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생애설계 이야기15] 생애설계와 인간관계 (Ⅲ)
[최승훈 소장의 생애설계 이야기15] 생애설계와 인간관계 (Ⅲ)
  • 편집국
  • 승인 2020.04.1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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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의 친구관계에 대하여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1. 노후의 친구관계
생애설계 과정에서 건강과 경제는 내가 잘 관리하면 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특히 친구관계는 더욱 그렇다.

시니어의 즐거움과 행복은 친구들의 수와 비례한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족 못지않게 중요한 사람들이 바로 친구이다. 기쁘고 좋은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와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나의 슬픔을 이해하고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함께 어울리면서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 5명만 있으면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런 친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허한 마음이 사라지고 정서인적 안정감이 깊어지게 된다.  

우리가 모두가 공감하게 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어 진다. 경제적인 이유로 또 시간적인 이유로, 예전에 알던 친구들과 모두 다 친하게 지낼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깊은 정신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소수정예의 친구들을 선택하여 이들과의 깊은 우정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2. 친구의 정의
형제간에도 어릴 때가 좋고 친구도 형편이 같을 때가 진정한 친구라 할 수 있다.

“돈만 알아 요망지게 세월은 가고 조금 모자란 듯 살아도 손해만 볼 것 없는 인생이라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자. 내가 믿고 사는 세상을 살고 싶으면 남을 속이지 않으면 되고, 남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나 또한 가까운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 한 적이 없는지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가자" "친구야! 큰 집이 천간이라도 누워 잠잘 때에는 여덟 자 뿐이고, 좋은 밭이 만평이 되어도 하루 보리쌀 두어 되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니 몸에 좋은 안주에 막걸리 한잔하며 묵은 지에 우리네 인생(人生)을 노래하자. 멀리 있는 친구보다 지금 내 앞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친구가 진정 친구가 아니겠는가?" 

언제부터인가 사이버(cyber)세상에서 시공(時空)을 넘나드는 친구(親舊)에 대한 정의이다.
  
고전에서도 친구(親舊)의 의미(意味)가 무수히 많이 발견된다. 진(晉)나라 시대 환온(桓溫)이 죽마(竹馬)를 내동댕이치면 언제나 은호(殷浩)가 이를 집어 들었다고 해서 유래한 "죽마고우(竹馬故友)"나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에서, 아니면 중국의 관중(管中)과 포숙(鮑叔)처럼 돈독(敦篤)한 우정에서 그 뜻을 엿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독일 뉘른베르크의 화가(畵家) 알버트 뒤러(Albert Duerrer) (1471 ~1528)가 고달픈 노동을 했던 한스(Hans) 친구의 기도하는 모습을 숨어서 보고 그린 걸작(傑作), "기도(祈禱)하는 손"에서도 볼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페니실린을 발견해서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어릴 적 친구,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을 살린 사례에서도 우리는 친구라는 의미를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런데 친우(親友), 벗, 동무, 친구라고 해서 모두 다 좋은 친구만은 아닐진대 친구에 관한 정의도 참으로 가지각색이다. 좋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나쁜 친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에 보면 도움이 되는 벗 셋과 해(害)가 되는 벗이 셋이 있다. 
"정직(正直)한 벗, 성실(誠實)한 벗, 박학(博學)한 벗은 도움이 되며 편벽(偏僻)한 벗, 굽실거리기 잘하는 벗, 빈 말 잘하는 벗은 해(害)로 운 벗이다."
 
우리나라 대중가요 중에 “넌 정말 멋진 친구야”라는 노래가 있다. 들어 볼수록 친구에 대한 의미와 친구에 대한 가치가 배어 나온다.

1절 : 넌 정말 멋진 친구야/내가 지쳐 있을 때/내가 울고 있을 때/위로가 되어준 친구/너는 나의 힘이야/너는 나의 보배야/천년지기 나의 벗이야/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같은 배를 함께 타고/떠나는 인생길/네가 있어 외롭지 않아/넌 정말 좋은 친구야!

