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폴란드軍의 두 손가락 경례(敬禮)
[전대길의 CEO칼럼] 폴란드軍의 두 손가락 경례(敬禮)
  • 편집국
  • 승인 2020.07.0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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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월남전 참전용사,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경(敬)’이란 글자는 ‘공경(恭敬), 감사(感謝)하는 예(禮),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며 삼가다. 마음을 절제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게을리 하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공경(恭敬)하여 섬기는 것이 ‘경사(敬事)’이며 조상(弔喪)하는 것이 ‘경조(敬弔)’이다. 

공경하는 마음과 존경(尊敬)하는 뜻을 ‘경의(敬意)’라 하며 공경하고 사랑함이 ‘경애(敬愛)’이다. 초월적(超越的)이거나 위대한 대상(對象) 앞에서 우러르는 마음으로 받들고 조심하는 것이 ‘경건(敬虔)’이다. 노인을 공경함이 ‘경로(敬老)’이며 공경하고 위로하는 모임이 ‘경로회(敬老會)’이며 그 집이 ‘경로당(敬老堂)’이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 공경하는 태도로 듣는 것이 ‘경청(敬聽)’이며 공경하여 축하함을 ‘경하(敬賀)’라고 한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4자 성어가 ‘경천애인(敬天愛人)’이다.
                   
공경(恭敬)의 뜻을 나타내는 인사가 ‘경례(敬禮)’이다. 세계 각국 군대의 기본예절인 거수경례(擧手敬禮)는 어떻게 시작했을까?

거수경례(擧手敬禮)
거수경례(擧手敬禮)

지금과 같은 한 손 경례는 중세 프랑스 기사 기원설에서 유래한다. 갑옷을 둘러 입고 투구까지 쓴 기사는 무장 상태에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기 때문에 기사들이 마주치게 될 경우 적의가 없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투구를 손으로 들어 얼굴을 보인 것이 한 손 경례의 시초라는 것이다. 

이 행동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눈을 마주침으로써 “너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기선제압의 의미도 깔려 있었다. 최초의 경례는 기사가 오른손으로 투구의 얼굴가리개를 들어 올린 행동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모든 국가의 군대 예절은 경례로 시작한다. 경례는 상관에 대한 복종과 충성을 의미하지만 군인들 상호 간에 대한 경의와 우호, 혹은 비(非)적대 의사를 나타내는 행위이다. 무기를 휴대하지 않은 오른손으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할 의사가 없음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오늘날 일반적으로 하는 경례를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로마 제국이다. 고대 로마인이 공직자를 만나면 맨 먼저 한 손을 앞으로 뻗어 보였다. 이는 암살이 빈번했던 시절이기 때문에 무기를 숨기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행위였다. 

중동지역 아랍인들 사이에 서로 얼싸안고 친숙함을 나타내는 인사법이 있다. 그들이 어깨를 두드리며 볼을 비비는 인사법은 상대방 몸을 두 손으로 쓸어보며 칼이나 권총 등을 숨기고 있지 않는가를 확인하는 행위이다.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로마 제국의 경례 법은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오른팔을 들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는 형태다. 사실 20세기에도 이런 경례 법을 상징적으로 사용한 군대가 있다. 바로 ‘제 3제국’을 지향했던 나치 독일이다. 

로마의 경례 방식을 나치 독일이 베낀 이유는 로마 제국 전통과 위엄을 차용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로마식 경례’를 미군도 한 때 사용했다. 

19세기 말 미국은 ‘국기에 대한 경례(Pledge of Allegiance)’를 의무화했다. ‘프랜시스 벨라미(Francis Bellamy, 1886~1972)’ 소설가 이름을 따서 ‘벨라미 경례(Bellamy Salute)’라고 부른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벨라미 경례를 처음 창안한 사람은 ‘유스 컴패니언(Youth Companion)紙의 편집장, ‘제임스 업햄(James Upham)’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란 소리를 듣고 즉흥적으로 이 경례를 제안했다. 미국은 이 경례 방식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까지 사용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당과 나치 독일이 같은 경례 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자 이 경례를 폐지했다. 

국기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경례 방식은 오늘날과 같이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가져다 대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미국이 왜 이런 ‘로마식’ 경례를 도입했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 중 스스로를 ‘신(新) 로마 제국’으로 여기며 독수리 문장까지 차용했던 미국이 고대 로마와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서 시도했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그 밖에 특이한 경례 방식으로는 1928년부터 1939년까지 존속했던 알바니아 조그(Zog) 왕조의 ‘조그식 경례(Zogist salute)’가 유명하다. 알바니아 군인들이 사용했던 이 경례 법은 오른팔을 직각으로 꺾어 쭉 편 손이 왼쪽 가슴에 닿게 하고, 손바닥은 아래로 향하는 경례 방식이다. 이 경례는 Zog I세의 경호경찰들이 처음 사용했는데 왕립 알바니아 군으로 퍼진 것이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군과 연합군이 ‘거수경례’로 인해 언쟁이 발생했던 재미있는 일화(逸話)가 있다.                    

