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가황(歌皇) 나 훈아와 테스兄 
[전대길의 CEO칼럼] 가황(歌皇) 나 훈아와 테스兄 
  • 편집국
  • 승인 2020.10.0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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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兄!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兄! 소크라테스兄!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兄!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兄!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兄! 소크라테스兄!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가 본 저 세상 어떤가요? 테스兄!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兄!
아~ 테스兄!, 아~ 테스兄!, 아~ 테스兄!, 아~ 테스兄!
아~ 테스兄!, 아~ 테스兄!, 아~ 테스兄!, 아~ 테스兄!”

추석 전날 밤, KBS-2TV에서 <2020 대한민국 Again>이란 Untact 생방송에서 트롯 가황(歌皇), 나 훈아의 신곡 <테스형>의 노랫말이다. 

처음엔 노랫말 속의 테스 兄이 누구인지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나 훈아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兄’이라 부르며 세상사를 풍자한 노랫말임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가수 나 훈아는 지금부터 2,400년 전에 그리스에 살았던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의 동생이 아닌가? 

소크라테스 상

코로나19로 인한 난세(亂世)를 풍자(諷刺)한 독백(獨白)이자 시공(時空)을 넘나 든 명시(名詩)다. 그가 혼자서 노랫말을 직접 써서 작곡하고 노래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노래한 격이다.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인 ‘은유법(Metaphor)’으로 노랫말을 쓴 그는 진정한 시인(詩人)이자 프로(Pro) 가수이다. 그는 수많은 명곡을 작사, 작곡한 유명한 가수다. ‘가수의 최고봉’인 ‘가황(歌皇)’이란 칭호가 그에게 자연스럽게 아주 잘 맞을 것 같다.
                   
찬탄(贊嘆)과 함께 감동을 불러일으킨 추석 전날(9월30일) 밤의 <나 훈아 Show>는 시청률이 자그마치 30%였다. 대한국인 10명 중 3명이 나 훈아 공연을 보고 즐겼다. 추석날 이른 아침까지 집집마다 불빛이 새어나왔다. TV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Concert 한마당은 열광(熱狂)의 도가니였다. 

2020 대한민국 어게인 KBS-TV 콘서트
2020 대한민국 어게인 KBS-TV 콘서트

그런데 나 훈아는 단 돈 1원의 출연료도 받지 않고 무료로 출연했다니 과연 가황(歌皇)이다. 그는 가왕(歌王)이 아니라 가황이라는 칭호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품격을 지녔음이 분명해 보인다.

가황(歌皇) 나 훈아의 실루엣(Silhouette)을 잠시 살펴본다. 
그의 본명은 ‘최 홍기(崔弘基)’다. 부산 초량동에서 성장했다. 부산 초량 초등학교를 나와 D중학교에서 야구선수(투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릴 적에 국악, 창(唱)을 익혔다. 서울에서 서라벌 예술고등학교를 다녔다. 

한창 인기 있던 때인 1973년 7월 공군교육사령부 신병(235기)으로 입대(운전특기)해서 운전병으로 잠시 복무하다가 국방부에 신설된 군예반장(국군의 방송 “위문열차” 여객전무)을 맡아 활동했다. 

필자의 친구인 최 승훈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당시 공군 병장, 내무반장)은 “그가 성실하고 과묵하며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모범 훈련병이었다. 자긍심(自矜心)도 높고 가수로서의 프라이드도 강했다”고 귀띔해 준다.  

최 홍기 훈련병은 최 승훈 병장이 제대를 앞두고 ‘천하의 최 홍기 노래를 듣고 전역하는 게 소원’이라는 최 병장의 부탁을 최 홍기 훈련병이 흔쾌히 받아들여 <전역 축하 음악회?(비공개)>를 열어서 20여 곡의 나 훈아 노래를 그에게 불러 주었다고 한다. 

인간미가 물씬 넘치는 최 홍기 훈련병은 자신의 노래가 담긴 LP레코드판에 멋진 자필 사인까지 해서 선물로 주었다. 신병훈련이 끝나고 최 승훈 병장이 휴가를 가려는데 휴가비에 보태 쓰라고 최 홍기 신병이 자기 호주머니에서 최 병장의 휴가비(?)까지 챙겨주었단다. 
   