2절 : 넌 정말 멋진 친구야/내가 외로워할 때/내가 방황을 할 때/위로가 되어 준 친구/너는 나의 힘이야/너는 나의 보배야/천년지기 나의 벗이야/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같은 배를 함께 타고/떠나는 인생길/네가 있어 외롭지 않아/넌 정말 좋은 친구야!
독자들께서도 이 노래를 들으면 친구의 의미를 재발견 하게 되리라 생각된다.

3. 고전의 친구관계
진정한 벗인지 아닌지는 인생의 역경과 고난을 당해 보아야 알 수 있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도 한 결 같이 변하지 않는 우정이 진정한 우정이라 할 수 있다. 어려울 때 찾아오는 친구가 정말 친구요, 믿을 수 있는 벗이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세상에는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소수의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논어(論語)첫머리에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와 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참으로 멋진 말이다. 먼 데 있는 친구가 정답게 찾아온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아름다운 일의 하나일 것이다. 

저마다 인생의 이해득실(利害得失)의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세상에 나의 이익이 되면 분주하게 움직이고, 나의 손해가 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저마다 득과 실을 계산하고 행동하는 세상에 이해득실을 초월한 친구의 행동이 진실한 우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최고의 역사서이자 최고의 문학서라는 평가를 받는 사기(史記)의 저자는 한나라 시대의 역사가인 사마천(司馬遷..BC145?~BC86?)이다. 그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황제로 평가되는 한 무제 때의 사람이다. 

사마천이 기록한 사기(史記) 중 계명우기(鷄鳴偶記)편 에서 친구를 네 가지 종류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외우(畏友)이다. 두려워할, 존경할 외(畏)자의 외우(畏友)는 서로 잘못을 바로 잡아 주고 큰 의리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친구이다. 둘이서 친구 사이이지만 한마디로 서로를 아끼고 신의를 지키고 존중하며 존경하는 두려운 존재의 친구를 일컫는다. 
                     
둘째, 밀우(密友)이다. 밀우는 힘들 때 서로 돕고 늘 함께 할 수 있는 절구 공이와 절구 같은 친밀한 관계를 말한다. 잠시도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친구이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알 수 있다.

셋째, 일우(昵友)는 ‘놀다’ ‘친하다’라는 뜻의 일(昵)로 일우(昵友)는 좋은 일과 노는 데에만 잘 어울리는 놀이친구를 말한다. 젊은 시절 주색잡기로 온종일 붙어 다니든 친구는 지금은 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흔적도 안보이기 십상이다. 대다수의 친구들이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넷째, 적우(賊友)이다. 賊(도둑 적)의 적(賊)으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며, 걱정거리가 있으면 남에게 미루고 나쁜 일에는 책임을 전가하는 기회주의적인 친구를 말한다. 아마도 지금 우리 주위의 친구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세상이 삭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 친구에 해당 되십니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외우(畏友), 밀우(密友), 일우(昵友), 적우(賊友)의 모습이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정적이지 않고 상대적이고 순환적이라는 점이다. 

우리 자신이 때로는 외우(畏友)의 모습일수도 적우(賊友)의 모습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사람의 내면의 마음속에서도 네 가지 친구의 모습이 혼재할 수 있어서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의 이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다. 

각자의 삶의 과정에서 저마다의 구체적 상황에 처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적우(賊友)의 모습으로 살아갈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고통과 피해에 대해 공감능력과 피해감수성을 가진 선한 사람이자 주변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외우(畏友)의 모습으로 살아갈지는 우리가 어떤 가치관으로 내 자신을 성찰(省察)하고 주위와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 사회의 품격은 친구나 이웃의 어려움에 공감할 마음이 없는 일우(昵友)와 적우(賊友)가 일반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이름 없는 수많은 외우(畏友)와 밀우(密友)가 사회를 건강한 버팀목처럼 지켜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의 엄혹(嚴酷)한 최악의 도덕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사회가 아직은 일우(昵友)와 적우(賊友)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사회구성원들이 다수인 사회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 성찰하고 일우(昵友)나 적우(賊友)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사마천이 사기에서 언급한 친구의 종류에 관한 고사성어(故事成語)가있다. 
관중과 포숙의 "관포지교(管鮑之交)" 이외에 수레를 타고 다니는 사람과 패랭이를 쓰고 다닐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절친한 친구사이인 "거립지교(車笠之交)", 서로 뜻이 통해 거슬리는 일이 없는 "막역지교(幕逆之交)", 나이를 초월한 깊은 우정이나 친구 사이인 "망년지교(忘年之交)", 서로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문경지교(刎頸之交)", 가난할 때의 참다운 친구라는 뜻의 "빈천지교(貧賤之交)"가 있고,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친밀한 우정의 "수어지교(水魚之交)", 절구공이와 절구처럼 절친한 "저구지교(杵臼之交)"가 있으며 어릴 때부터 친한 "총각지교(總角之交)"가 있는가 하면 민초(民草)들 간의 이루어지는 우정의 "포의지교(布衣之交)"도 있다.
 
