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벌금으로 대체하면 그만? 너도 나도 안지키는 '장애인 의무고용'
[이슈] 벌금으로 대체하면 그만? 너도 나도 안지키는 '장애인 의무고용'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1.0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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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대기업 중 장애인 의무고용 준수 기업 단 1곳
민간기업, 규모 클 수록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 선택
기타 공공기관 및 출자,출연기관도 장애인 고용 외면해
고용된 장애인 절반 가까이 임시 일용직..비장애인보다 12% 높아
민주노총이 장애인 조합원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장애인 조합원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지만 비장애인에 초점이 맞춰진 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활동을 영위하는 것 조차 녹록치않은 것이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91년붜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도입하고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업장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낮고 특히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의무고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공공기관 마저도 장애인 고용 의무를 외면하며 유명무실한 장애인 의무고용법에 대한 비판이 불거졌다.

민주노총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노총 장애인 조합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규정한 장애인의무고용 단체 및 기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상시 50인이상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이다. 이중 민간기업은 2019년 기준 채용인원의 3.1%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한다.

그러나 해당 년도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79%로 정부가 고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1000인 이상의 장애인 고용률은 2.52%로 낮게 나타났는데, 30대 대기업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사업장은 단 한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노동자 고용 비율
민간기업의 장애인 노동자 고용 비율

대다수 대기업들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는 대신 의무고용 위반에 따르는 벌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위반하면 고용부담금을 징수하는데, 장애인 고용보다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이 속 편한 계산이란 것. 부담금 납부가 어려운 중소, 중견기업들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 준수 비율이 비교적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규모에 따라 부담금을 차등 징수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자료를 근거로 "30대 대기업 등 규모 있는 기업에서 의무고용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마저 외면하면 어쩌나
장애인 의무고용에 야박한 것은 비단 민간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마련한 법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공공기관 마저도 장애인 의무고용에 무관심한 곳이 존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장애인 의무고용은 대체로 준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근로자부분의 장애인 고용률은 5.06%로 전년과 비교해 0.74%p 올랐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1.25%p 오르며 고용 노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기타 공공기관과 출자 및 출연기관은 상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한 비율은 단 2.51%로 민간기업보다  못했으며, 출자 및 출연기관 역시 2.9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헌법기관과  교육청의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교육청의 경우 1.74%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공표한 바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최소한의 개선 여지도 보이지 않은 명단에 공공기관은 총 13개소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기술품질원과 한국전기연구원은 무려 6년 연속 공표명단에 오르며 장애인 고용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법 준수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관들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장기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일자리는 따로 있다?
채용 이후 장애인 근로자들이 실제로 수행할 업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대다수 장애인 일자리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채우기 위해 비정규직과 단순 업무 위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권연구소장은 "장애로 인해 업무 배치에 제한을 받거나 고과나 승진, 임금 향상에 불리한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명시적인 차별은 없으나 시간제 근로나 단기계약직 등으로 비율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주장이다.

장애인 노동자의 임시,일용직 비율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임시,일용직 비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노동자의 임시,일용직 비율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임시,일용직 비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장애인 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장애인 임금근로자 중 절반에 가까운 43.9%가 임시 일용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기준 임시 일용직 비율이 31.4%라는 점과 대조하면 현격히 높은 수치다.

고용률(34.9%)과 실업률(6.3%) 또한 전체 인구와 대비했을때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낮고, 실업률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장애인의 불안정한 경제활동 이 여실히 보여줬다.

한편 민주노총은 장애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모범단체협약안을 발표하고 노동 조합 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애인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를 사측에서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것.

민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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