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건보 콜센터 직고용 논란.."명패보다 중요한 건 실질적 변화"
[초점] 건보 콜센터 직고용 논란.."명패보다 중요한 건 실질적 변화"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2.1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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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콜센터 노조, 직고용 주장하며 파업 불사
민간기업 소속 콜센터 직원, 올해 공단 채용 인원보다 많아
건보공단 사무직 노조 75%는 콜센터 직고용 반대
적폐, 악덕기업 논란에 억울한 아웃소싱 기업들
업계 관계자 "직접고용이 아닌 근무환경 개선 주장해야"
국민건강보험 콜센터의 노동조합원들이 공단의 직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주장은 곧 채용 공정성과 민간기업에 대한 부적절한 비판이라는 지적에 부딪히며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됐다.(사진=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콜센터의 노동조합원들이 공단의 직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주장은 곧 채용 공정성과 민간기업에 대한 부적절한 비판이라는 지적에 부딪히며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됐다.(사진=공공운수노조)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원이 처우 개선을 외치며 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 개선을 위해 공단에서 직접고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성 논란과 함께 전문 아웃소싱 산업 자체를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진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조합원들은 지난 2월 1일부터 콜센터 직원의 직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객센터를 공단에서 직접 관리하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골자다.

노조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노동 강도와 작업환경을 결정하고 있고, 도급비 중 일부가 아웃소싱 업체의 운영비로 활용돼 낮은 인건비가 책정되고 있다며 직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 국민건강보험 콜센터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콜센터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실태조사는 콜센터 노동자 중 노조 조합원 97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조사 결과 우울증 평가 척도인 'PHQ-2' 기준 우울증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 비율이 84.5%에 달한다는 것.

또한 조사대상 노동자의 대부분이 고객으로부터 폭언을 당한 바 있으며 이로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상 우울증과 고객의 폭언이 과연 공단의 직고용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 취준생 "공정한 취업 기회 박탈하지 말아달라"..노노갈등도 심화
일각에서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의 직고용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불거진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일었던 논란과 맥락이 비슷하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소식이 알려지자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은 불공정한 정규직 전환을 멈춰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호소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지난 달 29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사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접고용 반대 청원글. 이후 2월 3일 올라온 직고용 찬성 청원글보다 3배 높은 공감을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접고용 반대 청원글.

청원인은 "많은 준비생이 열정을 쏟아부으며 공단 직원이 되고자 하는데, 공정성과 형평성을 정부 입김으로 훼손시키지 말라"고 말한다.

현재 채용공고에 따르면 공단은 아웃소싱 기업 등을 통해 공단 업무를 진행한 경력이 인정되는 경우, 시험 응시 때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 기업을 통한 도급 직원이 아니라 공기업의 정규직을 희망한다면 시험을 통해 공단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된다는 게 청원인의 주장이다.

청원인은 "공단의 소속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자에 대해 가산점까지 주며 충분히 대우를 하고 있다. 일반 취업 준비생보다 필기시험에 함격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것"이라며 민간 기업 소속 직원들을 정당한 시험도 없이 공기업의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해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11개 민간업체가 전국 12개 센터를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총 1623명이 종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올해 신규 채용 인원 995명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더군다나 올해 채용 계획 인원은 전년 채용 인원 (1286명) 대비 22%가량 줄어들어, 올해 채용 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보 공채는 경쟁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건강보험공단 공개채용의 채용 경쟁률은 행정직 6급 갑 기준 72.09:1을 기록했다. 공기업의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 소식에 취업준비생들의 반발이 깊어지는 까닭이다.

