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청년고용에 6조 투입하는 정부..끝 맺음은 민간에 '호소'
[이슈] 청년고용에 6조 투입하는 정부..끝 맺음은 민간에 '호소'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3.0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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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 발표
올해 총 5조 9천억원으로 104만명 청년 지원 목표
디지털 일자리 사업 5만명→11만명 확대
청년 일자리 영토 확보 위해 유망창업기업 지원 강화 등
생존조차 어려운 민간기업에 "청년일자리 창출해달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 대책(사진제공=고용노동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 대책(사진제공=고용노동부)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이 유례없이 증가하는 등 성과를 이루고 있지 못한 정부가 또 다시 예산을 확대했다.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돌파해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결국 장기적 일자리 창출의 역할은 민간기업의 자발적 노력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불거진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계획했던 예산에 1조 5000억 원을 추가해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을 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4만여명의 일자리를 추가 지원해 총 104만 명 이상의 청년을 지원하겠다는 것. 이와같은 내용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에 담겼다.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에 가장 주요한 부분은 예산 확대다. 당초 정부는 올해 청년고용 지원을 위해 4조 4000억 원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예상한 지원 규모는 약 79만 400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팬데믹 등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청년들의 일자리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이로인해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 세대가 증가하자 결국 추경을 통해 지원 규모를 1조 5000억 원 추가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규모도 24만 6000명 수준 확대했다.

이로써 올해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해 편성된 예산 규모는 현재까지 5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층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과 지원이 없으면 청년들은 경기회복 후에도 경력 상실로 인한 임금 손실 및 사회적 격차라는 이중 고통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이번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추가로 편성된 예산은 청년들의 일자리 저변 확대와 취업 기회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활용된다.

■ 청년 일자리 창출
먼저 청년들이 미래 산업의 중심에 있는 디지털 산업에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지원 규모를 기존 5만 명에서 11만 명으로 확대한다.

또 중소기업에 청년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전체 5만 명 중 2만 명을 청년층에 우선 지원하고, 고용증대세제 및 청년고용친화형 R&D 3종 패키지의 적용기한 연장도 검토에 나선다.

청년을 고용한 소상공인 1만 6000명에게는 청년고용특별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청년을 고용유지할 경우 대출 금리를 우대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아울러 디지털·비대면, 바이오, 문화·체육·관광 등 새로운 분야에서 ▲대학 비대면 교수학습 개발 지원(3000명)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 양성(1000명) ▲실내 체육시설 트레이너 고용지원(+0.68만명) ▲공연예술분야 인력지원(0.15만명) 등 총 전문인력 1만 8000명이 채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청년 창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 영토도 확대한다. 비대면 분야 유망 창업기업에 댛나 지원을 기존 300억 원에서 900억 원으로 3배 확대하는 동시에 구글플레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해외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청년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을 강화해 청년전용창업자금을 연간 1600억 원으로 조성하고 2025년까지 약 8000억 원의 융자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민간 일자리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감안해 공공부문 일자리 조성도 박차를 가한다. 공공기관에서 청년고용의무제를 202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개정을 추진하며, 공공분야 체험형 일자리 2만 2000명 중 4천 200명을 1분기 내 채용 완료할 방침이다.

■ 청년의 취업능력 강화 지원
일자리를 만들고 지원하는 것에 이어 청년들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능력개발 극복 직업훈련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신기술 분야 스타트업 기업이 직접 설계하는 맞춤형 디지털 훈련을 신설하고, 그린뉴딜을 이끌어갈 저탄소·그린 분야의 기업이 참여하는 맞춤형 훈련도 5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다.

또 직업훈련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디지털 초·중급, 인문소양 교육 등을 지원하는 K-디지털 크레딧도 지원 대상을 4만 명에서 8만 명으로 2배 늘린다.

▲항공·관광 업계 종사 청년 ▲관련 학과 졸업(예정)자 등에게는 찾아가는 맞춤형 훈련을 제공하는 한편, 지역과 시간에 상관없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100% 비대면 방식 실업자 훈련도 도입한다.

■ 취업 정보 인프라 강화
취업 전선에 들어선 청년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손쉽게 확인하고 취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취업에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 관련 인프라를 강화한다.

전국 108개 대학일자리센터의 지원 대상은 기존 재학생에서 졸업생까지 확대하며, 온라인 청년센터를 정보플랫폼으로 활용해 취업정보와 심층 상담 등을 상시 제공한다. 또 민간기관과 협력한 '찾아가는 취업상담'도 지원할 방침이다.

