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자영업자 배려는 어디로? 속빈 강정 신세 전국민 고용보험
[초점] 자영업자 배려는 어디로? 속빈 강정 신세 전국민 고용보험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2.28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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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5년까지 고용보험 가입자 2100만명 확대 선언
특고 종사자, 자영업자까지 사회 안정망 속 편입 목적
자기부담비율 등 구체적 방안 없어 안착까지 난관 잦을 듯
8조 육박 고용보험기금 적자 해결 없이는 성공 어려워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두고 미흡한 준비과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23일,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하고 현재 1400만명인 고용보험 가입자를 오는 2025년까지 2100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 그간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아왔던 자영업자들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실제 현장 반응은 탐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23년까지 자영업자를 고용보험 대상으로 포함시킨다는 총론만 제시됐을 뿐, 보험료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누락된 때문이다. 보험료율을 얼마로 정할지, 실업급여는 얼마로 책정할지 등도 모호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고용보험 가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고용보험 가입을 원한다고 해도 과도한 보험료 부담을 떠안는 것은 하지 않으니만 못 한 것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영업자의 현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호기롭게 선언한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도래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 전액 자가부담 자영업자, 임금근로자와의 차별에 불만 토로
국내 자영업자의 비중은 경쟁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다. 일하는 사람 10명 중 2명이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을 고용보험의 테두리안으로 편입시키는 작업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자영업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도 치열하다. 창업 3년 이내에 폐업할 정도로 조기 폐업률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업한 자영업자가 생계를 유지하고 재취업이나 재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고용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2006년, 고용 안정과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자영업자 본인의 희망에 따라 가입할 수 있도록 '임의가입'을 허용한 이유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 고용보험 임의가입은 그러나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용노동부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2017년 1만 6455명에서 2020년 9월 기준 2만 9175명으로 1만 2720명이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자(2020년 10월 기준 555만명)의 0.5%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왜 그런 걸까. 자영업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보험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임금근로자의 경우 올해 기준 고용보험료율 1.6%를 사업주와 나눠 부담하지만, 자영업자의 경우 전액을 모두 감당해야 해서다. 이번 로드맵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상황. 현재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은 당연히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여파로 존폐의 위기로 선 자영업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고용보험에 가입할 것인가에 대한 분위기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고용보험 가입이라는 대원칙에는 지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자료제공 정의당 전북도당
정의당 전북도당이 도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150명 중 86.7%(130명)는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제 도입을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제공 정의당 전북도당

지난 10일, 정의당 전북도당이 도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150명 중 86.7%(130명)는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제 도입을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13.3%(20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이후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휴폐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 천문학적 적자 고용보험기금 운용 가능할까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은 당연히 반길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은 돈이 문제다. 아직 구체적 지침이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시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한 상태다. 임금노동자의 경우,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지만 자영업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그 출처는 당연히 고용보험기금이 된다. 문제는 현재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최악에 가깝다는 점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 급여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이 영향으로 고용보험기금은 올해 말 기준 8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고 적립금 역시 연말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신규 적용되는 대상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운영 후 전문기관을 통해 운영성과를 평가하고 재정추계를 실시하는 등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로드맵에 따른 특고 고용보험 적용 시 2025년까지 향후 5년간 4499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등 안정적인 재정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발표한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경우 2023년까지 고용보험 가입을 완료시킨다는 계획이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아직은 총론뿐인 현 상황도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정부가 발표한 고용보험 로드맵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구상만 담겼을 뿐,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자영업 고용보험 확대와 관련, 당사자 관계부처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가입대상 및 방식, 적용시기, 운영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2022년 중 단계별 적용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영업자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보험료·기여기간·구직급여 등에서 임금근로자와 격차를 완화하도록 제도를 재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와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 등을 감안해 비자발적 요건을 완화하는 등 폐업요건도 재설정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노사정 대화기구가 과연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대변해줄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기수의 성격상 실질적인 성과를 내길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래저래 건너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지만 어쨌든 전국민 고용보험 적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논란 역시 불가피할 것이 분명하다. 

박흥진 세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은 바람직한 일이긴 하나 현재 기조대로라면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보험료 분담 비율 등 민감한 부분을 합리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반발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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