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단기일자리로 납땜하는 청년실업..10년 후 중년실업 우려
[초점] 단기일자리로 납땜하는 청년실업..10년 후 중년실업 우려
  • 김민서 뉴스리포터
  • 승인 2021.01.18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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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체감 실업률 25.1%..실제 실업률도 전체 실업률보다 2배 높아
민간기업 채용 문 닫자 갈 곳 잃은 청년들, 관공서로 눈 돌려
청년 일자리 해법 못 찾고 헤매는 정부, 빼든 패가 '단기일자리'
양질의 일자리 경험 없는 '청년니트', '중년니트'로 이어질까

"지금 같아선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감사하죠" 졸업을 앞둔 4년제 대학의 재학생 A 씨는 좀처럼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동기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대학교 문턱을 처음 넘었던 1학년 시절 가졌던 '조기 취업으로 부모님께 보탬이 되겠다'는 그의 소망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코로나19로 극심해진 경기 침체가 청년의 실업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청년 실업률은 9%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극심해진 경기 침체가 청년의 실업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청년 실업률은 9%를 기록했다.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서 뉴스리포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몰고 온 광풍 탓일까. 얼어붙은 고용 시장 속 청년 실업이 심화되며, 청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 위기를 피해 간 세대가 없다지만 사회초년생인 청년층에게는 유독 매섭다.

체감 청년 실업 25%, 유례없는 실업난에 청년들의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사회 첫 발을 내디뎌야 할 청년들이 정상적인 진입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탓에 미래 국가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90만 4000명으로 전년보다 21만 8000명이 줄어들었다. 외환위기인 1998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연간 평균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감소한 것 또한 11년 만에 첫 사례다.

이처럼 취업자 수가 대폭 줄어든 데는 2030 세대가 받은 타격이 컸던 까닭이다. 연령별 취업자 수를 살핀 결과 20대는 전년 대비 14만 6000명이 줄었다. 30대도 16만 5000명이 감소하며 취업자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반면 60대는 공공 일자리 등의 영향으로 37만 5000명이 증가했다.

취업자 수 감소와 비례해 실업률은 치솟았다. 전체 실업자 수는 4만 5000명이 늘어난 110만 800명으로 집계되며,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은 4.0%, 청년층 실업률은 2배보다 많은 9%를 기록했다. 숫자를 넘어선 청년 체감 실업률은 25.1%를 기록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절벽을 여실히 나타냈다.

사실상 청년 4명 중 한 명 이상이 실업 상태라는 것. 이처럼 고용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도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 분석 결과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었다'는 20대 인구는 전년 대비 25.2%나 급증한 것으로 확인된다. 일자리를 얻기 어려우니 구직을 단념하는 셈이다.

지난 2020년 연령별 실업률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지난 2020년 연령별 실업률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는 원인에는 여러 요소가 기인한다. 그중 하나는 민간 기업이 채용 문을 걸어 잠근 데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다수 기업들은 채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LG그룹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향후 공채 과정을 전면 폐지하고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신입사원을 채용할 의사가 있는 기업은 38.7%로 전년도 41.2%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규모 채용을 이끌어온 대기업의 경우에는 전년도 채용계획 71.1%에서 올해 56.2%로 대폭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일자리가 줄어들자 정부는 곳간을 풀어 보조금 지원 정책을 쏟아냈다.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일자리안정자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과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을 시작해 민간기업에서 청년을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정부 예상과는 반대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린 기업들은 보조금을 받고서도 청년 고용에 대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과 청년 일 경험 지원 사업은 각각 지원 대상인 청년을 채용한 중소, 중견기업에 6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부족한 일자리에 정부는 해당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고용 조건이 정규직이 아니어도 된다는 전제를 달았다. 즉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고용도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것.

지난해 정부는 해당 사업을 통해 단기 일자리와 장기 일자리를 불문하고 총 11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 목표인원에 미달한 7만 3000여 명의 채용에 그쳤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당초 기업에 수요조사를 한 결과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에는 목표의 161.7%에 달하는 9만 7000개 일자리 채용 계획을 제출했다"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기업의 채용 여건 악화로 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 설명했다.

이와같은 고용부의 해명은 현 상황이 결국 인건비를 지원받더라도 고용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당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업신청 한 달 전 비자발적 퇴사로 인한 고용 감소가 없어야 하는 등의 단서가 붙기 때문에, 코로나19로 기존 고액 연봉자들을 내보내야 했던 기업들은 참여가 불가능해지며 청년 채용에 소극적이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서울시 여름,겨울방학 단기 아르바이트 현황
서울시 여름,겨울방학 단기 아르바이트 현황

■민간에서 안되면 공공에서? 단기일자리가 능사는 아냐
악재가 겹치며 민간 채용 시장이 악화일로를 걸을수록 청년들은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기일자리나 공무원 시험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시에서 공개한 '대학생 아르바이트 모집 현황'을 보면 대학생들의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에 진행되는 관공서 아르바이트 신청 인원은 매해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찾기 힘들어지면서 관공서 아르바이트로 대거 몰린 까닭이다.

지난 2017년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에는 408명을 모집하는 과정 8267명의 대학생이 지원하며 20.3: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년 후인 지난해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모집에는 두 배에 가까운 1만 6293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경쟁률은 40.7:1까지 치솟았다.

단기 아르바이트 조차 찾기 어려운 청년들이 대거 몰리며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제공되는 일자리 숫자는 도리어 줄고 있어 그마저도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용위기가 이어지면서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한 정부는 결국 공무원·공공기관 채용 확대라는 패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곳에 국가 재정이 대폭 투입된 점과 4차 추경까지 단행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질적인 결정이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인력은 결과적으로 국가 재정으로 유지해야 하는 데, 현재 국고 부채는 한계점에 다달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21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공채 선발 인원은 6450명으로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났다. 이들은 대다수 코로나19로 수요가 많아진 고용노동서비스 분야에 투입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코로나19라는 상황에 맞춰 마련된 임시 정책들에 투입된 인력들이 차후 잉여인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는다. 또 국가 인구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드는데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의 숫자만 비대해지면서 인건비와 연금 부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신규 채용의 경우에는 기관별 정확한 숫자가 공고되지 않았으나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가 단기 일자리인 인턴직이 그 숫자를 메꿀 가능성이 농후하단 점이다.

이미 채용공고가 올라온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올해 1201명의 대규모 인력보강에 나선다는 선전을 펼쳤는데, 그 중 700명의 일자리가 청년인턴 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일자리에 청년들이 대거 투입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경제허리가 되는 중장년층이 된 시점에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공공기관 인턴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체험형 인턴 채용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년 실업 대책이 기업 보조금과 구직·실직 지원금을 지원하거나 세금으로 만들어낸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에서 그치자,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이 불거진다.

눈에 보이는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것과 같이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데 급급한 탓에 정작 발화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니트족 전철을 따라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본의 경우 버블경제의 몰락 등으로 인해 구직 대신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던 '청년 니트족'들이 결국 '중년 니트족'으로 이어지며, 70대~80대 부모세대가 40대~50대 자녀세대를 부양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중년 니트족 증가로 인한 사회부담 증가와 국가 생산력 저하는 일본의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 청년층에서도 학생이 아니면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 일본이 걸어온 길과 꼭 닮아 있어, 현재 일본의 상황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니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명지대학교 문성식 교수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일자리 정책의 취지는 좋으나 실직적인 문제 해결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같은 상황 속에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청년 일자리가 개선될 것이란 확신이 어렵다.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반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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