취준생이 가장 궁금해하는 기업의 신규인력 채용 동향도 제공한다.

■ 맞춤형 고용지원 확충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맞춤형 고용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고용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서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구직촉진수당 지원 대상을 5만명 확대해 구직자의 경제적 어려움 완화를 지원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일경험 프로그램도 청년층 지원 대상을 1만 명 확대해 취업역량 강화에 나선다.

통계청 조사 결과 청년층의 '그냥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 청년층의 '그냥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 구직 포기한 청년을 위한 대책 마련
그동안 청년 일자리 문제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구직포기 집단에 대한 지원책도 담겼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 불황과 실업 등이 장기화되면서 구직 자체를 단념한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고용부는 '청년 도전 지원사업'을 신설해 지자체 청년센터를 주축으로 구직단념청년을 찾아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계한 종합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또 구직이 장기화되거나 경제활동을 포기하기 전에 고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학교 졸업생 정보를 연계·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고용부는 지자체와 학교, 역기업 등과 협업해 고졸 청년 취업 활성화를 위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추가 선정, P-Tech 운영대학 확대하고 지역 맞춤형 훈련 및 취업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내년까지 한국판 뉴딜 총사업비 68조 원을 통한 일자리 89만 개 창출 방안, 규제 샌드박스 5법 개정 등 빠른 규제혁신을 통한 신사업‧신산업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이 담겼다.

이처럼 정부가 청년 일자리 확대를 약속하며 1분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예산을 추가 편성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예산으로 메꾸는 일자리 정책에 대한 우려는 공존한다.

현금성 지원금 제공이 오히려 청년층의 구직 의욕을 꺾고 있으며, 단기 일자리 제공이 장기적으론 더 큰 실업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방역수칙에 따라 영업금지, 영업제한에 걸린 숙박,요식업 등 대면서비스업 다수는 채용을 중단했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숙박,요식업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 명이 급감하며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방역수칙에 따라 영업금지, 영업제한에 걸린 숙박,요식업 등 대면서비스업 다수는 채용을 중단했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숙박,요식업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 명이 급감하며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현재 청년층이 극심한 실업난에 시달리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한 숙박·음식업 등 대면서비스업의 몰락에 있다. 해당 산업의 일자리가 청년들의 주요 일터였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고용여력이 떨어진 민간에선 더이상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대면 서비스업 뿐 아니라 항공업, 관광업 등 비대면 산업을 비롯한 특정 산업을 제외한 기존 산업 다수가 극심한 경영 위기에 처해 있으며, 고용이 이뤄지는 분야는 IT를 중심으로한 극히 일부 분야에만 편향되어 나타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채용 문을 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 유지조차 어려운 판국에 새로운 인력을 보강하는 선택 자체가 모험인 탓이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4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인 85.8%가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9.9%는 코로나19 이후 고용불안이 더 커졌다고 답했으며,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을 경험했다는 인원도 간접경험 49.4%, 직접경험 13.3%를 넘으며 남아있는 일자리 유지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당장 매출이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 대비 높은 인건비가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고용지원금 등을 통해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고는 하나, 보통 3개월~6개월이기 때문에 이후 소비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선뜻 새로운 인력을 보강하기 쉽지 않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의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사진제공=벼룩시장 구인구직)
벼룩시장 구인구직의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사진제공=벼룩시장 구인구직)

그럼에도 정부는 청년 고용 대책 발표 말미에 민간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협력해달라며 "청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서 사회적 연대와 나눔을 실천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하고 있다. 당장 경영조차 쉽지 않은 기업들 입장에선 달가울리 없는 호소다.

한편, 정부는 민간에서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공공기관과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을 통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같은 일자리는 어디까지나 국가의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단기성 자리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청년 일자리 대부분이 인턴식에 머물러 있어, 단기성 직접일자리 사업에 더해 정부가 국민들의 세금을 투입해 단기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구직 포기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도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계층별 그냥 쉬었음 인구를 파악한 결과 1월 20세~29세 '그냥 쉬었음'인구는 46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동월보다 10만 5000명이 늘었다.

구직 포기자로 분류되는 '쉬었음' 인구는 말 그대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구직활동 조차 하지 않은 이들을 뜻한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지원 대책이 청년 도전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센터 역량을 강화한다는 데 뜻을 두고 있다.

애초에 센터에 접근하는 이들은 구직 의사가 있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따라서 구직포기자를 위한 지원책이라 하기엔 미흡한 감이 있다.

이번 청년 대책에 대해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교수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느냐가 아니라, 청년과 기업간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소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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