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공정채용 길라잡이 블라인드 채용, 가릴 것 제대로 가리고 있나
[이슈] 공정채용 길라잡이 블라인드 채용, 가릴 것 제대로 가리고 있나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0.15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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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중심의 채용 문화 기대에도 아직은 맹점 많아
채용시간·채용비용 증가에 기업들 볼 멘 소리
편법 통해 스펙 과시하는 구직자들도 상당수

 

공정 채용문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블라인드 채용이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만연한 채용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이 어느덧 채용문화를 선도하는 아이템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젠 웬만한 기업이라면 블라인드 채용을 채택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지만 이 역시 만병통치약이 아님은 분명하다.

채용 비리 해소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군데군데 드러난 맹점들이 블라인드 채용 도입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블라인드 채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은 분명한 상황.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현재까지 드러난 허점들을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제한적 정보 제공에 따른 옥석 고르기 어려움 많아
채용 결정 이전에 이미 승패가 가릴 수밖에 없는 채용비리를 막기 위해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은 서류 전형부터 면접까지 응시자의 연령·성별·출신지 등을 공개하지 않는 투명성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단순한 학벌이나 스펙 등에 좌우되지 않는 능력 중심 방식의 선발은 구직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채용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있어왔다. 상당 부분 블라인드 처리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완벽하게 가려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블라인드 채용에서 면접관의 의중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객관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학력과 출신학교를 수집금지 정보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연구직 등 업무 특성상 학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직종이 있는 데다, 출신학교는 출신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구직자들 역시 자신의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자기소개서에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등으로 간접 표출하는 편법 역시 입시 매뉴얼인 양 치부되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 역시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굳이 이를 거르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대부분의 정보가 블라인드 처리되다 보니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면서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금 더 나은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서라도 자소서의 간접 정보들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고충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비해 채용 과정 자체가 길어짐은 물론이고 채용 관련 비용도 훨씬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류전형에서 일정 배수를 거르는 여과 장치가 없어지면서 필기시험 응시 인원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이치. 이에 따라 고사장 섭외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나고 업무도 늘어나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는 크게 문제시 될 부분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직업상담협회 신의수 이사는 “기업들이 블리인드 채용에 따른 비용과 시간 상승을 고민하는 것은 기업 생리상 당연한 일이지만 채용 과정의 투병성과 공정성을 획득하기 위한 기회비용으로 생각한다면 훨씬 이득”이라면서 “블라인드 채용 노하우가 쌓이게 되면 직무능력을 체크하는 방식의 채용 과정이 정착될 것이고 그 경우 면접 과정 자체가 공교해지면서 현재보다 더 빠른 진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면접관 성향에 더 휘둘릴 개연성 커져
전체적인 평점을 놓고 본다면 블라인드 채용은 합격점을 주어도 좋을 만하지만 이로 인한 역기능 역시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9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직 공채에서 중국 국적의 지원자가 최종 면접까지 통과했던 일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블라인드 채용을 표방한 탓에 입사지원서에 국적·학력 기입란이 없어 연구원이 중국 출신임을 확인할 수 없었던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합격 처분이 무위로 돌아가긴 했지만 블라인드 채용이 진행되면 이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다.

시니어 일자리에 연령 미달의 응시자가 합격한 사례도 이와 흡사한 케이스다. 또한 블라인드 채용이다 보니 허위 사실 기재 확인 과정도 만만치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의도적으로 지원자들이 사실을 허위로 기재한다 해도 최종 면접 전까지 찾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절실한 것이다. 이런 부분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구직자들이 믿고 채용과정에 임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실제로 구직자들 상당수는 아직도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구직자의 시선은 아직은 물음표 상태에 놓여있다. 자료제공 잡코리아

지난 8월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채용절차법 개정 1년을 맞아 구직자 26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의미심장하다. 구직자들이 평가하는 블라인드 채용법에 대한 평가는 5점 척도 기준에 평균 3.2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항목별로 보면 블라인드 채용법이 공정한 채용에 기여한 정도가 ▲’보통이다(3점)’라고 평가한 구직자가 48.0%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4점_28.9%) ▲거의 기여를 하지 못했다(2점_12.3%) ▲매우 기여를 했다(5점_6.6%) ▲전혀 기여를 하지 못했다(1점_4.1%)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구직자 23.0%는 ‘블라인드 채용 확산으로 스펙 위주의 관행이 사라지고 인성과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문화가 체감된다’고 응답했으며, 41.7%는 ‘현재는 아니지만 앞으로 바뀔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5.3%의 구직자들은 ‘블라인드 채용 확산으로 인해 채용문화가 달라지는 것을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스펙보다 인성·직무 능력 중심으로 채용 전형이 바뀌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35%가 넘는 이들이 ‘달라진 걸 아예 모르겠다’고 답했을 정도로 아직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형편이다. 

응시생들 상당수는 실제 면접 현장에서 이와 관련된 의구심을 숨기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가 없으니 면접관의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면접에 채용이 좌우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세종대 시니어산업학과 이용기 교수는 “면접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수적이다”면서 “아무리 좋은 채용시스템도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결국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제도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블리인드 채용 맹점의 보완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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