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깊어지는 젠더갈등..남녀 모두 "내 성별이 불평등하다"
[이슈] 깊어지는 젠더갈등..남녀 모두 "내 성별이 불평등하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3.1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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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별이 불평등" 남자 51%·여자 74% ↑
한국 남녀 임금 중간값 격차 비율, OECD 28개국 중 꼴지
청년층 성별 갈등 깊어.."결혼하지 않겠다" 국가적 손실 우려
남자와 여자 사이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자신의 성별이 사회적으로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와 여자 사이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자신의 성별이 사회적으로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성별에 따른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과 논쟁이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의 성별이 한국 사회에서 더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과반수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와같은 젠더갈등이 미래를 이끌어가야할 젊은 세대에서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시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5세 이상 39세 미만 청년층을 대상으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는 1만 101명이 참여했다.

조사에 응한 이들은 다수가 자신의 성별이 불평등하다고 느끼면서도 다른 성별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청년층의 성평등 인식 조사 결과(자료제공=여성가족부)
청년층의 성평등 인식 조사 결과(자료제공=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청년 여성과 청년 남성 모두 각자 자신의 성별이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던 것. 청년 여성의 경우 무려 74.6%가 한국사회가 여성에 불평등하다고 답했으며, 남성의 경우에도 51.7%가 남성이 더 불평등하다고 답하며 과반수를 넘겼다.

반면 한국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은 7.7%,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한 남성은 18.6%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자신의 성별에 관대했다.

이처럼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호소하는 연령은 20대 초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9∼24살 사이의 여성들은 77%가 여성이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응답했고, 같은 연령대 남성 54.1%는 오히려 남성이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성별 갈등이 이전보다 더 심화되는 까닭은 남성과 여성이 같은 조건 아래에서 동등한 교육과 대우를 받아왔지만, 실제 직장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관행적인 성차별을 겪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짐을 운반할 때는 자연스럽게 남성에게만 요구하고, 집안일이나 다과 준비와 같은 일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연구를 진행한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 실장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년은 가족·학교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했으나, 동시에 가정·학교·직장 등에서 직·간접적인 성차별·성희롱 피해를 겪었으며, 그 결과 성별 인식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여자, 남자 모두 학교와 직장 등 사회에서 관행적인 성차별을 호소했다.
여자, 남자 모두 학교와 직장 등 사회에서 관행적인 성차별을 호소했다.

■ 한국 노동시장, 실제로 성별에 따른 차별 존재
청년 세대에서 빚어지는 젠더 갈등의 현주소는 어떨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남녀 임금 중간값 격차를 나타는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28개국 중 최하위인 28위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인 OECD 28개국 평균 값은 남녀 임금 중간값 격차 평균이 12.9%로 나타났으나, 한국은 평균보다 두배 이상 높은 32.5%로 나타났다.

한국 바로 위 27위를 차지한 일본(23.5%)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였다. 1위를 차지한 코스타리카의 중간값 격차 비율은 '0'에 수렴했다.

코로나19가 몰고온 고용불황과 경기침체도 여성에게 좀 더 가혹했다. 역사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에 진출한 시기가 늦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적 기반이 남성보다 부실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8일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여성 5명 중 1명이 지난해 3월 이후 일자리를 그만 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코로나19로 비자발적 퇴사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에는 4명 중 1명이 퇴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20대 여성에게 유독 가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고용조정 시 임산부, 육아휴직자가 우선 대상이 됐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또 늘어난 돌봄에 대한 책임도 자연스럽게 여성에게 더 많이 전가된 것도 여성 고용률을 낮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올해 1월 기준 여성고용률은 50.6%에서 47.7%로 하락했다.

반면 여성들의 고용이 많은 업종이 숙박, 음식점, 도소매업 등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퇴사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혜택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13주년 세계여성의날인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을 비정규직으로 더 사용하는 고용 관행에서 벗어나 정규직화를 확대해야 하고, 구직난으로 위험에 빠진 청년 여성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청년층,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안 낳겠다

결혼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자료제공=여성가족부)
결혼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자료제공=여성가족부)

깊어지는 성 갈등에 결국 결혼을 유보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청년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여가부가 발표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결혼에 대한 질문에 남녀 모두 “결혼을 하지 않거나 망설이고 있다”는 질문에 각각 51.9%, 57.4%로 응답해 과반수 이상이 결혼에 대한 물음표를 보였다.

심지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비혼을 선언한 비율도 여성은 23.9%, 남성은 11.0%를 넘겼다. 꼭 결혼하겠다는 남성은 10명 중 4명에 가까웠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10명 중 2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결혼을 하지않겠다'고 단언한 비혼주의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이유도 남녀 각각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에는 가족에 대한 생계 부담을 꼽았으며 여성은 전통적 가족 문화와 가족관계 부담이라고 꼽아 양쪽 모두 각자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대우가 주 원인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로 '가족에 대한 새계부담'이 23.0%, '결혼비용 부담'이 20.5%로 경제적인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해당 질문에 여성의 응답률은 각각 6.8%와 8.5%로 남성에 비해 낮았다.

반대로 '전통적 가족 문화와 가족 관계의 부담'을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는 비율은 여성은 24.6%, 남성은 9.0%로 나타났다.

한편,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다는 응답도 여성 26.3%, 남성 21.2%로 나타나 결혼 자체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청년 세대도 많았다.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자료제공=여성가족부)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자료제공=여성가족부)

출산에 대해서도 남녀 모두 40% 내외로'아직 결정 못 했다'고 답했으며 '갖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도 여성 41.4%, 남성 22.2%를 넘겼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자녀 양육과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사회에서 함께 공존하며 사회를 일궈야할 이들이 성별에 따른 차이에 얽매여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지나치게 과열된 젠더 갈등은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결혼과 출산 등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뿌리 깊게 내린 성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식 변화에만 의존해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정부가 앞장서서 사회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이에대해 한국생애설계연구소 최승훈 소장은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성별 차이에 따른 문제를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성평등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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