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생애설계 이야기11] 생애설계와 건강관리(웰다잉)11-(Ⅲ) 
[최승훈 소장의 생애설계 이야기11] 생애설계와 건강관리(웰다잉)11-(Ⅲ) 
  • 편집국
  • 승인 2020.02.18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음의 모든 것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1. 아름다운 엔딩  4기(Fourth Age) 인생의 중요성

영국의 저명한 인구사회학자 피터 라스렛은 사람의 일생을 1단계는 ʻ퍼스트 에이지 (First Age)ʼ 로 학습하고 배우는 단계, 2단계는 ʻ세컨드 에이지 (Second Age)ʼ 로 가정을 꾸리고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는 단계, 3단계는 ʻ서드 에이지 (Third Age)ʼ 로 은퇴와 함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비로소 자기를 돌아보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게 되는 단계, 4단계는 ʻ포스 에이지 (Fourth Age)ʼ 로 건강악화로 의존성이 증가하고 노쇠하여 죽음에 이르는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장수시대가 도래되면서 인생 3기는 급격하게 증가하여 3기 인생을 성장과 도약의 시기로 관리하며 충실하게 살았지만 포스 에이지(Fourth Age)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건강수명이 연장되어 인생 4기를 아름답게 장식해야할 마지막 과제가 남게 된다. ‘포스 에이지(Fourth Age)’는 노화의 시기로, 성공적인 삶을 추구하고 젊게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단계(Integration)를 뜻한다. 어떻게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것인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과제가 웰 다잉 이다.

2. 웰 다잉을 꿈꾼다.

1). 지금은 고령사회, 알파에이지 시대

여기저기 전문가 방송 언론 다양한 매체 등에서 고령화시대, 100세 장수시대에 대한 많은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100세 ~ 120까지 살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다.

일본에서 1990년경 초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시행했던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기를 바란다’는 ‘핀핀코로리(PPK)’ 운동, 우리나라에서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틀사흘 앓다가 3일째 죽는다’는 ‘9988234’ 이야기가 대세이기도 하다. 단순히 오래 사는 삶이 아니라 삶의 질이나 웰 다잉(well-dying)의 생사관(生死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2). 죽음에는 예외가 없다

죽음에 관하여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생이니 윤회 등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산다. 그러나 현상계에서 보면 사람은 태어나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겪게 된다. 누구도 이 과정에 예외 일 수는 없다. 죽음이 언제 올지 예측할 수 없고, 사전에 경험해 볼 수도 없다. 나의 대리인을 내세워 대리인이 죽게 할 수도 없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고 천하의 부(富)를 다 가졌다하더라도 누구나 할 것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의(壽衣)에는 호주머니가 없기 때문이다. 

3). 웰 다잉, 좋은 죽음이란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 노인들의 90% 이상은 연명치료 없이 집안에서 고통 없이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부분이 병원에서 산소마스크나 인공호흡기를 쓰고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 다반사 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일하는 간호사나 의료진에 의하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천차만별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이 전혀 없이 아주 편안하게 가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불안과 공포로 발버둥을 치거나 원한과 감정을 놓지 못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가시는 분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좋은 죽음이란 아주 평범하다. 즉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천수를 다하고 고통 없이 죽는 것이다. 이러한 죽음이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웰빙 즉 좋은 삶이 좋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는 생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적절한 운동, 균형 있는 식생활, 마음의 평안 유지 등 절제된 삶으로 죽음에 대한 공부와 마음의 짐을 정리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적절히 잘 정리할 필요가 있고, 엔딩노트로 상속이나 유산에 대한 문제 등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하나의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1). 평온한 죽음 

죽음 앞에서 평온해 지려면 “그에게 죽음이 다가온 것이 아니라, 그가 죽음을 성취한 것이다.” 2011년 10월 세계인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난 애플(Apple) 창립자, 스티브 잡스(1955∼2011년)의 장례식에서 그의 여동생이자 소설가인 모나 심슨이 읽은 추도사의 한 대목이다. 숨을 거두기 전날, 스티브 잡스는 아이들과 아내 로렌을 차례로 오랫동안 바라본 다음,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는 눈을 감았다고 한다. 췌장암으로 사망한 그는 죽기 직전에 자신의 자서전을 출간하고, 평소 구상해오던 신형 IT기기들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왔다.

