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저임금·비정규직 이중고..관심 밖에 놓인 경단녀 재취업
[분석] 저임금·비정규직 이중고..관심 밖에 놓인 경단녀 재취업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8.05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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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니어 일자리만 관심..170만 경단녀 일자리는 아무도 안 챙겨
어렵게 취업해도 낮은 전망, 열악한 환경 탓 3명 중 1명은 사표 만지작
10년 걸려야 재취업 가능..정규직 취업은 10명 중 4명만 가능해
경단녀 재취업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재취업교육 중인 여성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일자리 만들기가 전사회적 과업으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그 대열에 경단녀들을 위한 선택지는 없다. 청년이나 은퇴세대 일자리 만들기에 급급한 탓에 미처 경단녀를 위한 배려를 끼워 넣을 틈이 없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이로 인한 파열음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출산-양육기 여성의 경력 단절은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는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기현상이라는 점도 한 이유고 또한 이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 또한 언젠가 불거질 문제인 탓이다.

국내 경단녀 수치는 시한폭탄이라 해도 충분할 만한 수치라는 것이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지난해 통계청이 2019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계해 발표한 '경력단절여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 여성(884만 4천명) 중 결혼·임신·출산·육아·자녀교육·가족 돌봄 등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단녀는 169만 9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전보다 14만 8천명(-8.0%) 감소한 수치이기는 해도 여전히 심각함을 야기하기에는 충분한 숫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8년 54.8%에서 2018년 59.4%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60%를 하회하며 상위 5개국과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상태다. 특히 출산·육아기로 대표되는 30대 전·후반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대거 퇴장하는 경력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우리나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30-50클럽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저조한 동시에 지난 10년 간 50% 대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30대 후반에서 40대 전반 여성의 급격한 고용률 감소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로 이어져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 고용률의 저조는 경쟁국들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자료제공 한경연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자녀 양육과 가사를 여성에게 부담시키는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여성 고용에 대한 사용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 유효구인배율이 0.6에 불과한 일자리 부족 현상이 여성의 고용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경단녀를 위한 정책이 부재함을 꼬집기도 했다.

■ 찾기 힘든 일자리, 그마저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
일단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녹록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반복적 경력단절에 관한 연구'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재취업을 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10년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령 재취업을 하더라도 절반 이상은 다시 경력단절을 맛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경력단절 후 재취업까지 평균 경력단절기간은 132개월이었으며 최대 경력단절기간은 239개월이었다. 경단녀들은 평균 11년만에 재취업에 성공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20년 이상의 경력단절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경단녀들의 사회 복귀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아직은 이를 위한 원활한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단녀들의 사회 복귀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아직은 이를 위한 원활한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가 어렵다는 점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에도 절반 이상이 넘는 51%는 직장을 그만 두는 경험을 한 것이 그 증거다. 재취업한 직장에서 그만 둔 횟수는 1회가 66명, 2회가 28명, 3회 이상이 3명으로 조사됐다. 총 190명 중 51%가 재취업에 성공하고도 일을 다시 그만둔 것인데 이는 장기간의 경력단절로 인해 적응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연구원은 재취업 실패의 원인으로 일자리의 질적 수준과 육아부담을 꼽았다. 조사 대상 190명 중 179명은 결혼을 하기 전 상용직으로 일했으나 경력단절 후에는 94명만이 상용직으로 다시 일할 수 있었다. 나머지 86명은 임시·일용직 47명, 자영업 36명, 무급가족종사자 13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의 조사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경력단절 후 재취업한 여성 3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여성 중 ‘정규직’으로 재취업이 되었다고 답한 이는 40.3%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은 27.9%였으며 그 외 ‘아르바이트’(16.2%), ‘시간선택제’(10.4%), ‘프리랜서’(5.2%)의 순이었다.

이처럼 경단녀 상당수가 미흡한 고용기간이나 처우로 인해 어렵게 일자리를 획득해도 오랜 기간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원의 조사 결과 재취업을 한 여성들의 평균 월수입이 121만원에 불과할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던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재취업에 성공하고도 일자리를 그만 둬야겠다고 맘 먹은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올초 서울시와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30~54세 여성 중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취업 여성 1015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만족도 및 요인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만족도 및 요인조사 연구’  인포그래픽. 자료제공 서울시

이에 따르면 응답자 310명(30.5%)이 1년 이내에 현재 다니는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답했다. 퇴사 이유로는 ‘직장이나 직무가 전망이 없어서’(16.0%), ‘근무조건 또는 작업환경이 나빠서’(15.7%), ‘이직’(11.2%), ‘계약 기간 만료’(8.3%), ‘결혼·임신·출산’(7.7%) 순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현재 일자리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결론적으로 보면 경단녀 재취업은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수방관에 가까운 방치 속에 경단녀들의 속만 썩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 무용지물 경단녀 재취업 정책 제고 필요해
경단녀 재취업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경단녀 문제 해법을 제시해온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정책 대부분이 큰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세제 혜택이다. 출산, 육아 등 사유로 퇴직한 '경력단절여성'을 재고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은 이전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었다. 최근에는 이를 강화하는 정책도 공개됐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분 법인세 중간예납부터 경력단절여성을 재고용한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가 확대된다고 4일 밝혔다. 새로 적용되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올해는 '자녀교육' 사유로 퇴직한 여성도 경력단절여성에 포함되며, 경력단절로 간주되는 기간이 최장 15년으로 연장된다.

작년까지 임신·출산·육아 사유 퇴직자만 경력단절여성으로 인정됐고, 퇴직 후 3∼10년 안에 동종업종에 재취업해야 기업이 경력단절여성 재고용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자녀 교육을 이유로 퇴직한 여성을 퇴직 후 13년이 지난 시점에 고용한 기업은 작년까지는 경력단절여성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었지만, 이번 법인세 중간예납부터는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경단녀 고용을 끌어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력단절여성을 재고용해서 세액공제를 적용받은 법인은 2016년 2개, 2017년 5개, 지난해 7개 법인으로 최근 3년간 총 14개 법인에 불과했다. 공제세액은 2900만원 수준이었다.

경력단절여성 채용에 따른 조세지원제도가 40대 이상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지원수단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뚜렷한 증거다. 

김영진 의원은 "우리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노동공급 증대 측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속한 정책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경단녀 고용 활성화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 그중 하나.  

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올 연말 종료되는 경력단절 여성 고용 기업에 대한 과세특례를 2023년 12월 31일까지 3년 연장하고, 경력단절 해당 기간도 3년 이상 15년 미만에서 1년 이상 15년 미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기업 또는 동일한 업종에 근무하지 않았던 경력단절 여성 고용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부여할 수 있도록 기업 범위를 확대해 경력단절 여성 복귀자의 원활한 고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장기적 경기침체와 고용 충격이 이어지면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세특례 요건이 완화됨으로써 기업들의 경력단절 여성 고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단녀 채용을 꺼리는 기업 정서 역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자료제공 사람인

경단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들이 활발해지는 것이 한편 반갑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저임금과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경단녀 일자리 대신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지원책이 있다 한들 결국 경단녀 재취업은 끊임없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 고용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 활성화 및 기업의 여성고용 유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한편, 경력단절 여성의 직업훈련 강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재취업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그래서 더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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