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70년째 표류 가사도우미법, 이번엔 국회 문턱 넘을까
[초점] 70년째 표류 가사도우미법, 이번엔 국회 문턱 넘을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1.1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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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근로기준법 제11조에 '가사사용인 적용 배제' 명시
노동법·4대 보험 적용 대상 배제 근거 독소조항 여전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대한 법률안’ 21대 국회에 또 등장
18대 국회부터 단골 메뉴.. 매 회기 큰 논의 없이 임기만료 폐기 반복
한국노총과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가사노동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 통과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11월 4일 국회앞에서 개최하고 법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제공 한국노총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가사노동 종사자들의 노동권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정부 인증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국회의 무관심 속에 수십년째 잠들어 있다. 지난 18대부터 줄곧 상정된 가사노동자 보호법은 매번 임기만료로 폐지되는 설움을 반복해왔다. 19대도 그랬고 20대도 그랬다.

21대 국회 역시 현재까지는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3개의 가사노동자 고용개선 및 보호 관련 유사법안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지만 언제 처리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가사서비스의 보편화에 따라 급증하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자들이 구시대적 노동환경에 방치된 지금의 현실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최저임금도 연차휴가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이 현대 가사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가사노동자 보호법이라는 것이 일관된 목소리지만 국회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 600만 맞벌이 부부도, 30만 가사노동자도 원하지만...

시대가 변했음에도 가사노동자를 바라보는 법의 시선은 수십년전에 머물러있다. 

가사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연차휴가,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같은 4대 보험 가입도 불가능한 이유는 오직 하나,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이 제 11조를 통해 '가사사용인 적용 배제'를 명시한 탓이다.

그로부터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사회 환경도, 시장 구조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전과 달리 맞벌이 가구가 급증하고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가사서비스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질 높은 가사서비스의 1차적 보루는 역시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제정이다. 이외에도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제정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기본적으로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질의 가사서비스 제공의 기반이 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법 제정으로 비슷한 사정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법적, 제도적 구제를 위한 선례로 남는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을 끌어올림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꾀할 수도 있다. 현재 15세에서 60세 사이 국내 여성의 경제 활동참가율은 60% 언저리에 놓여있다. 전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중 최하위권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지난해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작성한 ‘가사서비스산업 선진화’ 리포트에 따르면 “가사서비스의 질 개선을 통해 여성이 안심하고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며 “양질의 가사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란 것이 그 증거다.

또한 가사서비스 플랫폼 사업으로 지칭되는 신산업 탄생의 밑거름으로도 훌륭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가사서비스업이 제도화되면 ‘O2O’(online to offline) 등 플랫폼 기술과 결합해 또 하나의 혁신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가사노동자 보호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근원적인 필요성은 가사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개선에 있다. 수십년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행태 개선은 필수적이고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노무법인 길 권창근 노무사는 “가사서비스 시장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가사근로자 종사자 대부분이 중고령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 양질의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사근로자를 직접고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우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달라진 시대환경 반영 못하는 근로기준법 손봐야
70년째 요지부동인 가사노동자의 근로기준법 배제는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사노동자의 제도권 유입을 바라는 목소리는 수시로 터져나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지난 11월 4일,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 5곳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노동자들은 70년 동안 최저임금, 퇴직금, 연차수당 등 법적 보호를 전혀 못 받고 있다"며 "21대 국회는 즉각 가사노동자 보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들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11조에 '가사사용인 적용 배제'가 명시된 이후 지금까지 노동자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단체들은 "10년을 일해도 퇴직금을 못 받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가 줄었지만 휴업·휴직급여도 받지 못한다"며 "직장을 증명할 수 없어 은행대출, 직장 건강검진도 딴 나라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가사보동자 보호법은 사용자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나 플랫폼기업들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용자와 고용인 모두가 찬성하는 비쟁점 법안을 10여 년간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은 건 취약계층인 가사돌봄 노동자에 관심이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그간 줄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그 목소리가 반영된 적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역시 이의 필요성을 십분 체감하고 있다. 당장 지난 8월에도 이와 관련된 의지를 굳건히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가사도우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기업을 방문해 독려하며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는 것. 

가사서비스 플랫폼 기업 홈스토리생할을 방문한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사진제공=고용노동부)

업계에서는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만이 현재의 열악한 서비스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종대학교 시니어산업학과 신향숙 교수는 “가사노동자 보호법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필요한 정쟁에 치여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가사노동자를 위시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 개선을 위해서라도 21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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