친구사이가 아무리 다정 하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까운 친구라고 막 대하고 막말 나누고 함부로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또한 친구 사이는 자주 만나 교류하여야 한다.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 멀어지고 사이버에서 멀어지면 기억에서 멀어 진다” 한다. 노력하지 않고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주 교류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기본을 지키는 사이가 진정한 친구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사회와 이웃을 위해, 더 나아가 인류를 위해서 성실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며 맑고 깨끗한 인연(因緣)인 청연(淸緣)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아름다운 인간애를 창조하는 좋은 외우(畏友)와 밀우(密友)를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4. 당신 친구가 몇이나 되는가?
“지금 휴대폰을 열고 휴대폰 전화번호부 목록에 있는 사람 수가 몇 명인지 살펴보십시오. 그중 내가 진정한 친구라고 느끼는 사람은 몇 명입니까? 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습니까? 최근에 통화한 것은 언제입니까? 그는 왜 내게 진정한 친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친구를 숫자로 가늠하며 자기를 과신하는 사람이 의뢰로 많다. 불교 일화(逸話)에 이런 내용이 있다.

사람 좋은 '천하의 무골호인(無骨好人)이라는 별칭을 가진 류진사(柳進士)'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 평생(平生)살아오며 남의 가슴에 작은 못 한 번 박아본 적이 없고, 적선(積善) 한 것을 쌓은 걸 펼쳐 놓으면 아마도 넓은 들판을 덮고도 남을 정도라 했다. 적선을 많이 하다 보니 선대(先代)로 부터 물려받은 그 많던 상농재산(上農財産)을 야금야금 팔아치워 겨우 제 식구들 굶기지 않을 정도의 중농(中農) 집안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류진사(柳進士)는 덕(德)만 쌓은 것이 아니라, 문재(文才)도 빼어났다고 한다. 학문(學問)이 깊고, 붓을 잡아 물 흐르듯이 휘갈기는 휘호(揮毫)는 천하(天下)명필(名筆)이었다. 고을 원님도 조정(朝廷)으로 보내는 서찰(書札)을 쓸 때는 이방(吏房)을 그에게 보낼 정도였다고 한다. 

류진사(柳進士)네 사랑방엔 선비와 문사(文士)들의 발길이 문지방이 달아 길이 날 정도로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부인과 혼기마저 다 찬 그의 딸 둘은 남편과 아버지의 지인들을 위해 허구한 날 밥상, 술상을 차려 사랑방에 들락날락하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일이 매일 이어지던 어느 날, 오랜만에 유진사가 존경하며 사숙하던 허법(虛法) 이라는 스님이 그를 찾아왔다. 허법 스님은 류진사가 잊을만하면 바람결에 날아온 듯이 나타나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나누고, 바람처럼 사라지는데 허법 스님을 류진사는 전생의 인연처럼 깍듯이 스승처럼 모신다. 

