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콜센터 상담사들에겐 죄가 없다
[취재수첩] 콜센터 상담사들에겐 죄가 없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4.07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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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주범으로 매도되기 일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소리없는 영웅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한 보험사에서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요즘 쏟아지는 주변의 눈총에 하루라도 편한 날이 없다. 지난 3월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으로 공적 취급 받던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얼마 전 만민중앙교회 집단 감염 케이스에서 다시금 콜센터 상담사의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콜센터 상담사는 가까이 하면 안 될 병균 덩어리 취급 받는 요즘은 그래서 몸도 마음도 평소보다 훨씬 힘들기만 하다. 그냥 쓰고 있어도 숨이 차는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니 마스크가 축축해져 불쾌하기 이를 데 없지만 회사 방침상 마스크를 벗지도 못하는 처지인 까닭이다.

이는 A씨만의 일이 아니다. 요즘 어디를 막론하고 콜센터 상담사들에 대한 시선이 고깝지 않은 시절 아닌가. 사실 그런 식의 매도가 올바른 건 아니다. 상담사들은 집단감염을 일으킨 죄인이 아니라 1339 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를 포함해서 모든 상담사들이 코로나19를 막고 있는 역군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누가 확진자를 걸러냈을까. 누가 의심군에 속해있는 이들을 가까운 병원으로 인도해줬을까. 정말 비난 받을 요소가 있다면 마땅히 비난받음이 옳다. 그러나 단 한번만이라도 콜센터를 방문해본다면 그런 식의 비난이 정당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콜센터는 일반 사무실과 달리 책상을 빙 둘러서 앞과 옆이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다. 옆 사람과 좌우로 1m 20cm 정도 떨어져 있고, 앞뒤로 1m50cm~1m60cm 떨어져 있는 구조. 그리고 혼자서 헤드셋을 끼고 고객과 통화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콜센터의 풍경이다. 그래서 좌우 칸막이가 없는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하며 일을 하는 일반 사무실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이후 한층 더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정부가 시달한 지침을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요즘 콜센터의 풍경이다. 상황이 되는 곳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그게 안 되는 곳은 칸막이를 높이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쓴 채로 일한다. 뿐인가. 수시로 소독과 방역 교육을 받는 등 콜센터는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해 그 어떤 조직보다 더 열심인 곳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것이 상당수 콜센터 상담사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상담할 때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 한 칸씩 띄어서 지그재그로 앉아 근무하라. 재택 근무하라. 휴게실을 폐쇄하라. 칸막이를 높여라 등등.

사실 이런 것들은 구로구 코로나 집단감염 이후 모든 콜센터들이 바로 실시한 일들이었음을 그들은 알까.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을 위해 제대로 된 마스크 하나 제공하지 않은 정부였다.

얼마 전 정부는 콜센터 상담사들에게 공적마스크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단독] 정부, 전국 콜센터에 공적마스크 공급 나선다- 본지 3월 31일 보도) 그러나 그게 다였다. 정말로 상담사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오늘도 대한민국의 40만 콜센터 상담사들은 때론 방역에 대한 문의를, 때론 일상의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마스크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의심의 눈초리 대신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해주는 것이 그리도 힘들까. 

“콜센터 상담사 여러분 힘내십시오. 당신들이야말로 소리 없는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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