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콜센터 덮친 코로나 블루..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이슈] 콜센터 덮친 코로나 블루..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1.09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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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노동자, 비대면 바람 타고 업무량 늘었지만 환경은 더 악화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업무 스트레스 갈수록 커져
코로나 시대 길어지면서 신체적, 정신적 피해 호소 증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노동자들이 코로나로 야기된 우울증, 즉 코로나블루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처해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사상 유례없는 재난으로 분류되는 코로나19가 야기한 집단 우울증, 소위 ‘코로나블루’가 콜센터 종사자를 위시한 감정노동자들을 극한의 공포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던 콜센터 종사자들이 업무량 증가와 근무 환경 악화라는 이중고에 노출되면서 심각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이에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일, 대전광역시노동권익센터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대전지역 콜센터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이번 조사는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먼저 부각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업무량의 급격한 증가다. 10명 중 8명꼴로 코로나19로 일이 늘었다고 답한 것에서 보듯 코로나19 이후 콜센터의 업무가 상당히 확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업무량이 늘면서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동반 상승한 것은 당연히 점쳐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응답자 67%는 '업무량 증가로 건강상 문제가 발생했다'고 응답해,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인한 업무량 증가가 '스트레스'와 '피로도'로 이어져 다수의 건강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위 말하는 코로나블루에 노출된 근로자가 상당함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들을 위한 조치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응답에 응한 223명의 콜센터노동자 중 '회사의 감정노동보호 조치가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5명에 불과한 것이 그 증거다.

몇몇 콜센터의 코로나 집단감염에 따른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탓에 가뜩이나 힘겨움을 호소하던 차였지만 선제적 예방조치에만 포커스가 맞춰졌을 뿐, 콜센터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확산 후 가장 고생하는 것이 콜센터종사자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알 수 있음에도 여론은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이라는 꼬리표 달기에만 급급했다”면서 “지난 여름, 폭염 속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쓴 채로 업무에 매진해온 콜센터노동자들의 노고를 헤아리기는커녕 그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콜센터노동자들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면 코로나 확산 방지의 교두보 마련이 가능했을지를 생각해주기 바란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업무량 증가에도 보상은 없어..숨은 영웅 대접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폭주하는 전화 속에서 콜센터노동자들은 코로나19 저지라는 사명감 하나로 열악한 상황을 극복해가고 있다. 그러나 단지 사명감 하나로 이 모든 것을 견디라고 말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인 상황.

업무가 는만큼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응답자 90%가 '업무량의 증가에 비해 그 보상은 거의 없다'고 응답한 것이 그 증거다. 

보상은 차치하고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은 그래서 더 콜센터 노동자들을 힘겹게 만들고 있다. 몇차례의 콜센터 집단감염 이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콜센터 집단감염 예방조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선 이를 체감하기 힘들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본적으로 소독기비치, 체온측정, 사무실 소독 등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마스크 지급 등은 거의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 정부는 각급 콜센터에 마스크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몇몇 사업장에서만 이와 관련된 조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코로나19의 종식은 요원해보인다. 어쩔 수 없이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다. 6개월일 수도, 혹은 1년일 수도 있는 코로나 시대를 지금처럼 계속 버텨나갈 수는 없다.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콜센터 마비라는 파국을 부를 수도 있다. 

콜센터노동자들이 원하는 대처는 지극히 기본적인 것이다. 조사를 보면 회사가 해야 할 '감정노동보호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업무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휴게시간 보장(151명)'에 가장 많이 응답했고, '인력충원으로 노동량 증가 해소(102명)'와 '실적압박중단(68명), '충분한 교육(65명)', '악성민원 고객의 콜을 끊을 수 있는 권리 보장(5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끝으로 '감정노동보호를 위한 대전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감정노동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상담지원 및 힐링사업과 시민인식개선 캠페인(105명)'을 가장 많은 노동자가 꼽았고, '코로나19 이후 업무매뉴얼 제작과 보급(97명)', '노사민정이 감정스트레스 제로 대전을 선언하며 업무협약을 통한 감정스트레스 해소(47명)', '일상적 코로나19 예방지원(45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3월 19일, 민주노총 산하 콜센터 관련 노동조합은 정부의 콜센터 코로나19 예방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콜센터 노조의 모습. 사진제공 민주노총

이런 조치는 굳이 코로나19가 아니었다 해도 이뤄져야 할 기본적 사항이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고 알려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2018년 10월 18일)에서 규정해놓은 사항이기 때문이다.

진즉 이뤄졌어야 할 기본적 조항들이 유명무실화된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재앙이 닥쳤다. 엎친데 덮친격이 된 지금, 코로나블루의 망령이 콜센터를 잠식하고 있는 것은 따지고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콜센터노동자들의 고충을 덜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법무법인 사람 김병진 안전문제연구소장은 “감정노동자의 대표격 직종인 콜센터 상담사에 대한 건강보호가 시급하다는 것은 최근 발생한 코로나19의 집단발병에서 다시 입증됐다”면서 “비단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콜센터 상담사들의 건강 보호와 처우 개선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기에 정부의 선진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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