그는 2005년 췌장암 치료를 받고 나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유명한 연설을 했다. 그 연설문은 인터넷에 게재되어 있고,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어 있다.

“곧 죽게 된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기대, 자존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서 무의미해지고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언가 잃을 게 있다는 생각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당신은 잃을 게 없으니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여동생이 추도사에서 ‘오빠가 죽음을 성취했다’고 표현한 것은 그의 이런 삶의 자세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두 죽음을 향한 여정에 오르며, 결국 언젠가는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Heidegger)는 일찍이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Sein zum Tode)”라고 말했다. 

또 철학자 김열규는 “죽음은 삶과 함께 자란다”고 말했고, 종교학자 정진홍은 “죽음은 삶이 도달한 마지막 삶의 형태“라고 했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앞과 뒷면처럼 결국 하나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생각하기를 꺼려한다. 

죽음학 연구의 선구자인 퀴블러 로스(Kübler-Ross)는 죽음을 앞둔 환자 5백여 명을 인터뷰한 다음, 사람들이 죽음에 접했을 때 ‘부정’과 ‘고립’→ ‘분노’→ ‘타협’→ ‘우울’→ ‘수용’ 등 5단계의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고 밝혔다. 죽음이 닥친 것에 대해 처음에는 부정하고 분노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엔 자신의 운명과 타협하고 우울해 하다가 결국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을 밟는다는 것이다.

2). 죽음 불안 심리 극복

결국 인간의 삶이 죽음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죽음불안 심리를 극복하려면 죽음과 삶이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것이 아름다운 노년이고, 또 어떻게 죽는 것이 아름다운 죽음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이런 내적 성찰을 통해 우리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더욱 진지한 자세를 가지게 될 것이고, 오늘 우리가 사는 이 땅의 현실에 대해서도 더욱 충실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요즘 우리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웰다잉(well-dying, 잘 죽기)의 개념이다.

영국 메디컬 저널지(BMJ)는 품위 있는 ‘좋은 죽음(good death)’에 대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삶을 마무리 할 것인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신의 죽음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죽음을 당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명실 공히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 사회의 죽음 문화가 한 단계 더 레벨 업(level up)되어야 한다. 살아생전 유언장과 사전의료의향서 등을 써놓고 자신의 죽음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웰다잉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3). 죽음의 질

영국 이코노미스트 연구소가 40개국의 '죽음의 질'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32위를 기록해 하위권으로 나타나 있다. 이코노미스트(2010)에 의하면 죽음의 질에 대한 국가별 순위로 1위 영국, 2위 오스트레일리아 3위 뉴질랜드 4위 아일랜드 5위 벨기에 ... 32위 한국이라 했다.

우리나라는 죽음에 대한 논의가 아직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있고, 고령자들의 70%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다는 이유 등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을 의식할 때, 사람들은 2가지 모습을 보인다. 첫째 그룹은 어떻게든 죽음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집단이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임박해서도 마치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 어떤 사람은 명의(名醫)를 찾아 수많은 병원을 돌아다니고, 또 어떤 사람은 만병통치약을 찾아 헤매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갑자기 종교에 매달리기도 한다.

둘째 그룹은 죽음을 삶의 또 다른 형태로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집단이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죽음에 가족들이 덜 상심하도록 배려하고, 자신이 살아서 쌓아두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려고 노력한다. 바로 아름다운 죽음, 웰다잉을 준비하는 삶이다. 

