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지 않아도 된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지 않아도 된다
  • 편집국
  • 승인 2021.01.12 0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송구영신(送舊迎新).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이제 묵은 해가 되는 한 해를 보내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때 흔히 인사말로 건네는 말이다.

2020년을 돌아보면 정말 빨리 시간이 가서 송구영신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코로나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이 그토록 어려움과 혼란에 빠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리라고는 불과 1년 전에도 상상치도 못했고, 좋은 기억보다는 안 좋은 기억과 사건이 많았던 해이기에 빨리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2020년은 참 허무하게 보낸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목표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도 않았고, 딱히 이룬 것도 없이 시간만 보낸 한 해였기 때문이다. 나에겐 허무했던 한 해지만 어떤 이들에겐 힘겹고 감당하기 어려운 한 해였을 것이다.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은 그나마 덜 하겠지만 개인 사업자 특히 영세업자들에겐 가혹하리 만큼 버텨 내기 어려운 한 해였을 것이다. 그리고 연로하고 건강이 안 좋은 이들에겐 코로나 감염 및 사망 소식으로 인해 두렵고 무서운 한 해였을 것이다.

이제 그 묵은 해를 보내고 우리는 2021년이라는 새해를 맞이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새해가 되면 결심을 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모 일간지 편집국 윤희영 에디터는 자신의 칼럼에서 미국 심리학자 소피 라자루스 박사가 쓴 “새해 결심하지 마라”란 글을 인용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고 생각해볼 만한 주장이다. 

그 요지는 지금처럼 불확실하고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했다고 해서 압박감이나 의무감으로 큰 목표를 세워 자신에게 압박을 가할 경우, 이처럼 힘겨운 해에는 역효과와 스트레스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작년에 큰 포부를 지니고 세운 목표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여건 때문에 달성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기에 이 말에 공감이 됐다. 

그리고 라자루스 박사는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는 커다란 포괄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고 좀더 유용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즉 거창하고 큰 목표를 세워 공연히 실망과 스트레스를 자초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목표를 세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년 실패하는 다이어트와 살빼기라는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엘리베이터 안 타고 걸어 올라가기 또는 가까운 곳은 걸어가기 등으로 바꾸는 것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스마트(SMART)하게: Specific(구체적이고), Measurable(측정 가능하고), Achievable(성취 가능하고), Realistic(현실적이며), Time-based(시간 기준으로) 세울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로 인해 전통적인 새해 결심과 목표 설정에도 뉴노멀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전문가들이 2021년을 전망하면서 ‘Re’라는 접두어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라는 접두어는 한자어로 ‘재(再)’에 해당되며, ‘다시 한 번’, ‘재차’, ‘거듭’이란 의미가 있다. 올해에는 백신 보급과 접종으로 코로나로부터 벗어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다시 한 번 재정비하고 도약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Recovery’(회복). ‘Resilience’(회복력), ‘Rebound’(반등), ‘Restoring’(복구), ‘Reconstruct’(재구성), ‘Restructuring’(구조조정) 등의 단어를 들었다.

나도 여기에 발맞춰서 올해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고(Reflection) 재설계(Redesign)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올해 화두(話頭)를 “자랑스럽진 않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한 해”로 정해 보았다. 자랑스럽다는 것은 내세울 것이 있다는 것이고, 보여줄 것이 있다는 것이며 다소 상대적인 개념이다. 반면에 부끄럽지 않음은 자기 성찰적인 의미가 있고, 외향적이기 보다는 내향적인 성격이 있다. 

올 한 해는 내세울 만한 높은 목표를 세워 이루려는 성취적인 목표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내실을 기하고 성찰적인 한 해로 삼자는 의지를 담았다.  

나는 목표하면 떠오르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물론 이 말이 목표만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보다 일단 행동으로 옮겨 시작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음은 배워서 알고 있지만, 시작은 시작이지 시작이 반이 될 수는 없다.

또한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도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노력하여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가다가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중지하고 다른 길로 갈 때도 있고, 더 중요한 일이 생겨 샛길로 빠질 수도 있다. 

가끔은 가다가 쉬면서 온 길을 돌아보고 이 길이 맞는지 따져 볼 필요도 있다. 그리고 가다가 중지하더라도 간 만큼은 이룬 것이다. 무엇보다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한다.

올해는 연초에 세운 목표를 꼭 이루리라는 강박관념을 갖지 않기로 했다. 내가 아무리 원해도 상황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룰 수 없음을 작은 미생물에게서 배웠기 때문이다. 

가다가 중지하더라도 가는 만큼은 갈 것이다. 시작이 절대 반이 될 수 없더라도 일단 목표한 바를 시작은 해 볼 것이다. 그리고 사정상 중지를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은 간 것이고, 잠시 쉬었다 재정리하고, 사정이 허락되면 다시 힘을 얻어 출발하면 될 것이다.

2021년은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이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세상을 보고, 소처럼 신중하고 성실하게 걸으라는 말이다. 소걸음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 느긋한 걸음을 걷다 가도 때론 멈춰서 되새김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할 일은 다 하고, 갈 곳은 다 간다. 

나도 올해는 ‘빨리빨리’보다는 좀 늦더라도 신중한 걸음을 걸으려 한다. 그렇게 때론 멈춰서 뒤도 돌아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성취하여 내세우고 자랑할 만한 것은 없을지라도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은 한 해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