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어느 3수생의 작은 소망
[취재수첩] 어느 3수생의 작은 소망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7.23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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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하지만 노동자는 아닌 가사노동자 권리구제는 언제쯤 가능할까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벌써 세 번째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장담은 할 수 없다. 앞선 두 번의 시도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 전례가 있는 때문이다.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 13일, 정부의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일명 가사근로자법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번 법안은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가사근로자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주당 15시간의 최소 근로시간을 비롯해 사회보험 가입, 최저임금제 준수 등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 발생 시에는 사후 처리와 함께 종사자 신원보증 등을 수행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핵심만 뽑아서 말하면 가사근로자들의 노동자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법의 보호망 안으로 가두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 진즉에 처리되었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법안 제출도 19대와 20대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도전이라는 게 그를 입증한다. 

모든 법이 그렇듯 가사근로자법 역시 공신력 있는 법으로서의 생명력을 얻기 위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맞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논의된 쟁점들은 바로 이에 관련된 것이었다. 결국 거기에 발목을 잡혀 회기 중 통과 불가로 자동폐기된 전력이 있다.

국회에서 다툰 쟁점이 논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엄연한 노동자임에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자의 권리 구제에 있다.

가사노동자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해 명시적으로 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고용보험법 시행령 등에서도 적용제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국가의 감독이 미치기 어려운 가사노동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하나, 현행법상 가사노동이 제공되는 장소인 가정을 사업이나 사업장으로 볼 수 없고, 가사노동의 수요자인 개인을 사용자로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가사노동 종사자는 근로자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법의 그렇게 말하고 있다.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렇다면 굳이 가사노동이라는 단어를 써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국인만큼 삼세번을 좋아하는 민족은 없다고 한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어떤 일을 하든 세 번 안에는 결판을 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가사근로자법도 마찬가지다.

앞선 두 번의 도전이 유쾌하지 않은 결말로 마무리됐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믿는다. 아니 달라야 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되는 탓이다. 

이건 비단 가사노동자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의 예도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가사근로자법 통과 여부가 향후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법적 안전 장치를 만드는 데도 크게 반영될 게 분명한 상황이다. 모쪼록 좋은 선례를 남기는 21대 국회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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