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위기구품(圍棋九品)과 회사의 직위(職位)
 [전대길의 CEO칼럼] 위기구품(圍棋九品)과 회사의 직위(職位)
  • 편집국
  • 승인 2020.05.20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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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위기구품(圍棋九品)’은 바둑 기량의 품격을 9단계로 나누어 이름붙인 것이다. 바둑 두는 일이 직업인 프로 기사(棋士) 단위(段位..초단~9단)의 별칭(別稱)을 돌계단 올라가기와 같은 회사 내 직위(職位)와 비교했다.   
         
▶初단의 별칭은 ‘수졸(守拙)’이다. 
‘경쟁 사회에 갓 입문한 Junior라고 할 수 있다’ 바둑을 배운지 1~2년  지난 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때다. 기업으로 치면 신입사원이나 주임 급 사원이 꿈과 희망을 갖는 단계이다.  
  
▶二단의 별칭은 ‘약우(若愚)’다. 
겉으로 보기에는 약간 모자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생각과 지모(智謀)를 갖추었다. 기본기를 갖추고 무한성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험이 필요하다. 기업의 대리급으로 볼 수 있다.  

▶三단의 별칭은 ‘투력(鬪力)’이다. 
싸움의 기세가 강하며 바둑에 힘이 붙어 싸워야 할 상황에서는 잘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으나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용기가 필요한 단계다. 실력의 고하를 떠나 용감한 자만이 험난한 강호무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의 과장(課長)급으로 볼 수 있다. 

▶四단의 별칭은 ‘소교(小巧)’다.  
‘작은 재주를 갖다’는 말이다. 소박하게나마 기교를 부릴 수 있는 단계다. 전국(戰局)을 살피는 안목이 있으며 국지전에서는 테크닉을 구사하며 스스로 바둑의 묘미를 즐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때로는 방황하고 좌절하지만 시련과 아픔을 통해 성숙한다. 기업의 차장급이다.  

▶五단의 별칭은 ‘용지(用智)’다. 
‘지혜를 쓴다, 상당히 지혜롭다’는 단계다. 큰 이득을 위해서 작은 손해는 감수한다. 바둑판 전체를 살피는 전략을 잘 구사한다. 승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왕성해서 새로운 모험을 즐긴다. 기업의  팀장이나 부장(部長)급이다. 

▶六단의 별칭은 ‘통유(通幽)’다. 
‘두루 통한다, 바둑의 심오한 세계로 진입하다’는 의미다. 바둑의 진경(眞境)을 음미하는 높은 수준에 도달하며 바둑을 통해 진리의 세계에서 황홀경을 체험하는 단계다. 기업의 이사(理事)~상무(常務) 급이다. 

▶七단 별칭은 ‘구체(具體)’다. 
‘온전히 갖추다, 바둑의 기술적인 면을 체득하고 바둑판 앞에 앉는 순간, 언제 어느 때든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가 있다’는 단계다. 바둑 한 판을 통해 조화와 중용의 정신을 구현하는 경지에 이른다. 사람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다. 기업의 전무(專務)~부사장(副社長)급이다. 

▶八단의 별칭은 ‘좌조(坐照)’다. 
‘앉아서도 훤히 내다 본다’, ‘인간의 노력만으론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기재(棋才)가 타고난 사람만이 도달할 수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세상의 변화와 삼라만상이 생성기멸(生成起滅)하는 우주 섭리를 내다볼 수가 있다. 기업의 CEO(最高經營者)급이다. 

▶九단의 별칭은 ‘입신(入神)’이다. 
‘기술 숙달로 영묘한 신(神)의 경지에 오르다’는 게 사전적 정의다.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름을 말한다. 승부의 허무까지를 초월한다. 더 이상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 사람의 지혜,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다. 대한민국의 경제영웅인 정 주영 회장, 이 병철 회장, 이 동찬 회장처럼 기업의 총수(總帥)급을 이른다.  

광개토대왕 왕릉의 돌계단
광개토대왕 왕릉의 돌계단

수졸에서 입신의 경지에 이르려면 땀과 노력, 그리고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목표를 세우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익히고 훈련해야 한다. 

‘습관이 몸에 배면 천성(天性)이 된다’는 ‘습여성성(習與性成)’이란 말이 있다. 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은 다시 타고난 성품처럼 변한다. 인간의 천성은 비슷하나 어떻게 습관을 들이느냐에 따라 위기구품(圍棋九品)의 프로기사 단위도 멈추지 않고 오를 것이다. 

바둑 공부에 입문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하는 습관을 들여 천성처럼 변해도 보통사람들은 바둑 9단인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를 수 없다.  하지만 바둑 8단인 ‘좌조(坐照)’의 반열까지는 오를 수 있지 싶다. 기본적으로 타고 난 지능지수가 높아야한다. 

바둑 5단인 ‘용지(用智)’에 오르려면 보통 사람에게는 무한한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바둑 초단인 ‘수졸(守拙)’에 이르는 것도 참으로 어려우며 누구나 노력한다고 해서 ‘용지(用智)’에 이를 수 없다. 높은 경지의 덕체지(德體知)를 고루 갖추어야 한다. 

바둑의 위기구품 승단 사다리는 직장인의 경력 진로(Career-Path)와 흡사하다. 어떤 일이나 나름대로 사다리 오르기처럼 여러 단계가 있다. 빗방울이 돌에 구멍을 내듯이 목표하는 일을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 

높이 오르려면 계단 오르기처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Go back to the Basic)”. 그런데 요즘 바둑계에는 20~30대 나이에 위기구품(圍棋九品),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른 천재 프로기사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   

바둑인공지능 프로그램

끝으로 Google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Alpha-Go>가 은퇴 후에 우리나라에서 <돌 바람>, <미니고>, <엘프고>, <릴라제로>란 4가지 ‘한국형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새롭게 나왔음을 알린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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