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유리천장, 깨지기는 하나요?’ 여전히 가혹한 여성의 사회 진출
[이슈] '유리천장, 깨지기는 하나요?’ 여전히 가혹한 여성의 사회 진출
  • 김민주 뉴스리포터
  • 승인 2020.08.14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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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근로자 293명 중 임원 1명, 남성 근로자 40명 중 임원 1명... 7.3배 격차
OECD 회원국 중 가장 견고한 유리천장 ‘7년째 최하위’
여성 채용 확대에도 여성 임원 '잠잠’, 제도 이전 인식의 변화 필요
여성과 남성의 사회 진출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여성과 남성의 사회 진출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주 뉴스리포터] 지난 2015년 가스안전공사는 합격권 여성 7명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고 불합격 대상자 남성 13명을 채용했다.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서 보듯 당시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전체 직원 1341명 가운데 여성은 199명(15%)에 불과했다.

이는 비단 가스안전공사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합격권 여성 6명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 탈락시키고 불합격 대상자 남성 1명을 채용했다. 이외에도 MBC, 대한석탄공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많은 기업에서 성차별적인 채용이 적발됐다.

개인과 기업을 넘어 사회 자체가 여성을 지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다. 문이 좁으면 계단과 방도 좁기 마련이다. 신규 채용에서 배재되는 여성에게 진급은 더더욱 가혹하다. ‘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유리천장’이라 일컫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깨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유리천장은 1979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처음 사용되어 여성 승진의 한계를 나타내며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는 경제 용어다. 이 용어가 아직까지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곧 여성을 가로막은 견고한 유리벽이 깨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상기 사례에서 보듯 대한민국의 여성이 밟고 선 취업 시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면 성별에 따른 임금·고용상의 차별이 금지되어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은 7년째 OECD 국가 중 유리천장 지수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은 채용 기피부터 임금 차별과 경력 단절까지 많은 벽을 마주하게 된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이 느끼는 ‘벽’을 조사한 결과 남성 직장인은 학벌의 벽(47.7%)을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반면 여성 직장인의 경우 성별의 벽을 꼽는 응답(61.5%)이 압도적이었다.

'벽'을 여성 직장인만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성별의 벽은 여성만 느꼈다. (제공-잡코리아)
'벽'을 여성 직장인만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성별의 벽은 여성만 느꼈다. (제공-잡코리아)

이를 바로잡기 위해 크고 작은 정책들이 꾸준히 발의되어 현재 여성의 사회 구성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그마저도 미미하다. ‘유리천장’은 여전히 여성의 머리 위를 짓누르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 2020년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148곳 중 여성 임원의 수는 전년 대비 196명이 증가한 1,395명이다. 여성 근로자 293명당 임원 1명이며 전체 30,797명 중 4.5%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는 하나 증가율은 0.5%p에 불과하다. 남성 근로자의 경우 40명당 임원 1명인 것을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수치이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CEO 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조직 내 권력구조, 의사결정 구조 및 의사소통의 방법, 인사평가제도 등 기업의 본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임원 계층의 성별 다양성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주요 기업이 여성 임원을 선임한 사례가 올해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은 고무적이지만, 근로자 대비 임원수의 남녀 격차가 7.3배로 나타난 것을 보면 여전히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음을 알게 한 조사였다”며 지적했다.

■ 여성 인재 확대해도 아래에서 ‘조금’ 위에서 ‘잠잠’

여성 인재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만큼 기업들은 조금씩이나마 여성 채용 비중을 늘렸다.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이 있었음이 적발된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신규 채용한 여성 직원은 총 488명이다. 이는 전년(453명) 대비 35명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은행 또한 여성 직원 채용을 74명에서 97명으로 늘렸다고 밝혔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로 신규 채용 인원 중 여성의 비중이 높았다.

여성 취업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는 와중이지만 진급이라는 부분에 다다르면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전체 여성 관리자의 비중은 매년 줄어들거나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위로 가기도 전 중간 직급부터 막혀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더 위로 올라가 임원직의 비중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처참하다. 4대 은행의 임원은 총 92명이지만 이중 여성 임원은 총 6명이다. 이마저도 전년 대비 1명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중이 좁아지는 정도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삼성이라고 별다를리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언급하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여성 인력 공채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삼성전자 한국 본사의 여성 인력은 24.9%에 불과하다.

이중 여성 임원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임원 1,065명 중 55명으로 전체의 5.16% 수준이다. 기업 차원에서 여성 인재 육성을 강조한다 한들 인사권을 쥔 이들의 인식과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끈끈한 연대가 변하지 못한 탓이다.

여성의 능력이 없어 유리천장이 깨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능력은 동등한 선에 섰을 때에 따질 수 있다.
여성의 능력이 없어 유리천장이 깨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능력은 동등한 선에 섰을 때에 따질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여성 임원의 확대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여성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기업은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여성임원할당제'를 신설하기도 했다

여성임원할당제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여성 임원을 일정 비율 이상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정부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럼에도 제대로 시행되는 실정은 아니다. 이를 도입하는 기업도 미미할뿐더러 오랜 기간 굳어진 사회 구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회에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부의장이 되었다. 김상희 의원은 국회부의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2020년은 성평등 국회의 원년이 돼야 한다. 내가 의장단에 진출하는 것은 남성이 주도하는 정치 영역에서 공고한 유리천장 하나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최초 여성 임원으로 정경미 부원장이 임명되었다. 1989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 입사해 2009년 기관 통합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이뤄낸 쾌거다.

이처럼 여성은 여전히 편파적인 인식과 부당한 사회 구조로 견고하게 짜인 유리천장을 두드리고 있다. 높은 곳에 오른 여성에게는 ‘최초의’, ‘첫 여성 ~ 탄생’ ‘유리천장을 깬’ 등의 수식어가 붙어 기사가 나곤 한다.

이런 기사가 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성숙한 사회라면 여성의 높은 자리를 당연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제도나 정책에 우선하여 개인과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는 변화하는 흐름을 수용하고 여성 임원의 부재에 대해 지적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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