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구조조정 칼바람, ‘퇴직’있어도 ‘재취업(전직)지원’없다.
유통업 구조조정 칼바람, ‘퇴직’있어도 ‘재취업(전직)지원’없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06.01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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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 줄이기 속도 내는 롯데..연내 121곳 정리 수순
대규모 실업 예상에도 ‘비자발적 퇴직’없는 아이러니
재취업지원서비스 법에서 소외받는 근로자들, 취업 지원 절실
유통업계 대규모 규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관련 실업자 급증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 외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대규모 규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관련 실업자 급증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 외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유통업계에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지난 수년간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적자 기록에 일견 예상된 구조조정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며 각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소속된 근로자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속화된 유통업계 칼바람은 이달부터 시행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의무화 법까지 불어오고 있다. 사실상 해고 수순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엉성한 기준 탓에 근로자들이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121곳 문 닫는 롯데..1만 7000여개 일자리가 위태롭다

유통업계 구조조정에 뜨거운 감자는 단연 롯데 발 소식이다. 롯데그룹은 적자경영이 지속되는 오프라인 시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위주 판로 변경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를 위해 그 속도를 한층 더 높였다.

롯데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내 대형 백화점 5곳을 비롯해 마트 16곳, 슈퍼 75곳, 롭스 25곳 등 121곳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2020 롯데의 점포 정리 계획안
2020 롯데의 점포 정리 계획안

이미 상반기 중 슈퍼와 롭스 매장 20여 곳이 정리 절차를 밟았으며, 직영매장인 롯데마트 양주점과 천안아산점, vic신영통점도 문을 닫는다. 5월 10일에는 영플라자 청주점도 문을 닫았다. 업계에선 롯데그룹이 진행하는 점포정리로 약 1만 7000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2017년 기준으로 발표한 점포 유형별 종사자수(협력사 포함)는 백화점 2000~5000명, 마트 400~500명, 슈퍼 15~20명, 롭스 3~4명 수준이다. 이번 121개 점포 정리로 최소 1만 7600여 개에서 최대 3만 46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점포정리로 인한 인력 감축은 없으며 협력사를 포함해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노조 측은 장거리 배치 등으로 인해 사실상 해고를 유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퇴직·해고 있어도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받을 수 없는 이유

이런 와중에 5월 1일부터 시행된 고용보험 피보험자 10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는 관계 근로자들에게 작은 위로로 다가왔다. 점포 정리로 일자리를 잃는다 하더라도 새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일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이들 중 극히 일부뿐이었다. 느슨한 규제가 낳은 구멍이 큰 까닭이다.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퇴사 사유가 ‘비자발적 퇴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에 따르면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일정 수준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계약직은 3년 이상) 50세 이상일 경우 ‘비자발적 퇴직’에 한해 이직하는 근로자여야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이직일 직전 3년 이내, 경영상 퇴직이나 희망퇴직의 경우 이직 전 1년 이내 이직 후 6개월 이내에 진로설계, 취업알선, 취·창업 교육 중 일부를 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을 의무가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리플릿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지원 내용.
고용노동부에서 리플릿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지원 내용.

다만 현실적으로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비자발적 퇴직자가 많지 않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이번 롯데의 점포정리로 인한 퇴직도 같은 이유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는 이들이 대다수다. 상기 언급한 것처럼 롯데는 이전 점포정리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타 점포 배치 등으로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것.

하지만 노조는 “편도 출퇴근 시간이 2시간이 넘는 이들도 발생하고 있다. 기존 근무지와 거리 차이가 심한 점포로 발령돼 장거리 출퇴근을 할 수 없는 직원들에겐 사실상 해고를 권유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롯데 측은 이에 대해 “폐점 점포 인력에 대해 인근 점포 배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공석이 없을 시 불가피하게 더 먼 점포로 배치될 수도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근로자가 퇴사를 결정하게 되면 명목상 이들의 퇴사는 자발적 퇴사가 된다. 사정에 의해 불가피한 선택임이 분명함에도 결과적으로는 비자발적 퇴사가 아니기 때문에 재취업지원서비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만다.

폐점 점포 소속 근로자 중 다수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라는 점 또한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에 발목을 잡았다.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는 제공 기업에 소속 근로자로 고용보험이 가입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즉 협력업체 소속이나 고용보험 미가입 단시간 근로자 등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2019년 고용형태공시 결과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소속 외 근로자 수는 1만 1533명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전체 고용 근로자 4509명 중 439명이 소속 외 근로자며 7명이 기간제 단시간 근로자로 10% 가까이 차지한다.

롯데쇼핑의 2019 고용형태공시 결과
롯데쇼핑의 2019 고용형태공시 결과

다른 유통 관련 기업도 마찬가지. 국내 대형 유통 마트 3대장 중 하나인 이마트는 3만 7794명 중 9061명이 소속 외 근로자였다. 또 다른 대형 유통 업체인 홈플러스도 2만 1692명 중 소속 외 근로자 수는 2835명으로 전체 비율 중 10% 이상을 차지한다.

단시간 근로자나 기타 다른 계열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더 커질 것이다. 이들은 소속 외 근로자란 이유로 근로를 제공한 기업으로부터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유통업계 오프라인 시장, 퇴직자 대상 지원 대책 없나?

문제는 유통업에서 오프라인 시장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기적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적자가 누적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언택트 산업 확대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한 온라인 시장 확대는 오프라인 유통 산업이 사양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유통 산업이 빠르게 저물어가는 가운데,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불거지고 있다.

같은 일환에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의 지원 대상에 대한 기준도 보다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느슨한 기준 탓에 기업은 퇴직자에 대한 책임에서 회피할 구실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 산업에 부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관련 근로자들이 무직 상태로 또는 제대로 된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취업 전선에 배출될 경우 실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슈퍼나 마트 등에 고용된 근로자는 대다수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중장년 여성 근로자가 많다. 대부분이 취업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더군다나 산업 자체의 사양으로 인한 퇴직이기 때문에 종전 직업과 다른 전혀 새로운 직무와 산업 군에 취업 도전을 해야 한다. 재취업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이들은 다수가 종전 직장에서 가까운 인근 지역에 거주하면서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책임 있는 재취업 지원 없다면 이들의 실업이 장기화되며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단 전망이 지배적이다.

집단 퇴직이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비자발적 퇴직과 퇴직 연령 등에 대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으로 정작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재취업지원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례를 최소화해야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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