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실효성과 핵심은 없었다
[초점]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실효성과 핵심은 없었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11.1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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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안 발표
장시간 근무 방지, 주5일제 도입, 책임소재 강화 등
대다수 내용이 '권고'에 그쳐 책임소재 없어
인력투입, 택배비 인상 등 해결할 문제만 남겨
배송 물량을 분류작업 중인 택배기사들의 모습. 이번 대책안에는 분류작업으로 발생되는 고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인력충원 등의 내용이 담기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배송 물량을 분류작업 중인 택배기사들의 모습. 이번 대책안에는 분류작업으로 발생되는 고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인력충원 등의 내용이 담기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속되는 택배기사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고용부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통해 택배기사 보호와 택배 산업 도약을 지원하겠다고 13일 밝혔다.

하지만 고용부가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 내에는 정작 현장 기사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 택배기사 안전 부문 강화와 갑질 개선, 대책안에 무엇이 담겼나
고용노동부는 이날 대책안 발표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은 택배기사의 보호뿐만 아니라 택배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택배산업의 구조 개선을 위해 택배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불공정 관행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 등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책안은 장시간 노동시간에 대한 개선과 산업재해 및 고용보험 가입, 그리고 화주의 백마진 등 불합리한 거래 관행 개선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①적정 작업시간 관리
고용부는 대책안을 통해 택배사별로 적정 근로 시간을 구축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심야 배송에 대한 앱 차단, 주5일 권고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택배기사가 물량 조절을 스스로 요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조정에 따른 지연배송으로 택배기사에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권고했다.

②택배사 책임 강화
대책안은 택배사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강화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에 대한 내용을 신설할 것을 밝혔다. 또 국토부의 택배서비스 평가기준 내용 중 배송 신속성 기준을 완화하되, 작업시간 관리제도 도입에 대한 평가 기준 신설도 검토할 예정이다.

③건강진단과 고위험군 관리
택배기사의 건강보호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상 건강진단 실시 의무를 대리점주에게 부과하고, 건강상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 대리점주가 작업시간 조정 등 조치를 협의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혈압, 비만도 등 뇌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심층진단을 실시하고 진단결과 초고위험군 대상자는 과로 예방에 나선다. 또 직무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진행한다.

④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 강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위변조 등 법 위반이 적발되면 적용제외를 취소하고 원칙적으로 당사자 본인이 신청하도록한다. 적용제외 사유를 질병・부상, 임신・출산 등 불가피한 사유로 제한할 예정이다.

고용보험의 경우에는 영세 대리점주 및 택배기사 보험료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⑤불공정 관행 개선과 갑질 개선
택배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 개선과 과로 방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홈쇼핑 등 대형화주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해 필요 부분을 개선하도록 추진한다.

특히 택배기사에게 부당하게 부과하는 위약금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 표준계약서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계부처는 대책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안전법' 입법의 시급함을 강조하며, 이해당사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조속한 입법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5일제 도입과 업무시간 제한..'권고'에 끝마친게 '대책'?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의 가장 큰 논점은 택배기사의 업무시간 단축이다. 주 5일제 도입을 유도해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것. 그러나 현장에서는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 과로가 줄어들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핵심인 택배비 인상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진 탓이다.

고용노동부는 장시간·고강도 작업시간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 작업시간을 관리하겠다는 대책안을 내놓았다.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구체화하고 택배사별로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를 위해 택배기사가 요구하면 물량축소와 배송구역 조정 등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물량 조정에 따라 지연배송이 발생하더라도 택배기사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주간 택배기사는 22시 이후 심야 배송에 대해서는 앱 차단 등을 통해 제한을 권고 했으며 토요일 휴무제 등 주5일 작업 확산을 유도하겠다는게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예를들어 택배사별로 분류, 집화, 배송에 들어가는 시간을 일정 시간 규정해두고 해당 시간 내에 물량 해결이 어려울 경우 택배기사가 사측에 물량 조절을 요청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올해 과로로 인해 사망한 택배기사는 10명에 이른다. 수 많은 택배기사는 건당 수수료 800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 무리해서 배송물량을 늘려야만 했다.
올해 과로로 인해 사망한 택배기사는 10명에 이른다. 수 많은 택배기사는 건당 수수료 800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 무리해서 배송물량을 늘려야만 했다.

이에 대해 택배기사들은 택배기사 임금 구조를 전혀 모르는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의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특수고용형태종사자이며 이들의 수익은 배송한 물량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즉 물량을 줄이면 수익 감소로 직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택배기사들이 야간시간 등을 할애하며 무리하게 분류작업에 매달려야만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기준 택배기사 배송 수수료는 건당 700원~800원 수준이다. 하루 10건의 배송이 줄어들면 월 수익이 16만 원 이상 하락한다.

결국 일정 수준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구조에 택배기사 스스로 무리한 노동을 자처해야만 하는 악순환을 겪고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없이 단순히 시간 줄이기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대책안, 책임은 사측에만 떠넘겼나
주5일제 도입과 적정시간 근로 등을 모두 사측에 전가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대책안의 주요 내용이 대부분 '택배사별'로 '권고한다'로 그치고 있어, 실제로 정부의 권고사항을 도입할지 여부는 사측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기사들은 정부가 구체적 방안을 내놓아야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분류작업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급된 인력충원 문제도 사측의 자율적 판단으로 넘겨졌다.

대책안에서 분류작업 개선에 대한 문제는 '노사 간 이견이 큰 분류작업은 노사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명확화·세분화하고, 표준계약서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문장에 그쳤다.

물론 정부도 분류작업에 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분류작업에 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과 자동화 설비 지원을 약속했다. 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공공유휴부지를 택배 분류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공공유휴부지를 택배 분류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2023년까지 도시철도 차량기지 등 유휴 부지에 공유형 택배 분류장 30개소를 구축하고, 자동화 설비 도입을 위한 정책자금을 연 5000억 원 이상 지원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대안은 장기적으로 볼 때 택배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력충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대책안에 담긴 대다수의 내용이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안 발표 이전에 이미 언급됐던 내용들로 구성돼, 이를 복기했을 뿐이라는 지적도 불거졌다.

한편 정부는 사업자, 종사자, 소비자와 대형 화주, 국회, 정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택배기사 과로 방지대책 협의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협의회는 주 5일제 도입과 택배가격 구조 개선, 거래구조 개선 등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핵심의제와 사회적 논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대책안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내용은 차후 마련될 협의회가 안고 갈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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