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선생(先生)과 스승
[전대길의 CEO칼럼] 선생(先生)과 스승
  • 편집국
  • 승인 2020.05.1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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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해마다 5월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그런데 학생들과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스승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동자(勞動者)로서의 선생, 교사, 교수들만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들린다. 

교사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교사들의 노동 3권과 권익(權益)을 추구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 ‘전교조(全敎組)’가 있다.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인 ‘한교총(韓敎總)’이란 교사들 권익단체도 활동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는 ‘전교조’와 ‘한교총’ 소속의 초·중·고 선생들 사이에 갈등(葛藤)을 빚고 있는 게 사실이다.  
 
‘먼저 선(先)+ 살 생(生)’자의 ‘선생(先生)’이란 말은 ‘먼저 태어난 사람, 먼저 배운 사람’이다. 국어사전에는 ‘교사(敎師)’란 ‘초·중·고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생활용어이기도 하다. 

‘가르칠 교(敎)+ 줄 수(授)’자의 ‘대학 교수(敎授)’는 ‘대학에서 전문 학술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이다. 

‘스승’이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으로 선생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높여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 우리들은 ‘김 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김 형석 교수’를 참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품격이 맑고 학문이 높은 스승’을 ‘풍류사종(風流師宗)’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드리는 정도에 따라 그 울림이 다르다’는 뜻으로 ‘스승의 질문의 정도에 따라 알맞게 대답하는 것’이 ‘고소소명고대대명(叩小小鳴叩大大鳴)’이다. ‘예기 낙기편(禮記 樂記篇)’에 나오는 말이다. 

세계적인 음악가, 유전학자, 과학자, 생물학자의 스승에 관한 4가지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 
교향시(交響詩)의 창시자, 작곡가, Pianist인 ‘Franz List(1811~1886)’는 오스트리아의 시골인 ‘라이딩(Raiding)’에서 태어났다. 항가리가 국적인 아버지는 ‘에스테르하지(Esterhazy) 후작(侯爵)’의 집사(執事)로서 음악 애호가였다. 

프란츠 리스트가 어느 시골 마을을 여행할 때의 이야기다. 
그 마을 극장에서 List의 제자라고 하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회를 연다고 해서  떠들썩했다. 그러나 List는 그 여류 피아니스트가 금시초문(今時初聞)이라서 어리둥절했다.                                             

  Franz List
  Franz List

이상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호텔에서 쉬고 있는데 한 젊은 여인이 찾아와서 “훌륭하신 List 선생님 이름을 빌리지 않으면 나같은 것이 연주회를 연다고 해도 들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감히 List 선생님의 이름을 도용했습니다. 오늘 밤 연주회를 취소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라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자 List는 그 여인을 호텔의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연주케 하고 잘 못 연주한 부분을 바로잡아 주었으며 피아노 연주 시 주의할 점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 여인에게 “나는 지금 당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어요. 이로써  나의 문하생이 되었으니 당신은 List의 제자로서 오늘 밤 연주회를 열어도 좋아요”라고 말해 주었다. 

<두 번째 이야기>
완두콩의 교배 실험을 통한 ‘멘델의 법칙’을 밝혀낸 오스트리아의 유전학자이며 수도사(修道師)인 ‘그레고어 멘델(Gregor Johann Mendel..1822~1884)’은 35세 때 체코 프라하의 국립실과학교(國立實科學校)에서 교사로 일했다. 그는  훌륭한 자질을 갖춘 교사로서 학생들의 인기가 높았으며 학생들이 잘 따랐다.                       

 Gregor Johann Mendel
 Gregor Johann Mendel

그의 교수법은 훌륭했으며 학생들에게는 친절하고 학사(學事) 처리도 공명정대했다. 그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알아듣기 쉬웠으며 학업부진 학생에게는 특별 보충수업을 해 주었다. 이러한 멘델 교사의 학습지도에 대해서 “멘델 선생님은 진정 교사직이 좋아서 열중하는 것 같고 어떤 교재를 갖고서도 재미있게 설명할 줄 알며 우리 학생들은 멘델 선생님의 수업시간이 기다려 진다”라고 학생들은 말했다.  

<세 번째 이야기>
영국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젊은 시절 책방의 점원으로 일했다. 어느 날, 고객이 준 <H. 데이비의 강연회> 입장권이 인연이 되어 과학자이며 왕립연구소의 화학자인 ‘Humphry Davy...1778~1829’卿의 제자가 되었다. 패러데이가 작성한 데이비 경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헌정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왕립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Sir Humphry Davy
  Sir Humphry Davy

그 후 패러데이는 데이비 경의 비서로 일하며 언제, 어느 곳이든지 함께 동행하면서 전기와 자기(磁器)에 대한 위대한 발견을 했다. 어떤 사람이 데이비 경에게 “지금까지 당신이 한 일 중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데이비 경은 “패러데이를 제자로 둔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네 번째 이야기>
진화론을 증명한 ‘Charles Robert Darwin(1809~1882)’이 ‘종자(種子)의 변천 진화’를 연구하게 된 것은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Beagle)號’에 승선하고 부터였다. 자연을 관찰하고 미지의 자연에 접촉하여 사색한 것이나 특출한 자연 관찰력은 영국 식물학자인 스승 ‘John Stevens Henslow..1796~1861)’의 영향 때문이다.                       

John Stevens Henslow 교수
John Stevens Henslow 교수

찰스 다윈이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학생 시절에 식물학, 곤충학, 화학, 지질학 등에 박학다식한 헨슬로 교수는 제자들이 숭배하는 참 스승이었다. 찰스 다윈도 헨슬로 교수를 존경하고 늘 그와 시간을 함께 하려고 노력해서 ‘헨슬로와 산책하는 학생’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러므로 비글호에 탔을 때에도 대자연을 관찰하는 예리한 역량이 돋보인 찰스 다윈은 “내가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것은 오로지 헨슬로 스승님의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스승들 이야기를 통해 “훌륭한 스승(恩師)이 훌륭한 제자를 만든다”는 진리를 알 수 있다. 

이에 선생과 스승에 관한 선현들의 가르침을 한번 살펴보았다. 

“부모로 부터 생명을 받았으나 스승으로 부터는 생명을 보람 있게 하는 것을 배웠다”라고 <플루다르크 영웅전>은 말한다.
 
 “인내심을 갖지 않은 교육자는 낙제다. 애정과 기쁨을 가져야한다”고 ‘J. H. 페스탈로치’가 말했다. 

“독창적인 표현과 지식의 기쁨을 환기시키는 것이 교사의 최고의 기술이다”라고 ‘아인슈타인’이 갈파했다.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선생은 만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고 ‘사마광(司馬光)’이 말했다.

“예전에 훌륭한 학자들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다. 스승이란 도(道)를 전하며 업(業)을 주고 의혹을 푸는 소이(所以=까닭)다”라고 말한 당나라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한유(韓愈...768~824)’의 가르침이 스승의 날에 큰 울림을 준다.

선생이나 교사들은 교육현장이나 산업현장에 넘쳐나지만 사방을 둘러보아도 참 스승을 찾아보기 힘들다. 해박한 지식을 갖춘 <난 사람>, <든 사람>은 우리 주변에 많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바탕으로 만인에게 표상이 되는  <된 사람>을 길러내는 참 스승이 어딘가에 계실 테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밥상머리 가정교육 현장에서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들의 스승임을 새삼 깨우친다. ‘하늘나라 어머니’가 내 삶의 스승임을 이제야 알았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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