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알아야 할 산재처리③] 작업중지, 그 발동과 해제
[사업주가 알아야 할 산재처리③] 작업중지, 그 발동과 해제
  • 편집국
  • 승인 2020.03.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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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사람이 전하는 산재이야기] 임영섭 상임고문
혼란빚는 작업중지권과 작업중지명령 실태
미국·독일 등 선진국 사례와 비교 시 차이점은?
임영섭
- 법무법인 사람 상임고문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 前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

                              
1. 시작하며
얼마 전에 현장으로부터 이런 문의를 받았다. 건설현장 입구 도로에서 현장에서 빠져나오는 덤프트럭에 근로자가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감독관이 전 사업장의 작업을 중지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올해 초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에서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과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 명령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였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그 적용을 놓고 혼선이 있다는 얘기다.
 
작업중지는 사업주는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에서 근로자는 자신의 신체와 생명에 직결되는 점에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작업중지에 대해 그 발동과 해제를 중심으로 개괄한다.

2. 작업중지 발동
작업중지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를 대피시켜야 하는 사업주의 책무로서의 작업중지(법 제51조 및 제54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로서의 작업중지(법 제52조) 그리고 고용노동부장관이 명하는 작업중지(법 제43조, 제53조 및 제55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사업주에 의한 작업중지는 법 제51조에 따라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그리고 제54조에 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도록 되어있다. ‘급박한 위험’은 위 세 가지 경우에 공히 적용되는 사항이고 중대재해 발생은 그 요건이 명확함으로, 근로자와 장관에 의한 작업중지에 대해서 알아본다.

가. 근로자에 의한 작업중지
법 제52조 제1항은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제4항은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불이익한 처우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새로 만든 권리라기보다는 구법 제26조와 판례 등에 근거해 사실상 인정해 오던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법령으로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작업중지권 발동에 있어서 ‘급박한 위험’에 대한 판단을 ‘근로자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와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해 왔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급박한 위험’의 판단주체를 근로자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나. 고용노동부장관에 의한 작업중지
고용노동부장관이 명하는 작업중지는 ▲법 제55조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 시 조치로서의 작업중지, ▲법 제53조에 따른 시정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유해·위험 상태가 해소 또는 개선되지 아니하거나 근로자에 대한 유해·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 기계·설비등과 관련된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지 그리고 ▲법 제43조에 따른 유해위험방지계획서대로 유해·위험방지를 위한 조치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명하는 작업중지가 있다. 

그간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전면 작업중지 조치를 해왔다. 이는 법령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데도 지침으로 사실상 징벌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라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개정법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으로 인하여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작업의 중지를 명할 수 있고(부분 작업중지), 토사·구축물의 붕괴, 화재·폭발,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누출 등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주변으로 산업재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전면 작업중지). 이로써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중지 요건을 법령에 명확히 함과 동시에 전면 작업중지에서 부분 작업중지 원칙으로 바뀌었다.

3. 급박한 위험
작업중지를 발동하기 위한 기본 요건인 ‘급박한 위험’에 대하여 법령상 정의된 바는 없으나,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의 구체적인 범위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우므로 각 개별 사안에 따라 당시 상황의 유해·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고, 긴급 대피하지 않으면 즉시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고 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작업중지의 기본 발동 요건을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

미국은 연방규칙 29 CFR, Sec. 1977.12(b)(2)에서 근로자가 생명이나 신체의 위협을 판단하는 조건으로 ‘사망이나 중대한 부상을 입힐 실제의 위험(real danger of death or serious injury)이 존재하고 상황의 위급성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계통에 의해서는 위험을 제거할 시간이 부족할 것(insufficient time, due to the urgency of the situation, to eliminate the danger through resort to regular statutory enforcement channels)’에 더하여 ‘근로자가 고용주에게 위험 상황의 시정을 요구했지만 조치되지 않았을 것’을 삼고 있다.  

독일 산업안전보건법(Arbeitsschutzgesetz) 제9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즉각적이고 중대한 위험(einer unmittelbaren erheblichen Gefahr)에 처하거나 처할 수 있는 모든 근로자에게 가능한 빨리 그 위험에 대비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자에게 즉각적이고 중대한 위험이 발생 또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를 상급자에게 보고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는 스스로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

프랑스는 노동법전 제4131-1조에서 ‘자신의 생명 또는 건강에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작업 상황으로부터 철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급박한 위험’은 사망이나 중대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실제로 존재해야 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제거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을 최소한의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보인다.   

4. 작업중지 해제
고용노동부장관이 명한 작업중지는 사업주가 작업중지 대상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하여 안전·보건 개선조치를 하고 해당 작업의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은 다음 안전작업계획을 수립하여 해제를 요청하면 작업중지 해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독관이 개선조치가 제대로 되었는지 등에 대하여 현장 확인을 하게 되고, 작업중지 심의위원회는 해제 신청 후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토요일과 공휴일이 연속하는 경우에는 3일까지만 포함)하여 4일 이내에 개최하여야 한다. 

5. 마치며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수단은 작업이 행해지는 과정에서 사고나 질병을 방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어떠한 사유로 작업을 진행하면서는 위험을 막을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 이르게 되어, 위난을 피할 다른 방법이나 수단이 없는 경우에 한해 불가피하게 근원이 되는 작업을 중지하는 조치가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작업중지는 정상적인 예방책이 아니라 예외적인 것이다.

태생적으로 예외적인 조치인 작업중지는 제한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과잉조치가 되기 쉽고 규제에 대한 저항을 불러오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영섭
- 법무법인 사람 상임고문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 前 호서대학교 안전보건학과 교수
- 前 한국산업안전공단 기획이사
- 前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 前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 근로자보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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