“트로트가 무엇이냐?”고 내 친구에게 물었다. “뽕짝~이다”란 대답이 돌아온다.  
원래 ‘트로트(Trot)’란 ‘말(馬)의 총총걸음, 속보(速步)’를 일컫는다. 영어로는 '빠르게 걷다', '바쁜 걸음으로 뛰다'란 뜻이다. 4/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한 장르(genre)이기도 하다. 트롯가수 송 대관의 ‘쿵짝~ 쿵짝~ 네 박자 인생’이란 유행가도 여기에 속한다. 

1914년 이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래그타임곡이나 재즈 템포의 4/4박자 곡으로 춤을 추는 사교댄스의 스텝 또는 그 연주 리듬의 ‘폭스트로트(fox-trot)’가 유행하면서 트로트(Trot)란 말이 유래했다. 

허나 오늘날 서양에서는 사교댄스 용어로만 남아 있을 뿐 연주용어로는 쓰지 않는다. 한국의 트로트도 이 폭스트로트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트로트가 도입되어 정착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트로트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리나라에 트로트풍(風)의 음악이 도입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말이다. 이보다 앞서 일본에서는 일본 고유의 민속음악에 서구의 폭스트로트를 접목한 엔카[演歌]가 유행했다.동시대 우리나라에서는 新민요풍의 가요가 유행했다. 

1928년부터 레코드 제작이 본격화하면서 많은 일본 가요가 한국말로 번역되었다. 한국 가요도 일본에서 녹음하는 과정에서 일본인이 편곡을 담당하는 일이 많았다. 그 결과 일본 가요와 한국 가요의 선율이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1930년대 말부터는 조선어 말살정책으로 인해서 한국 가요는 날이 갈수록 일본가요에 동화(同化)되었다.

이로 인해 1945년 8월15일 광복(光復) 때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엔카풍의 대중가요가 유행했다. 광복 후 왜색의 잔재를 없애고 주체성 있는 건전가요의 제작과 보급, 팝송과 재즈 기법 등이 도입되면서 엔카풍의 가요도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일명 ‘뽕짝’으로 부르는 ‘트롯(Trot)’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뽕짝’이란 명칭은 비하적(卑下的)이란 이유로 음악계에선 쓰지를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트로트는 1960년대부터 다시 발전하기 시작한 뒤, 1970년대에 이르러 폭스트로트의 4/4박자를 기본으로 하되, 강약의 박자를 넣고 독특한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독창적인 가요 형식으로 완성된다. 

이때 완성된 트로트가 바로 현재의 트로트이다. 음악계에선 트로트를 일본 엔카에 뿌리를 둔 왜색(倭色) 음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와 반대로 엔카와는 달리 서양의 폭스 트로트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발전한 음악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근 불어 닥친 TV조선의 <미스터 트롯> 열풍(熱風)을 타고 임 영웅, 영 탁, 이 찬원, 김 호중, 정 동원, 장 민호, 김 희재 가수 등 미스터 트롯 TOP 7을 탄생시켰다.  그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끝으로 그에게 정부에서 주겠다는 훈장을 앞으로 살아가기에 무거워서 사양했다는 이야기는 찐한 여운을 남긴다. 어느 재벌 회장이 “자신의 생일 잔치에서 축하노래를 불러달라”는 요청에 “나의 개인 콘서트가 열리면 그때 표를 사서 공연장에서 보라”고 정중하게 사양했다는 이야기도 감동을 준다. 

국회에 진출하라는 권유에도 ‘누가 울어~’란 노래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 부르는가? 마이클 잭슨이 나보다 더 잘 부르는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 부른다면 “나를 그냥 노래하는 가수로 남겨 달라”면서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적는다. 

트로트 가황(歌皇) 나 훈아는 예술과 문학 그리고 역사와 철학에 박식한 예문사철(藝文史哲)을 실행하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임에 틀림이 없다.  그는 독서광(讀書狂)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에서 그의 촌철살인(寸鐵殺人)에 격려 박수를 보낸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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