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가장인데 알바하라고?" 애매한 일자리 정책에 창업 택하는 60대
[초점] "가장인데 알바하라고?" 애매한 일자리 정책에 창업 택하는 60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1.04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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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신중년과 65세 노인인구에 걸쳐진 '60대'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60대는 실현 불가능한 현실
70세 이후 은퇴 원하는데..60세가 되면 은퇴를 바라는 사회
양질의 일자리없어 '창업' 택하는 이들..미흡한 준비 우려
5060세대는 최소 70세까지 경제활동을 이어가길 바란다. 하지만 정작 60대에게 열린 길은 충분한 수익을 얻기 어려운 단기 일자리다. 이들은 충분히 생산가능한인구이지만, 규정에 따른 이들의 나이가 '노인'이기 때문이다.
5060세대는 최소 70세까지 경제활동을 이어가길 바란다. 하지만 정작 60대에게 열린 길은 충분한 수익을 얻기 어려운 단기 일자리다. 이들은 충분히 생산가능한인구이지만, 규정에 따른 이들의 나이가 '노인'이기 때문이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평균 여명의 증가와 고령화로 노동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은퇴를 앞둔 5060 세대는 인생 2모작 준비가 필수다. 대부분의 5060세대는 70대 이후에도 일을 지속하길 희망한다. 이에따라 정부도 신중년 정책과 노인일자리 공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정부의 신중년 정책은 표면상 5060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준상 65세 이상 인구는 '노인'이다. 중년과 노인이라는 구분선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있는 셈. 이러한 탓에 신중년 정책 대부분은 50대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60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공급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일자리 대다수가 사회공헌이나 단기아르바이트 수준에 그치는데, 이러한 일자리가 60대를 대상으로 공급되고 있는 탓이다.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60대의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신중년'이라면서..왜 벌써 노인 취급하나
신중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꼬리표처럼 함께 붙는 단어가 '5060 베이비부머 세대'다.

정부도 신중년 정책은 5060세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공언한다. 60대도 경제활동을 지속할 필요가 있단 사실에 공감하고 있는 것. 사회적으로도 100세 시대에서 60대는 더이상 노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료 및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60대의 신체적·정신적 능력도 과거보다 높아졌다. 부모의 부양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면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경제활동은 필수다. 무엇보다 자녀 세대의 사회 진입과 독립이 늦어지면서 여전히 가장인 60대도 많다.

그런데 노동시장에서 60대는 곧 바로 노인으로 취급받는다. 대부분 기업이 보장하고 있는 정년은 만 60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5060세대를 위한다는 신중년 정책 대부분은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은 정부가 신중년이 일하기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직무에 50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면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월 근로시간 60시간 이상을 보장해야하고 근로기간의 정함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의 나이인 60대에게는 애초에 해당되기 어려운 정책인 셈. 정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신중년 정책에서 60대는 소외될 수 밖에 없다. 

만 65세가 되면 완전한 '노인' 인구로 편입된다. 생산가능인구로 여겨지는 만15세 이상 64세 이하 인구에도 편입되지 못한다.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노인일자리로 시선을 돌리기 마련. 그러나 현재 노인일자리와 관련 정책들은 사회공헌과 같은 소일거리 수준에 그쳐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불거진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일자리 104만개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중 노인일자리는 80만개에 달한다. 이중 46만 3000개의 일자리가 내년 1월 중 공급된다.

하지만 노인일자리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재정일자리에만 의지하고 있어 단시간·저임금 일자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내년 공급하기로 한 80만개의 노인 일자리 중 월 60시간 이상의 질 높은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는 4만 5000개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한 '국민노후보장 패널 8차조사'결과, 중고령자는 노후에 평균 부부 합산 월 267만 8000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한 '국민노후보장 패널 8차조사'결과, 중고령자는 노후에 평균 부부 합산 월 267만 8000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29일 발표한 '국민노후보장패널 8차 조사(2019년) 결과'에 따르면 중고령자가 노후에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부부는 월 267만 8000원, 개인은 164만 5000원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한 질병 등이 없다는 전제 하에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 노후생활비'의 경우 부부는 194만7000원, 개인은 116만6000원이다.  반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연금액은 92만 원이다.

부부 둘 다 수급자라 하더라도 국민연금 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60대가 저임금의 단기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필요로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요가 채워지지 않으면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60대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의 창업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창업 수는 3만 4756개로 전년대비 3.7% 늘어났다. 지난해 신규 창업이 7만 2000개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60대 창업인 것.

다음으로 창업이 많았던 50대보다도 1만개 이상 많다.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없는 60대들이 창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년에 내몰린 60대들이 준비가 미흡한 생계형 창업이 우려스럽다는 것.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창업인 대부분은 창업에 대한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평균 준비 기간도 1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42.8%는 창업준비기간이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으며 3개월도 준비하지 않은 창업인도 다수였다. 평균 창업준비 기간은 8.98개월에 그친다. 또한 창업인 중 대표자가 창업이나 경영 교육을 받은 경우는 5.3% 뿐이었다.

창업 대다수가 저축해둔 목돈과 대출을 끌어모아 시작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들의 섣부른 생계형 창업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2019년 사업체 조사 결과 신규 창업의 절반 이상은 60대 창업이었다.
2019년 사업체 조사 결과 신규 창업의 절반 이상은 60대 창업이었다.

그러나 더이상 일할 곳이 없는 60대에게는 생계를 위해선 별다른 방도가 없다. 불안한 창업임을 알면서도 창업에 뛰어들어야하는 이유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공급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하나, 사회가 변화는 속도에 비해 노동시장의 변화 속도는 너무나 더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시니어노동조합 이호승 위원장은 지난 29일 가진 아웃소싱타임스와의 시니어 일자리를 위한 협약식에서 "시니어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처참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며 미흡한 시니어일자리 문제와 복지 상황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의 말처럼 시니어 일자리는 정부가 풀어나가야할 숙제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5185만명 중 60대 이상 인구는 22.8%다. 65세 인구는 2019년 처음으로 800만 명을 돌파하며 고령화 추세는 더욱더 빨라지고있다.

고령인구와 유소년 인구수 격차는 156만 명으로 벌어진 상황. 전문가들은 60대와 노인 인구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부양비용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적절한 대비를 위해선 반드시 시대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노인과 노인 일자리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세워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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