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호구 취급 비정규직, 고통 분담은 왜 비정규직에게만 요구할까
[초점] 호구 취급 비정규직, 고통 분담은 왜 비정규직에게만 요구할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1.30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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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촉발 경영환경 악화 틈타 비정규직 부당대우 급증
월급 삭감, 부당 해고 등 회사 갑질 횡행에 우려 늘어
위기 대처 위한 비용 삭감의 대상이 비정규직뿐인 것은 의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영환경 탈출을 맞춰 등장한 고통분담이 월급삭감, 부당해고 등 비정규직을 향한 칼날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악화된 상태다. 존폐의 기로에 선 기업들이 빼든 것은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는 ‘고통 분담’이다.

고통 분담론은 비용을 절감해 기업의 체력을 축적하겠다는 의미지만 그리 바람직한 전략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업의 존폐가 곧 구성원의 존폐로 이어지는 회사 생리상 특정 상황 하에서의 고통 분담은 일정 부분 용인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 고통 분담이란 것이 특정 세력으로만 몰린다는 게 문제다.

최근 고통 분담을 빌미로 한 비정규직 차별 대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규직이라고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의 고통에서 무사할 순 없지만 비정규직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정규직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명확한 게 사실이다. 

■ 월급 삭감도 비정규직부터..성과급은 정규직만 수령

킨텍스 사태에서 드러났듯, 최근 비정규직 월급 삭감과 관련된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자료제공 통계청

지난 11월 12일 개최된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킨텍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킨텍스가 지난 4월 자회사와 용역 비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만 휴직 등을 통해 인건비를 줄인 사실이 드러난 것.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 860억원에서 400억원 수준으로 급락하자 킨텍스는 킨텍스 임직원과 킨텍스가 설립한 자회사인 K서비스 직원, 용역 비정규직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순환휴직 등 인건비 줄이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공평한 고통 분담이라면 용인되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실제 순환 휴직에 들어간 인원은 자회사와 용역 비정규직 등 203명의 현장 직원들뿐인 것이 문제였다. 절대적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만 부담을 떠안긴 행위에 대해 질타가 이어졌을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에 킨텍스 측은 당초 계획된 정규직 직원들의 휴직 일정이 전시 재개에 따라 취소되었다고 설명했지만 그것으로 해소될 수준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전에도 킨텍스는 실적 달성에 관한 성과급 지급에서 비정규직을 배제시킨 전력이 있던 터라 이번 사태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셈이다.

결국 고통분담은 비정규직에게만 해당하는 차별적 행위였던 것이 자명하다. 킨텍스가 국민의 지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비단 킨텍스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란 게 더 뼈아프다.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실제 이런 사례가 사회 구석구석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2020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171만 1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1만 8천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 그 증거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 수 역시 지난해보다 5만 5천명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12년 8월 이후,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든 것은 201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급여도 줄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 역시 줄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더 컸다는 뜻이다.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똑같이 힘들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이 공정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마스크 지급조차도 차별, 부당해고도 여전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과 마스크가 분진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제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대우가 일상화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영 위기를 빌미로 가속화된다는 것이 더 문제다.

지난 9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가 공개한 한 장의 사진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불량 작업용 마스크를 쓴 채 일하다가 분진을 뒤집어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 노동자의 모습이 그것. 현대차 전주공장 소재부 집진 설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규격에 미달하는 마스크를 쓴 채 일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다.

지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사측이 분진 차단을 위해 지급해온 1급 방진 마스크를 다른 제품으로 교체한 후 잦은 교체 요구에도 묵묵부답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위급한 상황이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묵살되는 이런 횡포는 안 그래도 힘겨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하루하루를 암울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공장에 근무하지만, 하청업체 인력이란 이유로 출입증도 없어 통근버스 이용조차 불가능한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은 그나마 일자리가 남은 상황이지만 KBS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그보다 더 힘겨운 상황이다. 지난 23일, KBS의 언론비평 프로그램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하던 A씨는 프로그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20명 남짓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작스럽게 계약종료를 통보받아 한 달 뒤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글을 남겼다. 개편을 앞두고 일방적인 계약종료를 통보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간 셈이다.

글이 올라오기 무섭게 사측은 계약 위반이 아니라 한달 전에 이미 고지된 상황임을 설명하며 불법, 부당해고처럼 보이게 만든 A씨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사측의 반박에도 현 상황에 대한 불법 해고 논란이 종식되지 않는 것은 간단한 이치다. 언제 재개될 지도,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시 채용할 지에 대한 확답이 없는 상황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갖는 공포는 일방적인 사측의 갑질에 기인한 것이라고 믿기에 충분한 것이기 때문이다.

HR서비스산업협회 남창우 사무총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일삼는 기업 및 단체들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만을 부각시키기 일쑤다”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처우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 정부가 그토록 주장해온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은 공약을 수행하기 위한 전시행정에 불과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획득할 수밖에 없다”고 작금의 사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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