어느 날 사랑방엔 친구인 문객들로 가득 차, 모처럼 찾아온 스님이 처마 끝 디딤돌에 앉아 기다리자, 친구들이 눈치를 채고 우르르 몰려 돌아갔다. 허법 스님과 류진사가 참으로 오랜만에 곡차상(穀茶床:막걸리)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한잔을 들이킨 허법 스님이 류진사에게 물었다, 류진사는 친구(親舊)가 도대체 몇이나 됩니까?” 스님이 그렇게 묻자 류진사는 천장을 멍하니 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름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듯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얼추 백여 명은 넘을 것 같고, 드문드문 보는 친구는 수백을 헤아립니다.” 허법 스님은 혀를 끌끌 차며 “류진사!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고 세상사람 어느 누구보다 딱하고 불쌍한 사람인 듯하오.”

그 말을 들은 류진사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고, 문을 활짝 열더니 허법 스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스님, 한눈 가득 펼쳐진 저 너른 들판을 모두 남의 손에 넘기고, 가까이 지내는 친구 일백 여명을 얻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스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한참을 껄껄 웃으면서 한마디 하시는데... "진정한 친구란 둘 아니면 셋, 다섯만 넘어가도 진정한 친구가 아닙니다.”허허 

두 사람은 이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새도록 주거니 받거니 맛 좋게 빚은 곡차를 마시다가, 삼경(三更)이 지나서야 멈추고 잠자리에 눕게 되었다. 류진사가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 허법 스님은 이미 류진사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허법 스님과 밤새 술을 마신 다음날부터 류진사네 대문(大門)이 굳게 닫히고 말았다. 집안에서는 심한 기침소리가 들리고 의원(醫員)만 집안을 들락거려, 문객 친구(親舊)들이 대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렇게 열흘이 가고, 한 달이 가도 류진사네 대문은 열릴 줄 몰랐다. 

추수가 다 끝나고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밤에 류진사네 집안에서 곡(哭)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사가 지독(至毒)한 고뿔(감기)을 이기지 못하고 이승을 하직(下直)했다는 것이다. 그 많던 문전옥답을 팔아 친구들 대접하느라, 재산을 다 날린 류진사의 빈소(殯所)는 생각보다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부인과 딸 둘이 상복(喪服)을 입고, 머리를 떨어뜨린 채 침통(沈痛)하게 빈소(殯所)를 지키고 있었다. 류진사 생전(生前)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글 친구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 친구가 문상(問喪)을 와 남 보기도 안타까운 듯 참으로 서럽게 곡을 하더니, 류진사 부인을 살짝 불러냈다. “부인(夫人), 상중(喪中)에 이런 말을 꺼내 송구(悚懼) 스럽지만 워낙 중하고 화급한 일이라….”  

그 친구는 품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류진사 부인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차용증(借用證)이었다. 류진사가 돈 삼백냥을 빌리고 입동(入冬) 전에 갚겠다는 내용(內用)으로, 류진사의 낙관(落款)까지 찍혀있었다. 또 다른 친구 문상객(問喪客)은 중국 명필 중에 하나인 왕희지(王羲之) 족자(簇子) 값 삼백 냥을 못 받았다며 지불각서를 상중에 있는 류진사의 부인에게 내어 밀었다. 

친구가 많은 류진사 이므로 그 친구를 다 맞이할 셈으로 구일장을 치르는데, 류진사가 죽은지 여드레 날이 되어가니 이런 빚 받을 채권자(債權者)들이 류진사의 빈소(殯所)를 가득 채우게 되었다. 

류진사가 생전에 그렇게 친구로서 잘 대접했던 인사들이 류진사가 죽자 이렇게 마음을 돌변하여 “내 돈을 떼먹고선 절 때로 출상(出喪)도 못해, 출상하려면 빚부터 갚고 나서 출상하라구” “이 사람이 내게 진 빚도 안 갚고 저승으로 줄행랑을 치면 어떡합니까.” 엄연히 오멸(五滅 중 하나 滅債)이 있는데 ~ 

류진사 빈소(殯所)에 죽치고 앉아 다그치는 문객들의 면면(面面)은 하나같이 모두 낯익은 사람들이었다. 

그때 허법 스님이 목탁(木鐸)을 요란스럽게 두드리며 류진사 빈소(殯所)에 들어섰다. 부인의 손에 들려진 한 뭉치 빚 문서(文書)를 낚아챈 스님은 병풍(倂風)을 향해 고함(高喊)을 쳤다. “천하의 불쌍한 친구 류 진사님! 벌떡 일어나서 그 많던 문전옥답(門前沃畓)을 팔아서 산 잘난 당신 친구들에게 진 빚이나 갚고 가시오.” 

