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고삐 풀리는 전동킥보드..안전 무시한 무법자 될까
[이슈] 고삐 풀리는 전동킥보드..안전 무시한 무법자 될까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11.2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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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무면허 음주사고 등 사고 빗발치는데 규제 완화
오는 12월 10일부터 만13세 이상 무면허 운전 허용
사고 발생 전후 단속 및 감시 어려워..안전교육 필요
21대 국회, 규제완화 시행 전 다시 규제 강화 논의
오는 12월 10일부터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돼 자전거 도로 이용이 가능해지며, 운전면허 없이 나이 조건만 만족하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오는 12월 10일부터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돼 자전거 도로 이용이 가능해지며, 운전면허 없이 나이 조건만 만족하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사진=아웃소싱타임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지난 밤 전동킥보드 이용자로 인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중학생 두 명이 전동킥보드 한 대를 함께 타다가 보행자를 추돌한 사고다. 당시 탑승자 학생 두명은 혈중 알콜 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이었으며, 탑승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12월 10일부터 전동킥보드 탑승 규정이 대폭 완화될 예정이라 보행자 안전을 비롯한 각종 안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신'에만 초점을 둔 규제 완화가 무법지대의 발판이 됐다는 강도 높은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0년 5월 20일 국회에서 전동킥보드나 전동휠 등 전동 이동장치에들에 관한 도로교통법을 광속 통과시킨 탓이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사고 발생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위한 안전 대책은 미비한 상태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 건수는 이용자 수가 많아짐에 따라 대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5년 14건에서 2018년 233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밝힌 퍼스널 모빌리티(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사고 발생 건수는 2019년 기준 무려 447건에 이른다.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 우려가 높아지며 기술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는 필요하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규제까지 풀어선 안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 건수. 사고 10건 중 3.5건 이상이 이용자가 운행 중 발생한 사고였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 건수. 사고 10건 중 3.5건 이상이 이용자가 운행 중 발생한 사고였다.(자료=행정안전부)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 어떻게 달라지나
달라지는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앞으로 전동킥보드는 원동기가 아닌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된다. 30kg 이하의 무게와 최고 속도 25km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원동기 분류에서 벗어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운전 면허가 필요 없어진다는 것. 만 13세 미만이라는 나이 제한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운전면허 취득이나 관련 지식을 공부할 필요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헬멧 착용의 경우 원동기장치자전거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또 자전거 도로 이용 규정이 자전거 및 개인형 이동장치로 변경됨에 따라 전동킥보드도 위 규정을 준수한 기기는 자전거 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다.

대다수 규정 변화는 그야말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전동킥보드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주를 잇는다. 안전과 관련한 조항은 필요한 경우 도로교통청이 자전거도로 통행 일부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점과 승차정원 이외 동승자 탑승을 금지한 사항 정도에 그친다.

■사고나도 책임 묻기 어려운 현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증가함에따라 최근 관련한 사고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경찰은 24일부터 시작된 음주운전 특별 단속 대상에 전동킥보드를 포함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전동킥보드로 인해 보행자를 다치게 할 경우 중과실 사고에 해당해 보험 가입이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시를 포함한 각 지자체도 보행자 안전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며 전동킥보드 이용객들에게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은 여전히 위험 요소가 다분하다. 자전거와 비교했을 때 속도는 훨씬 빠르지만,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별도 안전 장치가 없기 때문에 사고 발생시 탑승자와 피해자 모두 크게 다칠 수 있다. 지난해 전동킥보드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명에 이른다.

1인 탑승을 기준으로 제작된 전동 킥보드를 2인 또는 3인 이상 탑승하는 경우 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를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1인 탑승을 기준으로 제작된 전동 킥보드를 2인 또는 3인 이상 탑승하는 경우 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를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사진편집=아웃소싱타임스)

또 탑승자가 안전 규칙을 위반한다 하더라도 전동 킥보드 특성 상 단속이 쉽지 않다. 전동 킥보드는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는다. 사고 발생 후 가해자가 도주한다면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없는 셈이다. 법으로는 승차인원을 초과한 탑승이 금지되지만 현재도 승차인원 이상 탑승한 전동킥보드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린 미성년 이용자들과 20대 초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친구와 함께 타는 것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지난 밤 발생한 중학생 무면허 사고도 두명이 동시에 탑승한 상태였다. 일반적인 전동킥보드는 1인 탑승이 기준이다.

이에더해 전동킥보드의 경우 PM 플랫폼 업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공유해 이용하는 형태가 많아 탑승자 신원 확인이나 탑승 인원 파악이 어렵다는 문제도 안고있다.

무엇보다 전동킥보드 이용 제한 나이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미성년 탑승자에 대한 처벌을 두고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전동 킥보드는 만 13세 이상 청소년도 면허 없이 이용 가능하다. 만약 미성년이 사고를 유발할 경우 만 13세 이하는 가정법원에 만 14세 이상부터 만 18세 미만은 검찰 송치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관례상 실제로 미성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해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짙다.

나이 제한 마지노선에 걸린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들의 탑승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또래와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전동킥보드 탑승 유혹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 만 13세 미만의 아동이 형제, 선후배 등과 함께 탑승한다 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 만 13세에 대한 기준을 잘못 이해해 탑승 가능 연령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인터넷 상에는 '현재 13살인데 전동 킥보드를 타도 되느냐'와 같은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사고가 나면 처벌 대상이 되는지부터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만 13세 미만은 촉법소년 대상자이자 민식이법으로 보호받는 연령대에 속한다는 것. 전동킥보드 가해자가 만 13세 미만일 경우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스쿨존에서 차량과 전동킥보드 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주는 민식이법으로 인한 처벌을 피할수 없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닌 지역이라 하더라도 운전자 입장에선 '킥라니(킥보드+고라니를 합성한 신조어)'가 시한폭탄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전동킥보드 탑승자와 사고 발생에 대한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포털사이트에 누리꾼 A는 서행으로 우회전 하던 중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초등학생 전동 킥보드 사고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닌 덕에 민식이법 처벌은 피했지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과실로 인한 보험료 지불이 불가피했고, 인적 사고라는 생각에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아이가 다친건 정말 안타깝지만, 사과 한번 없는 가해자 부모님도 답답하다"며 "12월부터 만 13세 이상 면허없이 킥보드 이용이 가능하게 되면 이러한 사례가 빈번할듯해 씁쓸하고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사람 김병진 안전문제연구소장은 "현행 법 상 원동기의 경우에는 시속 20km 이하로만 운행될 수 있는 차를 제외하고는 운전면허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전동킥보드의 경우 시속 25km가 속도 제한인데 운전면허는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다"고 우려하며 "아직 미성숙한 연령대의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면허나 교육에 대한 제약도 없고 안전모 착용도 필요 없다면 그야말로 무법지대에 방치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동킥보드 안전 문제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자 21대 국회에서는 다시 전동킥보드의 속도 제한과 운전면허 소지 등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결국 꼼꼼한 검토와 보완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한 규제 완화가 도리어 전동킥보드 산업의 발목을 잡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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