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워라밸 바람 타고 둥실, 주4일 근무제 가능할까
[초점] 워라밸 바람 타고 둥실, 주4일 근무제 가능할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0.12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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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도입 기업 증가, 준비 없어 혼란 발생 다수
아직은 섣부른 도입, 임금 삭감 등 논의할 쟁점 많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제도지만 보완 없이 힘들어
코로나19가 불러온 주4일제 근무제 도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임이 분명하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여파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4일 근무제가 때 이르게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풍경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4일제 근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아직은 관심 수준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주4일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혼란이 너무도 클 것이 자명한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쟁점 중 가장 부각되는 것은 역시나 임금 삭감이다. 

근무 일수를 줄이면 당연히 그에 따른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근로자들조차도 현 시점에서의 주4일제 도입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이는 주5일제 도입에서 이미 입증된 사례다. 

실제로 주5일제 도입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임금 감소분 수용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펼친 바 있다. 6일 근무가 5일로 단축되면 단순 계산상 임금은 20% 줄어야 한다는 것이 경영계의 1차적 논리였다. 그렇게 해도 비용이 현재보다 늘어난 것이기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것. 

경영계는 직원 충원시 들어가는 4대 사회보험료를 고려하면 임금을 20% 줄여도 인건비는 크게 늘어난다고 지적한다. 이는 주4일 전환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논리다. 주4일 근무제 도입시 임금 삭감폭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임금 삭감 우려에 근로자들도 고개 저어
아직은 논란의 소지가 훨씬 커보이는 주4일제지만 꾸준히 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주4일제가 가지는 장점이 자리하고 있다.

일단 워라밸 실현의 용이성이다. 주4일 근무제를 하면 여가시간이 늘어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져있다. 또 일의 집중도가 높아진다거나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점 역시 주4일제 도입 찬성론의 배경이다.

때문에 선진국들에서는 심심찮게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물론 그게 대세는 아니다. 일부에서 실험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

최근 코로나19로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 4일제를 시범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 기업은 코로나19에 따라 일시적으로 근로자의 연차를 소진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섣부른 주4일제 도입은 기업 경영환경을 급속도로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아직은 더 크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교수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할 경우 인건비 증가는 명약관화하다”면서 “노동계가 임금 삭감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며 이는 곧 신규 채용 자체를 줄이는 악순환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상황 하에서의 주4일제 도입이 신규 고용 창출의 기능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나마 대기업이라면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경영 자체가 곤란해지리란 예측 역시 손쉽게 가능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일감 축소에 따라 주4일제 도입을 실시한 중소기업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 중소기업 경영 악화는 불가피헤
설령 주4일제가 도입된다 해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받아들이는 체감지수는 전혀 다른 모양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양자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 역시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서의 주4일제 도입은 아직은 시기상조란 의미다. 그러나 마냥 미루기만 할 수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경제학자들은 주4일제 도입이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긱 이코노미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 주4일 근무제만큼 필수불가결한 것도 없다는 주장이 많다. 회사들의 규모가 작아지고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기업이 필요한 시간에 일을 하게 되는 형태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주 4일 근무제이기 때문이다.

주4일제 도입에서의 가장 큰 쟁점은 역시나 임금 삭감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주4일제 도입은 쟁론을 유발할 구실거리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 주4일제를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그를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실험인 셈이다. 이 정도의 표본만으로 주 4일제 도입의 당위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주4일제지만 현재로선 이로 인해 야기될 혼란의 진폭이 더 두려운 게 사실이다. 임금 삭감과 신규 채용 감소, 휴식의 질 문제 등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4일제 도입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도입된 주4일제 근무제를 실험의 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주4일제 근무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고 노동 생산성이나 생산성 증대를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 삭감과 관련된 민감한 부분도 이참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노사간의 조율은 필수적이라는 것. 인천대학교 이상근 교수는 “주4일제 도입에 따른 임금 삭감과 관련해 노사간의 합의는 필수적”이라면서 “이 과정이 없이 주4일제 도입이 공론화되면 불필요한 쟁의가 불가피해 경영 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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