그 소리를 듣자마자 8폭 병풍(倂風) 뒤에서 ‘삐거덕’ 관 뚜껑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천하의 류진사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빈소를 지키고 있던 수많은 빚쟁이 친구들은 혼비백산(魂飛魄散) 놀라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류진사의 만류(挽留)에도 불구(不拘)하고, 허법 스님은 빚 문서 뭉치를 들고 고을 사또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사또(使道)의 호출장(呼出壯)을 받은 진사의 그 잘난 친구(빚쟁이)들이 하나 둘씩 벌벌 떨면서 동헌(東軒) 뜰에 나타났다. 

“민초시(閔初試)는 류진사에게 삼백 냥을 빌려줬다지?” 사또의 물음에 꿇어앉아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린 민초시는 벌레 씹은 얼굴을 하며, 울다시피 사또께 읍소했다. “사또,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곤장 삼백 대를 맞을 터인가, 아니면 당신이 사기 치려던 삼백 냥을 부의금(賻儀金)으로 류진사 빈소에 낼 것인가?” 

이렇게 죽은 류진사에게 사기치려했던 그가 평소에 좋아하고 교류하며 누구보다 믿었던 친구들 아니었던가? 류진사는 나름 소중한 친구들을 얻느라 문전옥답을 팔아 그들을 대접하느라 날려버린 재산(財産)을 그 친구들을 버리면서 다시 찾았다고 한다.

친구가 많다고 자랑스러웠던 류진사는 그때서야 친구의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5. 잘 사는 삶과 인간관계
하버드 대학의 연구는 "잘사는 삶에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 연구진에는 하버드대 생리학·약학·인류학·심리학 분야의 최고 두뇌들이 동원됐다. 이들은 정기적인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체크하며 오랜 세월 동안 추적하는 연구가 진행된 것이다.

1937년부터 하버드대학에서 72년간 추적 연구한 인생사례 결과가 2009년 5월 12일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6월호에 공개 되었다. 연구과제는 과연 ‘잘 사는 삶’이라는 것이 있는지, ‘잘 사는 삶’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인간을 행복으로 이끄는 열쇠를 찾아보기 위한 여정이기도 했으며 <애틀랜틱 먼슬리>는 기사 제목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What Makes Us Happy)’라고 붙였다. 

이 연구를 위해 하버드대학의 남학생 268명이 연구대상으로 선발되었다. 세계 최고의 대학에 입학한 수재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야심만만하고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이들이 대상 이었다. 

후에 제35대 미국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와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으로서 닉슨의 워터게이트사건 보도를 총괄 지휘했던 벤 브래들리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연구진에는 하버드대 생리학· 약학·인류학· 심리학 분야의 최고 두뇌들이 동원되었고,( 이들은 정기적인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체크하여 왔다.

1967년부터 이 연구를 주도해온 하버드 의대 정신과의 조지 베일런트(Vaillant) 교수는 당시 2학년생으로 전도유망했던 하버드대 생들의 일생을 72년에 걸쳐 추적한 결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

"어떠한 데이터로도 밝혀낼 수 없는 극적인 주파수를 발산하는 것이 삶"이라며 "과학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학술지에만 실리기에는 영원하다"고 말했다.

42년 동안 연구를 해온 조지 베일런트(Vaillant) 교수는 대상자들의 행적이 담긴 파일을 소개하며 "기쁨과 비탄은 섬세하게 직조(織造)돼 있다"는 윌리엄 블레이크(Blake·1757~1827)의 시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Brooks)는 "이번 연구는 대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상상력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소설 같은 삶이 현실에도 존재함을 보여준다."며, "과학의 잣대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삶은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했다.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관계에 왕도는 없다. 직장생활을 하던 노후의 삶이던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의견이나 성격이 다른 이들과 선뜻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지만 폭넓은 인맥으로 자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면 이런 사람들과의 접촉도 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포용력 있는 태도야말로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6. 노후의 관계의 개선
주변 사람이 많다고 해서 정말로 훌륭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주변에서 단순히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서 진정한 친구들을 구분해낼 수 없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는 ‘친구’라는 단어를 매우 남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곤 하지만, 그것이 꼭 그 사람들이 친구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정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진실한, 몇 사람만이 당신이 누구인지, 진실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가 적을수록, 당신은 고난을 넘기기가 힘들어 질 수도 있다.

