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옛 사랑, 말보로(Marlboro) 
[전대길의 CEO칼럼] 옛 사랑, 말보로(Marlboro) 
  • 편집국
  • 승인 2020.11.2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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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가족이란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를 딴 것이란다.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의미가 ‘FAMILY’에 담겨 있다. 

‘Marlboro’도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의 첫 글자를 조합한 약자(略字)란다. 남성 애연가(愛煙家)들이 주요 고객인 ‘말보로(Marlboro)’란 ‘남자는 흘러간 사랑 때문에 옛 사랑을 늘 기억 한다’란 의미다. 

‘Marlboro’에는 남녀 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들어 있다. 필립 모리스 담배회사가 담배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작명(Naming)한 Story-Telling으로 보인다.    

그 주요 이야기가 이어진다. 미국 MIT 공과대학의 가난한 대학생이 부잣집 예쁜 딸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다. 가난한 남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은 여자 집에선 둘을 갈라놓기 위해 여대생을 먼 친척 집으로 떠나보냈다. 남자는 그녀를 찾아 헤맸다. 그러던 중 비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녀 집 앞에서 그녀를 해후(邂逅)한다. 

“나 내일 결혼해요” 그녀가 힘없이 말했다. 남자는 절망했다. 중치가 막혀 말을 못하다가 “그럼 내가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동안만이라도 내 곁에 있어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종이에 말아 피우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몇 모금 흰 연기를 내뿜자 금방 담배 재가 남았다. 그러자 그녀는 눈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둘 사이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그 후 그는 MIT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담배회사에 취직하여 세계 최초로 필터가 달린 담배를 개발해서 백만장자가 되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녀가 빈민가에서 병든 몸으로 혼자 살고 있다는 풍문을 들었다.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 날, 그가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그녀를 찾아가서 말했다. “나는 지금도 당신을 사랑해요. 나와 결혼해주세요”라고 청혼했다. 그녀는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면서 망설였다. 그러자 그는 “내일 다시 오겠다”며 되돌아갔다. 

다음 날, 그가 그녀 집을 찾았을 때 안방 천장에 목을 맨 채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그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동안 당신을 너무나 보고 싶었어요. 고마워요”란 그녀의 유서(遺書)를 발견했다. 

그 후 그는 자기 소유의 담배 회사에서 생산하는 필터 담배 이름에 옛 사랑이 담긴 ‘말보로(Marlboro)’란 이름을 작명(Naming)했다. 

말보르 담배선전 광고

그러자 말보로 담배는 날개 달린 듯이 팔려 나갔다. 그가 억만 장자가 된 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해 눈 내리는 날에는 하얀 꽃을 들고 그녀의 무덤을 찾았다고 전한다.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0년, 나는 주월 한국군 전투작전 지원 항공폭격 공군 지원담당(G-3 AIR)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백마부대, 맹호부대, 청룡부대 주월 한국군 장병들은 군부대내 PX에서 구입한 ‘Marlboro’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내뿜으며 조국의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했었다. 

월남 전장(戰場)에서 어깨를 으쓱이며 허리에 권총을 차고 폼을 잡고 피우던 Marlboro 담배 맛은 말라리아 약(갱기랍)처럼 쓰디 쓴 맛이었다. 그 당시엔 Kent, Winston, Camel, Dunhill 담배 등도 인기였다. 월남 전장에서 한국군 장교들과 선임하사들은 파이프(Pipe) 담배와 씨가(Cigar) 담배를 즐겨 피우곤 했다. 

어찌 보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1968년 여름, 공군 기술교육단 신병훈련소를 수료하면 훈련병들에게 화랑 담배 두 보루(20갑)씩 공짜로 나누어 주었다. 

이를 받아든 훈련병들이 남 주기는 아깝고 호기심으로 재래식 화장실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콜록~, 캑캑~’대며 눈물 흘리며 담배를 피워댔다. 나는 그렇게 해서 담배를 배웠다.  

그때의 ‘화랑담배’와 월남전장에서의 ‘Marlboro’는 그 맛이 확연하게 달랐다.  

끝으로 끽연(喫煙)은 만인에게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마약과 같은 담배를 어려서부터 손에 절대로 대지 않기를 간절히 권한다. 

나는 2002년 여름에 ‘2002 World-Cup’ 기념으로 담배를 끊었다. 
안해와 두 아들에게 금연을 약속하고서 지난 18년 동안 금연(禁煙)하고 있다. 

지금은 옆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아프고 헛구역질이 난다. 끽연자의 뒤통수에 꿀밤을 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담배를 피우던 옛날을 생각하면 참으로 많이 변한 나 자신이 간사(奸邪)하다.

 2003년부터 우리 회사 본사 사무실에서 담배연기를 추방시킨 (주)동양EMS 임직원 모두에게 머리 숙여 고마움을 표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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