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청양고추와 종자(種子) 전쟁 
[전대길의 CEO칼럼] 청양고추와 종자(種子) 전쟁 
  • 편집국
  • 승인 2020.05.0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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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매운 고추(Red-Pepper)’하면 한국인은 ‘청양고추’를 떠올린다. 충남 청양에서 생산하는 고추가 청양고추라고 생각들 한다. 

그런데 매운 고추의 대명사인 ‘청양고추’ 유래에 관해서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청양이란 지명’이 ‘충청남도 청양’이 아니라 경상북도 청송·영양 지역에서 생산되는 개량된 고추 품종을 일컽는다. 주왕산으로 유명한 ‘청송(靑松)의 청(靑)‘자와 ’영양(英陽)의 양(陽)‘의 첫 글자를 따서 ’청양(靑陽)고추‘란 이름이 생겨났단다.   
             
고추는 남아메리카 아마존강(江) 유역이 원산지이며 약 2,000년 전에 페루에서 재배되었다. 1493년에 콜럼버스가 스페인으로 고추씨를 갖고 가서 스페인 일부지역에 심어 키웠다. 그 후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고추가 전파되었다. 지금부터 428년 전(前)인 조선시대 임진왜란(1592년) 때 한반도에 고추가 전래되었다고 한다.   

청양고추 이름에 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분당 AK백화점 청양고추 판매대...1,390원/100g 
분당 AK백화점 청양고추 판매대...1,390원/100g 

품종(品種) 이름으로서의 청양고추 원산지와 명칭 유래에 대해서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전국적으로 청양고추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각지에서 그와 관련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산지와 명칭 유래에 대해서 지역 간에 끊임없는 논란이 일어났다. 

1968년 충청남도에서 신품종 고추 종자 개발을 위해 ‘중앙종묘(주) 청양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서 청양고추 종자를 요청했다. 청양농업기술센터는 30여 종의 고추 종자를 충청남도에 주면서 ‘고추의 신품종 이름’을 ‘청양고추’로 명명할 것을 약속받았다. 

이와 반면에 경상북도 영양군 지역에서는 1980년 중앙종묘(주)에서 경상북도를 방문해서 맵기로 유명한 '땡초'라는 고추를 영양에서 채취하고 이를 개량하여 오늘날 단맛이 가미된 청양고추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중앙종묘(주)의 홈페이지에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국내 최대 고추 생산지인 경상북도 북부 지방인 청송, 영양 지역에서 소과종이 주로 재배되어 이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하고자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육성목적에 비교적 근접한 품종을 육성하여 청송의 '청(靑)'과 영양의 '양(陽)'자를 따서 '청양(靑陽)고추'로 명명해서 고추품종을 등록했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경북 청송군과 영양군에서 이 품종의 고추 재배를 많이 했는데 그때부터 유명세를 타다 보니 두 지역의 앞 글자를 딴 '청양(靑陽)고추‘가 나왔다는 주장이 있다. 값이 비싸고 고귀한 고추라는 뜻을 가진 ‘천냥(千兩)고추'에서 ’청양고추‘가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각 지역의 분분한 주장 속에서, 충청남도와 청양군은 청양고추를 향토 지적재산으로 내세우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2000년부터 청양고추축제를 개최하는 동시에 2001년에는 청양고추와 관련된 상표권 등록에 나서 '청양고춧가루 푸르미'라는 상표권을 등록했다. 또한 2003년에는 '청양고추'와 관련한 상표명에 대한 지적재산을 등록했다. 

그리고 ‘청양고추’는 ‘고추 육종가, 유 일웅 박사’가 제주산 고추와 태국산 고추를 잡종 교배한 품종이라고도 전해 온다. 

청양고추 종자를 개발한 유 일웅 박사가 청양고추 로열티를 토종업체인 중앙종묘로 넘겼는데 미국으로 넘어갔다가 또 다시 독일로 넘어갔다. 청양고추 품종을 우리가 생산, 판매해도 종자 사용료를 독일 바이엘(Bayer)사에 지불하고 있다. 

사연인즉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 청양고추를 개발한 ‘중앙종묘’가 외환위기 때 멕시코의 종자 회사로 팔렸다가 미국 Monsanto(1901년 창사)로 넘어갔다. 2018년 6월7일, 몬산토 회사는 Aspirin으로 유명한 독일 바이엘(Bayer)사로 한화 67조원에 다시 팔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 농민이 청양고추를 재배하려면 독일 바이엘 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바이엘 회사에서 청양고추 종자 씨앗을 팔지 않으면 청양고추를 재배할 수 없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0년대 말, 국내 종자업계 1위인 ‘홍농종묘’가 세계 종자업계 2위인 ‘멕시코 세미니스’에 팔렸다. 국내 2위 업체인 ‘서울종묘’도 ‘스위스 노바티스’에 팔렸다. 국내 종자업계 4위인 청원종묘도 ‘일본 사카타’에 팔렸다. 국내 상위 종자업체들 모두가 해외 다국적 기업에 매각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고추에 관한 종자 주권을 잃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국적기업에 농작물 로열티로 해마다 약 150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 

종자의 경우 종속은 특히 심해 로열티의 50% 가량을 외국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동부그룹에서 동부팜한농이 계열 분리될 때 외국기업 인수설로 종자 주권론이 사회적으로 일었다. 동부팜한농에서 개발했거나 보유 중인 600여 종류의 Royalty를 LG화학에서 사들여 참으로 다행스럽다.

  한국토종 구상나무
  한국토종 구상나무

그리고 세계적으로 X-Mas Tree로 사용되는 구상나무를 미국에서 자란 나무라고 생각하는데 지리산 등지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토종 나무임을 밝힌다.  

1915년 선교차 한국에 온 유럽 신부가 구상나무 종자 씨앗을 유럽으로 갖고  가서 현재의 X-Mas Tree로 개량해서 보급한 것이다. X-Mas Season때 마다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나라는 구상나무 원산지인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임도 알아야 한다.  
                      
세계적인 물푸레 나무과 정원수인 ‘Miss. Kim Lilac’도 한국 토종 품종, ‘털 개회 나무’이다. 1947년,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인 ‘엘윈 미더(Elwyn M. Meader)’씨가 털개회 나무(씨앗 12개)를 반출해서 7개의 씨앗을 성공적으로 발아시켜 실내 관상용 신품종을 탄생시킨 게 사실이다.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타자수로 일하던 Miss. Kim을 떠올려 ‘Miss. Kim Lilac’이라고 이름 붙였다. 

미스킴라일락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지급된 종자 로열티가 자그마치 1,457억 원임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제주도 왕벚꽃 길
 제주도 왕벚꽃 길

뿐만 아니라 해마다 봄이 오면 미국 Washington D.C 길거리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나무는 일본에서 미국에 벚꽃나무를 선물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국화(國花)인 벚꽃나무는 제주도 왕 벚꽃 나무를 일본에 갖고가서 개량한 것이다. 미국 Washington D.C 길거리의 아름다운 벚꽃이 제주도 왕 벚꽃의 종자라는 게 정설이다. 

앞으로도 지구상에서 식물의 종자 전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양고추를 우리 농산물이라고 마음 놓고 재배하지 못하고 종자료를 내야 한다. 

Corona19로 인한 신종 Virus와의 전쟁 중에 ‘종자전쟁(種子戰爭)’ 이야기도 꺼내 보았다. 조물주가 우리 한국인에게 주신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종자들을 조사연구해서 잘 가꾸고 종자등록을 해서 Royalty를 받길 바란다. 
 
청양고추 Royalty도 독일 Bayer사에서 하루 빨리 다시 사왔으면 좋겠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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