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공기업 자회사, 비정규직 자리 대신 낙하산 임원만 양산
[초점] 공기업 자회사, 비정규직 자리 대신 낙하산 임원만 양산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0.23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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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산하 공기업 자회사 임원 96%가 낙하산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나 몰라라, 자리 나눠먹기만 급급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 자회사들이 실제론 임원들의 낙하산 자리로 용도변경되고 있어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정규직 쟁취를 위해 시위 중인 톨게이트 노동자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 자회사가 실제로는 공공기관 임원들의 자리 나눠먹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설립 의도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역시 실상을 알고보면 한숨만 나오는 처지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가 하면 해고되는 경우까지 있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허울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불거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의원(부산 연제, 국민의힘)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공기업 자회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주환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15곳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19곳의 임원 28명 중 27명(96.4%)이 모회사 파견‧겸직‧퇴직자 출신이라는 것. 그중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동서발전을 비롯한 발전 5개사 등은 아예 퇴직자 출신을 자회사 대표이사로 앉히기까지 했다. 자회사 대표를 선임하지 않고 모회사 임원을 파견하고나 모회사와 자회사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도 11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정규직 타이틀 달아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어
상황이 이쯤되면 공기업 자회사의 본래 설립 의도가 정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그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만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는 것 또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실제로 정규직 전환이 됐다고는 하지만 전환 방식이나 처우 문제로 분란을 빚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게 그 증거다. 대표적인 곳인 인천국제공항공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걸음을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논할 때면 빠지지 않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정규직 전환 시험에서 47명의 노동자를 탈락시키기에 이른다. 일반 지원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공개 경쟁을 실시한다는 설명이었지만 애초부터 출발선이 달랐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용하기는 힘든 부분이었다. 

당연히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는 공항공사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사정은 다르지만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공공비정규노동자 집중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상황을 폭로했다.

공공운수노조가 10월20일 기재부 앞에서 12만 공공기관 비정규노동자 처우개선! 기재부 지침개정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가 10월20일 기재부 앞에서 12만 공공기관 비정규노동자 처우개선! 기재부 지침개정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 민주노총.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적 수당 문제 해결과 안전인력 충원 등을 요구해왔지만 교섭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직접 열악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공공기관 사업장에서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단체교섭이 거의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것. 어렵게 열렸어도 사측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 정부 지침 때문에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며 교섭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정이 함께 하는 공무직위원회 발전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기서도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정규직 전환의 실익이 하나도 없다는 주장인 셈인데, 많은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이 이런 사정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14일 발표한 ‘공공기관 자회사의 운영실태 및 개선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파견·용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공공기관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10명 중 5명은 처우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나빠졌다고 느끼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조합원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 결과 임금이 비정규직 때보다 준 경우도 다수 존재했고 직업만족도나 복지, 고용 안정 등 안정적 처우 조건 역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토로했다. 

노동자들의 체감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숫자 타령에만 매달려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853곳이 정규직화 대상 노동자 19만 6711명 가운데 18만 5267명(94.2%)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는 말 뿐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규직 전환을 했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실질적인 정규직으로서의 위치를 누릴 수 있냐는 점이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정규직 전환이라면 차라이 예전 비정규직일 때가 더 낫다는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이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HR서비스산업협회 남창우 사무총장은 “정부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탓에 공기업 자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정규직 전환율에만 매달려온 게 사실”이라며 “불거지는 정규직 전환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조만간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은 부메랑이 되어 정부를 덮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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