 원하지 않는 기업 생리 때문인 셈인데, 이를 보완해줄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이어진다면 배달 플랫폼과 아웃소싱 산업의 공생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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