우리가 희망하는 웰다잉은 존엄한 죽음, 존엄사(尊嚴死)와도 일맥상통한다. 죽음은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 그래서 옛 현인들은 "죽음이 눈앞에 와 있는 듯 하루하루를 살라"고 말했고, 어떤 이는 죽음을 ‘우리 어깨 위에 내려와 앉은 새’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깨닫고, 남은 인생을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현재의 삶은 보다 의미 있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3. 삶과 죽음(生 과 死)

1). 존엄한 죽음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서양에는 ‘죽음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인생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공부하고, 죽음을 존엄하게 맞는 대응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죽음준비 교육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4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활발하고, 인구고령화에 따라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죽음학 학자 파이펠(Feifel)의 ‘죽음의 의미(The Meaning of Death)', 퀴블러 로스(Kübler-Ross)의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이라는 책이 발간되어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죽음교육의 확산에 기여를 했다.

2). 죽음의 교육

미국과 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죽음교육이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죽음준비교육이 초·중·고교와 대학의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다. 죽음교육이 이처럼 확산되면서 ‘죽음학’이라는 학문 분야로까지 정립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의 대학들이 교양과목으로 죽음교육 강좌를 개설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일부 단체 대학병원과 사회복지관들이 복지서비스와 환자교육의 일환으로 죽음준비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공부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 서드 에이지(Third Age)를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죽음준비 ‘웰다잉 교육’을 한번 받아보시길 권유 드린다. 죽음교육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달아 삶의 만족도가 상승하고, 죽음에 대한 불안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게 교육을 받아본 수강자들의 이야기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공부는 은퇴 후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런 점에서 행복한 은퇴설계의 끝은 ‘죽음에 대한 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죽을지에 대한 웰다잉(well-dying) 계획이 없다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웰에이징(well-aging‧품위 있게 늙어가기)도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3). 엔딩 노트(ending note)와 종활(終活)

2011년 제작된 일본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었는데 ‘엔딩 노트(ending not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40여년에 걸친 샐러리맨 인생을 마치고 퇴직한 남자 주인공은 은퇴를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우연히 받은 건강검진에서 말기 암 선고를 받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 망연자실 슬퍼하기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마지막 시간 동안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신의 엔딩 노트(종활)를 쓰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 상영 이후 일본에선 엔딩 노트 쓰기가 크게 유행했는데, 엔딩 노트란 한마디로 말해 죽기 직전에 자기가 해야 될 일을 적은 노트를 말한다.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아야 할 가족들의 재정적 뒷받침을 어떻게 할 것이며, 또 친구들과는 어떻게 작별할 것인가를 써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엔딩 노트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적어보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엔딩 노트는 유언장과 달리 법적으로 아무 구속력이 없다. 일기를 쓰듯이, 가볍게 작성하면서 자신의 노후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엔딩 노트의 목적이다. 엔딩 노트와 버킷 리스트 작성은 자신의 죽음을 후회 없이 맞도록 도와주고,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도록 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끝자락에서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4). 죽기 전 후회하는 25가지

일본 호스피스 전문의인 오츠 슈이치(大津秀一)는 병상에서 죽어가는 환자들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남긴 말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냈다. 일본과 한국에서 100만권 넘게 팔려 나간 이 베스트셀러의 이름은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2011)’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평소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의 마음을 글이나 말로 표현했더라면, 좀 더 겸손하게 인생을 살았더라면, 건강을 소중하게 여겼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미리 알았더라면… ’ 인생의 후회거리는 우리가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다. 죽을 때에 이런 후회를 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이 바로 ‘웰 에이징(well-aging)’이라 할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에 가장 솔직해지고 진실한 마음을 갖는다. 병실에서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암 환자들이 마음속으로부터 절절히 토로하는 인생의 아쉬움은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한 삶의 경고들이다. 살아생전에 마음속에 새겨보는 것은 어떠할까? 특히 인생의 후반전에 돌입한 사람들에게 말기 환자들이 말하는 삶의 경고들은 ‘엔딩노트’를 정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죽음의 준비