두 손가락으로 거수경례 하는 폴란드군
두 손가락으로 거수경례 하는 폴란드군

두 손가락만 들고 거수경례를 하는 폴란드군의 경례 전통을 오해한 연합군 장교가 폴란드 군인들과 언쟁을 벌였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편 채 오른 손의 날이 보이도록 거수경례를 하기 때문에 연합국 장교들 입장에서는 폴란드식 경례가 자신들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란드 군인들의 두 손가락 경례는 200년을 넘는 전통을 가진 경례 법으로 폴란드의 아픈 역사가 담겨져 있다. 18세기 말,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프러시아 3국의 분할로 국가를 잃은 폴란드인들은 1830년, 바르샤바 봉기를 통해 전국적인 독립운동을 일으켰다. 그 당시 폴란드 동부 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러시아 군대는 폴란드인들을 잔인하게 진압했으며 폴란드인들은 결사항전으로  저항했지만 패배했다. 

이 때 ‘두 손가락 경례’가 탄생했다. 폴란드 독립전쟁 때 ‘오르신카 그로호프스카 전투(Battle of Olszynka Grochowska)’에서 러시아 군이 쏜 대포 파편에 맞아 손가락 3개를 잃어버린 한 병사가 남은 두 손가락으로 경례를 했던 게 그 효시(嚆矢)이다. 그 후 폴란드 군대에서는 두 손가락 거수경례가 전통이 되었다. 폴란드 군인이 거수경례할 때 두 손가락의 의미는 ‘조국’과 ‘명예’이다.

2018년, 폴란드는 독립 100주년을 맞았다. 폴란드 크단스크 조선소의 노조 지도자, 바웬사는 대통령까지 오르기도 했다. 폴란드 출신 음악가, 쇼팽의 심장이 묻힌 유명한 성당도 있다. 쇼팡을 기념하는 동상 앞의 거리 벤치에는 단추만 누르면 쇼팡의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독일인 쇼팬하우어가 크단스크 도시에 살았던 집도 관광명소다. 폴란드는 독일 등 주변국들이 침략해 와서 수 많은 국난을 겪어왔다. ‘바르사바(Warsaw)’는 바르(人魚)와 사바(漁夫)의 전설이 담긴 폴란드의 수도 이름이다.

오늘날 경례와 비슷하게 오른 손이 아닌 왼손을 올렸다는 기록도 있다. 칼끝을 비스듬히 아래로 향한 채 칼을 쥐지 않은 다른 손을 모자에 대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기록도 있다. 영국 왕립 해군의 경례 방식과 흡사하지만 약간 다른 경례 방식의 군대도 있다. 

덴마크 육군은 영국 왕립 해군 경례 방법과 흡사하나 손목만 90도를 꺾어 지면과 평행이 되게 하는 경례법이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Israel Defense Forces)은 의전 목적이 아닐 경우에는 보통 경례를 않는다. 

우리 군에서는 경례를 할 때 통일된 구호를 붙이는 것이 기본적이다. 경례에 구호를 붙이는 것이 반드시 일반적이지는 않다. 단지 경례가 의전과 관련된 경우가 많아서 여러 사람이 같은 타이밍에 경례를 해야 하는 목적, 그리고 구호를 통해 부대 기풍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으로 구호를 붙인다. 

대한민국 국군의 경우 “충성”, “통일”, “필승”, “단결” 등이 일반적인 구호지만 사단 단위 이상의 제대에서는 “선봉”, “승리”, “이기자”, “백골”처럼 고유의 부대 명칭이나 별칭을 경례 구호로 쓰기도 한다.
 
미군의 경우는 전투부대에 한해 부대 별명이나 슬로건을 경례 구호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미군 제2사단의 “Second to None”, 미 제18공정군단의 “All the way”(상급자는 Airborne으로 받는다), 미 제82 공정사단의 “All Americans”, 레인저 부대의 “Rangers Lead the way” 등이 있다. 

이 중 재미있는 것은 제82공정사단의 “All Americans”인데, 그 유래는 1917년 부대 창설 당시 미국 48개州 마다 한 명씩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전 미국인을 대표한다는 의미로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경례에 구호를 붙이는 것은 세계적으로 일반적이지는 않다. 군대의 경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방의 계급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적대 의사가 없음을 표현한다. 

HBO의 유명한 영화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The Band of Brothers)>(2001)에서 리처드 윈터스(Richard Winters) 소령은 “경례는 계급에 대해 하는 것이지, 사람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경례는 규율과 질서가 있는 조직에 속해 있음을 자각하고 이를 따른다는 행위이다.   

경례는 시대와 문화, 복제가 변천함에 따라 변천했다. “받들어 총~!” 경례 등 무기를 소지할 때나 소지하지 않은 경우 경례 법은 다르다. 그리고 실내와 실외, 다수의 인원이 함께할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제정되었다. 

지금도 계속 장비와 조직이 변화하고 있으며 무기의 형태 및 모양, 개인화기의 사용 및 휴대 방법, 각 군이 사용 및 탑승하는 무기 종류 등이 변화함에 따라서 경례 방식은 새롭게 변화할 것이다. 

예전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친지들에게 두 손가락 경례를 한 적이 있다. 이런 경례법이 폴란드 군인의 경례 법임을 이제 와서 새롭게 깨우쳤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월남전 참전용사,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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