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 내 나이가 어때서!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 내 나이가 어때서!
  • 편집국
  • 승인 2021.01.0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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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얼마 전 휴대폰을 최신 기종으로 바꿨다. 그동안 쓰고 있던 휴대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바꾼 것은 아니다. 이전 휴대폰이 오래되고 낡은 기종이었기 때문도 아니다. 

사실, 휴대폰을 사면서 맺은 24개월 할부 약정 기간이 몇 개월 남았으니, 이전 기기를 2년도 채 쓰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바꾼 이유는 최신 기종에 대한 호기심이 한몫을 했고, 헛똑똑한 셈법이 구매하려는 충동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헛똑똑한 셈법이라고 한 것은 지금까지 쓰던 S 사의 인터넷과 TV 사용을 K 사로 바꾸고 가족 결합을 하니까 할인을 받아서, 현재 통신 요금보다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휴대폰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가 됐지만, 다시 새로 24개월 약정에 매이게 됐으니 결국은 헛똑똑한 셈법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에 비해 최신 전자기기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이젠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된 휴대폰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매년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이 소개될 때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사지도 않을 거면서 새로운 기능 설명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60세는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으로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하게 된다고 했는데, 나는 이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아직도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으로 듣고 이해하는 편이다. 

공자 얘기나 나와서 하는 말인데, 지난 나의 삶을 돌아보면 공자가 각 연령에 따라 말한 기준에 나는 맞는 게 하나도 없다. 

공자는 나이 30세는 이립(而立)으로 뜻을 세우는 나이라고 했지만, 내 나이 30에는 결혼 후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는 바람에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냈다. 40세는 미혹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이라 했지만, 난 계속 직장 생활을 해야 하나 아니면 때려 치고 창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했다. 

50세는 어떤가.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나는 거의 충동적으로 법대에 입학하여 변호사가 되려고 도전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순이 넘은 이 나이에도 귀가 순해지기는커녕 새로운 기능이 탑재된 최신 기기가 소개될 때마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대하는 아이처럼 설레는 걸 보면 60세 이순도 나에겐 맞지 않는 것 같다. 

최신 기기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다고 해서 최신 기기가 나올 때마다 남들보다 빨리 구매해서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얼리어답터는 못 되고 그럴 능력도 안 된다. 

다만 하루가 멀다 하고 소개되는 새로운 기술이 이끌어가는 세상이 궁금하고, 이렇게라도 관심을 가져야 급변하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조바심에 매일 신기술을 소개하는 ‘테크’ 분야를 빼먹지 않고 기웃거린다.

내 친구 중에는 아직도 스마트폰이 아닌 구식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마치 근검절약의 상징처럼 자랑하며, 휴대폰은 전화만 되면 된다고 주장하는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휴대폰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것은 필요성과 편리함의 산물이다. 필요성을 충족해 가면서 편리함을 누리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나이가 들수록 더 편리하고 새로운 것을 사용하며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새롭고 놀라운 것들을 접하고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를 펼치며 우리 나이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 나이를 들먹이며 이 나이에 뭘 그리 힘들게 사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내 나이가 어때서, 호기심을 갖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딱 좋은 나인데.”라고 반박을 한다. 

유엔이 2015년에 발표한 나이에 대한 새로운 구분에 따르면 65세까지 청년이고, 79세까지 중년이라 했고, 100세를 살고 있는 김형석 교수도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믿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나는 아직 청년이고 인생의 황금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새롭고 더 편리한 기능이 담긴 휴대폰이 나오면 사용하고 싶은 열망을 지니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더 스마트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앞으로도 신기능이 담긴 새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호기심을 갖고 기웃거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든지,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휴대폰 바꾸기 딱 좋은 나인데.”

한상익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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