가까운 친구들과의 정신적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헌신해야 한다. 어떤 이에게 가까운 친구가 된다는 것은 정서적인 지원과 우정(사랑)을 베풀고, 실제적인 도움뿐 아니라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준다는 의미이다. 우리 자신도 다른 이에게서 이와 같은 대우를 받을 때 좋은 친구를 두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소수의 친구만 사귀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결혼과 이사, 같은 대소사의 중요한 변화를 겪을 때마다 친구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특히 노후에 이사를 한다면 좀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멋진 노후생활을 즐기려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에 대한 열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이 나의 노후생활을 격려해주고, 정서적인 지지와 실제적인 지원을 제공해준다면 그들이 바로 진정한 친구이며 노후 행복의 초석이 될 것이다.
   
노년기는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에 속한다. 이러한 시기에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똑같은 논리로써, 어려운 상황에 있는 시니어들에게 내가 가진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되살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깊은 우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이다. 우리 모두가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 때 느끼는 정신적인 만족감은 대단히 크다 할 수 있다.
  
다양한 친구를 고루 사귀는 것은 성공적인 노후생활에서 꼽는 가장 중요한 비결 중 하나이다. 우리가 늘 기회를 만들고자 관심을 둔다면 모든 나이의 새로운 사람들과 좋은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참가하는 사회적 이벤트를 찾아서 함께 참여한다면, 젊은 친구들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사귀게 된 친구들이 나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찾아보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는 보답을 기대하지 말고 특히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들보다 조금 덜 말하고 더 많이 듣는 경청이 필요하다. 

새 친구들을 사귀고, 옛 친구들과의 우정을 발전시키고 지키기 위한 이런 노력들은 노후생활 까지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고, 본인이 기대하지 않더라도 가치 있는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7. 우리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
대만의 한 산속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네 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모두 잘 장성해 교수가 되었거나 해외에 나가 큰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부인을 먼저 보내고 자식들이 모두 떠난 고향의 산골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과 손자들이 멀리서 찾아온다는 소식에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온갖 솜씨를 발휘하여 정성껏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식들을 기다리던 노인에게 갑자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한다는 전화 연락을 받게 되고, 준비했던 음식들은 주인을 잃고 만다. 

크게 상심한 노인은 음식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친구들을 불러 함께 식사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색조차 바래어 버린 낡은 수첩을 한참 동안 뒤적거려 보았지만 더불어 식사할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다. 자연만이 그의 친구였을 뿐, 사람 친구는 없었던 것이다.

창밖의 하늘마저 잔뜩 흐리다가 비가 쏟아져 내리고 망연자실해진 마음을 달래던 노인은 부엌 식탁에 다가앉아 가득 차려진 음식을 홀로 먹게 된다. 노인의 눈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당신은 「인생의 마지막 20년 후반생을 함께할 친구가 있나요?」 대만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우뤄취안(吳若權)이 지은 「우리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 내용의 일부이다. 
 
우리 노후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이 될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노후의 친구는 항상 가까이 있어야 하고 자주 만나야 하며 비슷한 목표나 같은 취미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미래의 노후에는 친구가 최고의 자산(資産)이다.

"진정한 친구(親舊)란? 세상(世上) 사람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에도 나를 찾아오는 그 사람이 진정(眞正)한 친구이다" 

최승훈(kopax88 @hanmail.net)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18- )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18- )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16- )
•한국산업교육협회 회장(17-18)
•생명보험협회 노후설계 전문강사(18- )
•평생교육사(91) •경영지도사(인사, 조직)(91)
•연세대 교육대학원 인적자원개발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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