당연히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건보 직원들 입장에선 콜센터 직고용 주장이 달갑지 않다. 정당한 경쟁없는 '무임승차'로 여겨지고 있는 것. 건보공단 사무직 노조인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건보노조)가 조합원 7846명을 대상으로 고객센터 직고용에 대한 의견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701명 중 75% 이상인 5824명이 직고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위탁 기업은 모두 '악덕'이고 '적폐'인가
노조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근로자의 인건비로 책정됐어야할 금액이 아웃소싱 기업의 운영비로 돌아가고 있다며 직고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주장이 오히려 공정선 논란과 노-노 갈등을 낳으며 여론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특히 이들 주장 중 '민간위탁으로 낮은 인건비가 책정되고 있다'는 주장은 민간위탁 기업인 아웃소싱 기업의 특수성은 외면한 채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갈취하는 악덕 기업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컨택센터 업무는 단순한 사무 업무에 인력을 파견보내는 것이 아닌 도급 계약으로 이뤄진다. 단순히 사무공간이나 비품 외에도 운영에 필요한 제반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 시스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민간 기업에서 소요하는 운영비는 도외시하고 있는 것. 더군다나 노조는 민간위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고, 모든 국민이 적절한 건강보험 상담을 받는데 저해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실적인 지표와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건보는 ▲3년 연속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우수기관' ▲8년 연속 '서비스 품질지수(KSQI) 우수기관' ▲7년 연속 '한국 고객센터 품질지수(KS-CQI) 우수컨택센터'로 선정될 만큼 탁월한 컨택센터 운영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한편 노조에서는 직고용으로 전환하면 도급 비용 중 인건비를 제외한 운영비가 근로자의 인건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직고용이 이행된다면 해당 비용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새로운 부서를 관리하기 위한 운영비로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해진 예산안에서 인건비를 편성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높은 운영비와 제반 비용이 필요한 컨택센터의 경우에는 제대로된 인건비 편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력 감축과 이에 따른 1인 업무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공단 콜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합리한 처우의 결정 권한은 공단 측에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은 민간 기업에 도급을 주기 때문이라 말한다. 책임이 공단 측에 있으니 공단이 직고용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원인은 아웃소싱 기업에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들 주장에 의해 민간기업들이 마냥 이윤을 착복하는 악덕기업, 적폐 산업이라고 매도되자, 해당 기업들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컨택센터 운영 기업의 관계자는 "공기업이나 원청 측에서는 오래전부터 AI 챗봇 등을 도입하며 인력 감축과 인건비 절감을 말하고 있다"며 "AI를 뛰어넘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이를 근거로 원청에 인력과 인건비를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웃소싱 기업이다"고 말한다.

컨택센터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을 위한 AI 도입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컨택센터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을 위한 AI 도입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회장은 칼럼을 통해 "콜센터 직원의 봉급이 낮은 것은 아웃소싱 기업들이 착복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건보에서 적게 책정한 것과 조달청의 최저가입찰제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직고용의 문제가 아니라 근무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황 회장의 소견이다.

그는 "상담사들이 일한만큼 그에 걸맞는 적절한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며 "건보에 적정한 임금과 근무 환경도 개선을 주장해야한다"고 밝혔다.(참고: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회장 칼럼)

과거 프랑스에 '로베스 피에르'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부패한 왕정을 바로잡기 위해 발발된 프랑스 혁명 후 도리어 폭등한 물가와 프랑스 혁명정부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한 정치가였다.

피에르는 폭등한 우유값을 내리기 위해 우유를 판매할 때 일괄적으로 우유값을 인하할 것을 강요했는데, 결국 적자를 보던 낙농업자들이 재고가 다 떨어지자 우유 공급을 끊으며 도리어 우유값은 이전보다 대폭 상승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이와같은 사례는 우리나라도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시안적인 사고로 당장 눈에 보이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하고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민간위탁의 직원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민간 위탁 기업을 모두 없애라는 발상은 마치 교통사고가 많으니 모든 차량 운행을 금지하라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교통사고가 늘어나면 사고를 유발하는 운전자를 단속하고 이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라고 주장해야한다.

마찬가지로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들이 불합리한 임금을 받고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민간 기업을 모두 없앨 것이 아니라, 그러한 근로환경과 임금 조성에 기인한 원청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기준점을 세워라 주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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