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위원의 바이오산업 에세이22] 과학기술 대국 일본의 위기
[김근동 위원의 바이오산업 에세이22] 과학기술 대국 일본의 위기
  • 편집국
  • 승인 2020.12.3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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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관한 일본의 움직임은?
김근동 박사
김근동 박사

5,4,3,2,1. 발사!. 시뻘건 불길과 많은 연기가 터져 나오면서 로켓이 저 높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치솟았다. 자녀들과 손을 잡고 인공위성 발사 광경을 견학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몇개월 단위로 발사되는 기상 정찰이나 군사 위성을 비롯하여 생명 탄생의 비밀을 알고자 혜성의 탐사 목적으로 발사되는 인공위성에 일본인들은 열광한다. 이런 탓에 일본 어린이들의 장래 직업 1위에 과학자가 랭크 되곤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 관련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에 관한 일본의 움직임은 놀랍게도 깜깜한 무소식의 맹물이었다. 일본의 과학기술, 특히 의학기술의 연구개발에 비상이 걸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일본 NHK는 흔들리는 일본의 과학기술 및 의학연구의 현주소를 취재해 방영했다.

가장 취약한 것은 놀랍게도 젊은 과학자들이 일할 곳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국가의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에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감소했거나 비정규직의 불안한 일자리만 생겨났다고 한다. 괜찮은 연구 관련 일자리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백신이나 치료약 연구개발에서 국가 주도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온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일본은 재정투입의 기회를 잃고서 바이러스 연구개발의 선봉자 역할을 하고 있는 국립 오사카대학의 관련 부서조차 비정규직 연구인력 1/3을 포함해 몇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고 국립 가고시마대학의 비정규직 연구인력은 휴일에 돈을 벌기 위해 약국 부업 전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어쩌다가 일본이...더욱 놀라운 것은 재정투입의 결정권을 가진 지금의 정치인들이 과학기술 육성에 과거보다 휠씬 더 무관심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장관을 겸임하는 내각책임제를 도입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체제 하에서는 의원 숫자가 중요하다. 그래서 과학기술의 전문성 강조보다 인기에 영합하게 된다. 

게다가 "자율적인 경쟁을 통한 과학기술의 육성"이라는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국립대학의 독립된 법인화는 그 근본적인 취지와 다른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지원을 줄이면서 프로젝트의 자율적인 경쟁을 촉구해 성과를 높이겠다는 정책을 추진했더니 결과가 빨리 나타나는 단기과제에 연구개발이 집중되거나 채산성 확보에 초점이 주어져 인건비 절약에 나섰고 비정규직 연구인력을 양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임금수준이 높은 나이 많은 정규직 교수나 준교수 등이 힘없는 젊은 연구인력의 비정규직화에 나섰다. 직업 불안에 휩싸인 젊고 우수한 비정규직 연구인력의 탈출 러시가 일어난 것이다. 2, 3년 계약이 끝나면 또다시 보따리를 싸 어디로 가야 하나? 

민간기업의 과학기술 투자도 경영실적 저하에 따라 늘어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당장의 눈에 보이는 실적을 따지는 단기과제에 매달리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일본의 과학기술 현장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약개발에 5년 내지 10년이 걸린다는 연구 현장에 2년, 3년 짜리 프로젝트가 난무하고 있었다. 혈기 넘치고 호기심 많은 젊은 연구연력이 언제 해고될 지도 모르는 비정규직의 소모품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최근의 일본 과학기술 개발 및 연구 환경이 이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에 핵심적인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을 침묵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 직업 1위 과학자. 이에 비해 악화되고 있는 연구환경. 일본의 과학기술 위기. 어떻게 돌파해 나갈 수 있을까? 크게 주목된다고 한다.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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