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수능(修能)과 찹쌀떡
[전대길의 CEO칼럼] 수능(修能)과 찹쌀떡
  • 편집국
  • 승인 2020.12.0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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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국제PEN한국본부 이사

2020년 12월 3일(목)은 대학 입학 수학능력(수능) 시험일이다. 어른들은 시험 잘 보라며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에게 찰싹 붙으라며 엿을 선물한다.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잘 찍으라고 포크(Fork)를 선물하며 시험문제를 술술 잘 풀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선물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대세는 찹쌀떡 선물이다. 단팥을 소(素)로 넣은 찹쌀떡인 모치(もち)는 우리 전통음식이 아닌 일본식품이다. 우리는 일본어인 ‘모찌(もち)’라고 부르며 우리말로는 떡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합격을 기원하며 선물하는 찹쌀떡이 ‘다이후쿠(だいふく<大福>)모찌’다. 한자로는 ‘대복병(大福餠)’이라고 쓰며 ‘큰 복을 받는 떡’이란 뜻이다. 큰 복을 받아 합격하길 기원하며 수험생에게 찹쌀떡을 선물하는 이유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수험생에게 찹쌀떡을 선물하는데 일본 풍습이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합격을 기원하는 음식이 됐다. 

합격기원 찹살떡

찹쌀떡이 메추라기처럼 불룩 나온 배를 닮았다고 해서 ‘복태병(腹太餠)’이라고 불렀으나 글자의 앞뒤가 바뀌어 ‘대복(大腹)’, ‘다이후쿠’라고 불렸다. 발음이 같아서 ‘큰 복을 받는다’는 ‘대복(大福)’이란 글자를 쓴다. 예전에 초등학교 운동회 때 찹쌀떡을 입으로 따 먹는 게임도 이런 연유이지 싶다. 

중국에도 합격기원 음식이 있다. 옛날 중국 선비들은 돼지족발을 먹으면서 시험에 합격하라는 소원을 빌었다. 

어느 날, 과거시험을 앞두고 친한 선비들끼리 모여서 약속을 했다. 우리들 중에서 누군가가 과거시험에 장원급제를 하면 수도인 장안(長安)의 대안탑(大安塔)에 붉은 글씨로 합격자 이름과 시(詩) 제목을 새겨 넣어 영원히 기념토록 하자고 약속했다. 

그때부터 과거에 급제한 합격자 이름과 시를 붉은 글씨로 적는다는 ‘주제(朱題)’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이때부터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는 선비들에게 돼지족발을 먹이며 장원급제의 소원을 비는 풍습이 만들어 졌다. 

과거에 급제하면 붉은(朱) 글씨로 시(詩)와 합격자 이름을 남기는 게 주제(朱題)’인데 돼지족발이라는 ‘저제(猪蹄)’와 중국어 발음이 똑 같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능 응시생들이 싫어하는 말이다.  
1위는 “누구는 벌써 수시 붙었다더라(34.1%)”이며
2위는 “재수하면 되지(25.1%)”이다. 
3위는 “시험 잘 볼 수 있지?(19.8%)”이고
4위가 “절대 실수하지 마라(14.2%)”란다. 

이와 반대로 ‘수능 전 가장 기운을 북돋게 하는 것’은 ‘용돈’(40.5%)이라고 답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맛있는 식사’가 21.5%, ‘주위 사람들의 찹쌀떡과 응원 메시지’가 17.3%, ‘친구들끼리의 응원 메시지’가 11.6%, ‘좋아하는 연예인의 노래와 동영상’이 9.1% 순이었다. 

그리고 '수능 전 가장 좋은 컨디션 관리 전략’으로 수험생의 56.6%는 ‘숙면(熟眠)’이다. 

청나라의 시인, 극작가, 소설가인 ‘포송령(蒲松齡..1640~1715)’의 단편소설집인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온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運)이 7할이고 노력(技)이 3할이다’란 내용이다. 해마다 입시철이면 유행하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의 유래가 ‘요재지이(聊齋志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재지이 책

예전에 매번 과거시험에서 떨어지는 중국의 한 선비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과거에 속속 붙었지만 그는 연속해서 낙방했다. 공부하느라 가세마저 기울었다. 처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그만 남겨두고 가출해 버렸다. 

이에 그는 세상을 한탄하며 죽기로 작정했다. 그러다가 문득 왜 자신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지? 왜 이렇게 운이 없는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이대로 죽기보다는 염라대왕을 한번 만나서 따져보기로 했다. 그가 염라대왕을 만나서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염라대왕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정의(正義)의 신’과 ‘운명(運命)의 신’에게 술 마시기 시합을 시켰다. 술을 많이 마시는 신(神)을 승자(勝者)로 정했다. 그 결과 운명의 신이 이겼다. 

정의의 신은 석 잔의 술을 마셨는데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셨다. 술 마시기 시합결과를 본 염라대왕이 대갈일성(大喝一聲)했다. “세상은 정의대로 움직이기보다는 운명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3할의 이치도 행해지는 법이니 운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렇게 해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옛 친구들과 무릎을 맞대고 ‘고 스톱(Go-Stop)이란 화투(花鬪)’를 칠 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사자성어를 썼는데 이 말이 청나라 포송령(蒲松齡..1640~1715)이 쓴 ‘요재지이(聊齋志異)’에서 유래했음을 뒤늦게 알았다. 여태까지 잘 모르고 지내왔다. 

시험과 관련한 화장실 낙서 이야기다. 어느 명사(名士)가 대학입시에 낙방해서 재수할 때 유명학원 화장실 낙서를 떠 올리며 지금도 계면쩍게 웃는단다. 

“떨어져서 울지 말고 웃으면서 포기하자!”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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