1). 죽음에 대한 생각 점검

교통사고 등으로 뇌(腦)가 사실상 사망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나, 병원에서 인공   호흡기를 붙여 숨을 억지로 연장해가는 일이 자주 있다. 의학적 기준에 따르면 이    사람은 아직 사망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심장이 멈춰야 사망한 것으로 판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사 상태가 오랫동안 진행되어 깨어날 가능성이 아주 낮다면, 사실   상 사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죽음에 대한 이런 인식 차이를 둘러싸고, 의료계에서는 인위적인 연명치료(延命治療) 중단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 시각은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것인데,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각은 ‘사실상 사망한 사람의 생명을 약물 등을 투입하면서 억지는 붙드는 것은 당사자의 고통을 크게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2). 무의미한 연명 치료

사람마다 생각이 다양하고, 살아온 인생 역정에 따라 삶의 철학 또한 같지 않기 때문에 어느 쪽의 주장이 딱 부러지게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무의미한 연장치료는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연명치료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무의미한 연장치료의 중단이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는 말기 암 등 중환자의 치료이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암 환자가 사망 1개월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전체 암 환자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무의미한 치료가 아주 많다는 이야기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남은 가족들에게도 큰 어려움을 안겨준다. 끝내는 가정이 파산하는 일이 비일 비재하게 발생된다.

3). 죽음에 대한 자신의 의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의 사망 직전 1년간 치료비는 약 4000여 만 원으로, 일반 환자들의 평균 입원진료비보다 1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hospice)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고 말한다.

2018년 2월4일 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어 웰다잉의 바탕이 되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담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절차이다.

좋은 죽음,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첫 번째는 준비이며, 생의 마지막 단계에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품위 있는 죽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준비인 것이다.

4). 사전의료 의향서 작성

연명치료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사전의료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 Advance Medical Directives)는 내가 죽음에 임박하였을 때, 어떤 치료는 하고 어떤 치료는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미리 밝혀 놓는 서류를 말한다. 과거에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이 모인 가운데서 임종을 맞이했다. 그러나 핵가족이 일반화되고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장례절차를 집에서 치루기 어려워졌다.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써 두기를 권한다. 또 암과 심장병 등 만성질환으로 앓는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기 전에 병원에 입원하여 장기간 치료를 받기 때문에 전과 달리 죽음을 병원에서 맞이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사망 장소를 단순히 집에서 병원으로 위치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모든 과정에 의료팀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한번 인공호흡기를 달게 되면, 가족이나 의사가 나중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더 이상의 무의미한 생명의 유지를 중지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서도 나와 있듯이, 생명의 유지를 중지시킬 권한은 사망자 본인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망에 임박한 본인은 의식이 없거나 약물치료 중독 등으로 자기의 의사를 밝힐 능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미리 죽음에 임박할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하여 정신이 명료한 상태에서 자신의 의사를 적어 놓고, 이를 가족에게도 알리고 후에 그러한 상황에서 치료하는 의사에게 알리자는 게 사전의료의향서의 취지다. 이렇게 작성되는 사전의료의향서는 장차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초래할 수 있는 본인의 고통을 줄이고, 의사와 가족들이 떠맡는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된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때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평소에 사전의료의향서를 써놓게 되면 이 같은 혼선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중병에 걸려 병원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가족들을 위해 미리 사전의료의향서를 써 놓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필자가 아는 지인은 모친이 살아생전에 사전의료 의향을 허락 받아 완쾌가 불가능한 상황의 모친을 편하게 보내 드렸다. 슬픔이야 컷 지만 어머니의 삶을 아름다운 엔딩으로 웰다잉을 실천한 것이 주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최승훈(kopax88 @hanmail.net)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18- )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18- )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16- )
•한국산업교육협회 회장(17-18)
•생명보험협회 노후설계 전문강사(18- )
•평생교육사(91) •경영지도사(인사, 조직)(91)
•연세대 교육대학원 인적자원개발 석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