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 칼럼】 3쿠션 세계기록과 한국당구
【장범석 칼럼】 3쿠션 세계기록과 한국당구
  • 편집국
  • 승인 2020.03.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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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닝 최다 연속득점 – 세계 28점, 국내 26점
40점 베스트는 4큐, 50점은 6큐
장범석 칼럼니스트
장범석 칼럼니스트

3쿠션과 관련해 흥미 있는 기록들을 살펴보자. 기록의 기본이 되는 한 이닝 연속득점(하이런)의 세계기록은 28점이다. 1993년 일본의 고모리 준이치(小森純一)가 이 기록을 수립한 후 1998년 클루망, 2012년 포톰, 2013년 쿠루동이 같은 기록을 세웠다. 고모리를 제외한 3명 모두 벨기에 출신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벨기에는 당구를 국기(國技)로 삼고 있는 나라다.

한국 기록은 KBF소속 최성원과 조재호가 각각 2014년과 2019년에 세운 26점이다. 세계와 격차가 겨의 없는 양호한 기록이다. 참고로 비공인 세계기록은 한국선수가 보유하고 있다. 당구신동으로 불리는 조명우(22세)가 2018년 2월 동호인과 40점 경기에서 올린 32점이다. ‘4대 천왕’ 중 맏형 격인 ‘황제’ 브롬달은 2019년 9월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왕자’라 치켜세우며 정상등극이 시간문제라 칭찬하고 있다.

캐롬당구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3쿠션의 대회방식은 40점~60점을 겨루는 싱글제와 15점 세트제가 있다. 미국당구협회(USBA)와 일본당구 전문사이트 BD를 참고해 부문별 기록을 좀 더 정리해 본다.

싱글 40점의 게임 베스트는 2018년 2월 야스퍼스가 독일대회에서 세운 4큐(4이닝)다. 종전 기록은 쿠드롱이 1997년과 2006년, 이탈리아의 자네티가 2014년 기록한 6큐였다. 한방에 5큐를 건너뛰고 4큐로 단축한 것이 놀랍다. 50점 게임의 베스트는 2011년 벨기에의 에디 먹스가 세운 6큐. 상대가 한국의 강인원선수라는 사실이 좀 씁쓸하다.

요즘은 대회가 많지 않은 60점 게임의 경우, 1996년 스웨던 브롬달이 클루망을 상대로 15큐에 게임을 끝낸 것이 베스트로 남아 있다. 세트제는 야스퍼스가 3세트 45점을 8큐에 끝낸 것이 게임당 최고기록이다.        

LGU+ 3쿠션 하남시 마스터즈에 출전한 야스퍼스, 산체스, 조명우, 브롬달(왼쪽부터).  ‘4대 천왕’ 중 쿠드롱은 PBA투어 참가로 출전하지 않음  (중앙일보 캡쳐)
LGU+ 3쿠션 하남시 마스터즈에 출전한 야스퍼스, 산체스, 조명우, 브롬달(왼쪽부터). ‘4대 천왕’ 중 쿠드롱은 PBA투어 참가로 출전하지 않음 (중앙일보 캡쳐)

애버리지 분야에서는 스페인의 산체스가 2017년 40점 대회에서 5게임을 72이닝에 끝내며 2.777을 기록한 것이 베스트다. 종전 기록은 2013년 브롬달이 한국의 수원대회에서 세운 2,739였다. 50점 게임 애버리지는 야스퍼스가 가지고 있는 2.622이다. 세트제에서는 2011년 쿠드롱이 비엔나 대회에서 세운 2.420이 최고기록이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서도 당구 팬들이 왜 ‘4대 천왕’이라는 별칭을 만들었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30년 넘게 세계 3쿠션계를 돌아가며 지배하는 그들은  축구로 치면 펠레나 마라도나와 같은 존재다.

한국에는 현재 2개의 당구 룰이 존재한다. 한국당구연맹(KBF)의 기존 룰과 새로 출범한 PBA의 독자 룰이 그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뱅크샷(‘가라쿠’)에 대한 어드밴티지 적용여부다. KBF는 샷 종류에 상관없이 성공하면 1점을 부여하는데 비해, PBA에서는 뱅크샷을 2점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기록에 있어서는 PBA의 쪽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 단체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을 때는 PBA 기록을 보정하면 된다. 다행히 PBA 자료에는 모든 선수에 대한 뱅크샷에 득점 수치가 구분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당구를 대하는 시각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소위 ‘양아치’들이 술 담배를 즐기며 내기 당구나 하는 유해 아이템 취급으로 해온 것이다. 어쩌면 당구용어가 일본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중노년 세대의 반감을 사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오늘날 당구는 엄연히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스포츠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은 메달을 획득했고, 세계 최강이 겨루는 국제대회에 나가 우승도 예사로 한다.

당구는 입문이 쉽고 초보자도 어느 정도 기본을 익히면 상급자와도 핸디를 적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근육보다는 두뇌 사용이 중시되는 스포츠이므로 성별이나 나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을 만금 많은 클럽과 동호인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청소년 유해시설로 낙인 찍혀온 클럽의 환경은 건전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당구가 국민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PBA의 간판 강동궁(왼쪽)과 쿠드롱(PBA갤러리 캡처)
PBA의 간판 강동궁(왼쪽)과 쿠드롱(PBA갤러리 캡처)

 

[장범석 프로필]
-칼럼니스트
-일본어통역안내사
-잡 코디네이터
-리크루트센터 (구: 백만인취업센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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