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신호위반 사망사고도 '산업재해'..왜?
출근길 신호위반 사망사고도 '산업재해'..왜?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2.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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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과실있어도 상황 여건 고려해 산재 판단해야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 판결
근로자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산업재해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산업재해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출근길 신호를 위반해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신호등이 제대로 된 위치에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행정1부(부장판사 왕정옥)는 승용차로 출근하던 A씨가 버스와 추돌해 사망한 사고를 두고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근로자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재해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쟁점은 A씨의 사고의 경우 신호위반 이후 발생된다는 점에서 발생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에 의하면 근로자의 범죄 등으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제시하고 있는 까닭이다.

유족측은 출근긴 사고는 산재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신호위반은 중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해당 사건이 온전히 A씨의 범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교차로에 신호등 설치 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됐음을 인정한 것. 교통신호등은 정지선에서 40m 이내에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반대편 신호등은 55m 밖에 서 있고, 왕복 7차로에서 한눈에 반대 방향 차로까지 확인하기 어려운 점, 또한 당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인 점 등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신호등을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제2 신호등이 반대 방향 차로 위에 설치돼 있어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진행 방향의 신호등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근로복지공단은 곧 항송했으나 이번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의 판단도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중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해서 기계적으로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며 "배면 신호등이 적색 신호임을 인지하고도 교통사고나 부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를 통과해야할 급박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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