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베이비부머 세대, 다양한 취업 및 직업훈련 지원 이뤄져야
퇴직 베이비부머 세대, 다양한 취업 및 직업훈련 지원 이뤄져야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6.09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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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 베이비부머 경력경로 이해 위한 종단연구 보고서
내려놓기 중요성 강조에도 현실적 생계 영위 위한 사회적 체계 구축은 필요
은퇴 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려놓기의 깨달음과 함께 다양한 취업과 직업훈련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중장년 채용박람회 모습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어제까지 대기업 임원이었던 이가 건설현장 일용직, 대형마트 상하차 업무를 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괴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한 자존감의 하락과 달라진 생활 환경에서 오는 불편함은 현재 우리나라 은퇴세대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백세시대를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가장 크게 불거진 화두가 바로 이것이다. 현명한 인생이막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려놓음’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현실을 타개할 수 있을까. 최소한의 경제 생활 없이 안정적인 노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에서 생계유지 측면에서의 취업 및 직업훈련 지원 체계 구축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일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하고 은퇴 세대들의 인생이막에 대한 조언을 곁들였다.

이번 연구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성별·학력·주된 일자리 경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42명의 표본을 선정한 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의 심층 인터뷰 결과와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특성은 ▲퇴직에 따른 심리·정서·관계·경제적 위기 회복 ▲내려놓음(변화와 수용) ▲주체적인 삶의 목표 설정과 실천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운데 본인을 위한 삶을 지향 ▲존재감(쓸모있음과 인정욕구) 회복 등이다.

퇴직 후 개인마다 어려움의 정도, 기간 등이 차이가 있으나 위기를 경험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극복했다는 특성이 있었다. 일례로 대기업에서 26년 근무하고 임원까지 승진한 뒤 퇴직한 A씨(남, 62세)는 공사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를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취업했다.

그는 “정년 퇴임 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라는 온실을 잊고 근로의 가치를 신성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내 자신의 생활철학을 바꾼 뒤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A씨의 사례에서 확인한 것처럼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베이비부머에게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존 인식 혹은 타인과의 비교를 내려놓는 ‘내려놓음(전환)’이 보였다.

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투자신탁회사와 증권사에서 총무와 영업 등을 거쳐 퇴직한 B씨(남, 62세)는 자격증을 취득하여 6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갑작스럽게 닥친 퇴직 당시 자녀들이 아직 독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토록 버틴 주된 일자리에서는 손에 쥔 것 없이 나와 허탈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후 “타인과의 비교와 돈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아직도 출근하며 가장의 역할을 다 하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고, “아들이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문자도 하더라”고 말했다.

본인이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지향하고 좋아하는 일과 활동을 선택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호텔조리부에서 33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C씨(남, 64세)는 요리사 밴드(네이버의 모임형 SNS)에 가입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가운데 직원식당 등 여러곳에서 1~3개월의 짧은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항상 요리사란 자부심을 갖고 성실과 책임감으로 살아왔다”며, “움직일 수 있을 때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말고 살아보자고 생각하고, 취미인 레고 조립 등을 하며 행복을 느끼고 산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D씨(여, 62세)는 “진짜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잘못 살았다는 느낌과 갑자기 밀려오는 허탈감과 우울감”에 힘든 시기를 겪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90% 이상을 차지하던 일의 비중을 50%로 낮추는 대신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와 삶의 변화 도표. 자료제공 한국고용정보원

김은석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주된일자리 퇴직 후 베이비부머의 일과 삶의 변화는 다름이 아닌 자신의 무너진 존재감을 회복해 나가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에 해당한다”면서 “퇴직을 전후로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인식의 전환과 깨달음, 학습과 성장, 일이나 활동을 통한 보람과 의미 추구 등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쓸모있음’과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베이비부머는 그만큼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제언했다.

이어 “기본적으로는 생계유지 측면에서의 취업 및 직업훈련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나, 행복한 노후와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는 고용-교육-복지의 긴밀한 연계 하에 이들의 ‘손상된 존재감 회복’을 지원하는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는 한국고용정보원 홈페이지‘에서 PDF 원문을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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