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코로나에 닫힌 고용시장..국민 대다수 "올해도 망했다"
[초점] 코로나에 닫힌 고용시장..국민 대다수 "올해도 망했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3.22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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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일자리 전만 조사 결과, 10에 8명 이상 '부정적'
임금보다 빨리 오르는 물가, 세금에 부동산과 주식에 눈길
고용시장 및 경제 회복 위해 기업 규제 완화 언급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자리 시장을 긍정적을 전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자리 시장을 긍정적을 전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용시장 둔화와 경기침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일자리 전망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더해 성실히 일을 해도 월급이 오르는 비중보다 물가 인상·세금 인상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 상실감에 빠진 근로자들이 부동산·주식 등을 통한 자본소득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도박성 주식, 부동산 매매에 빠진 근로자들이 향후 주식, 부동산 시장이 조정될 경우 집단 파산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인 남녀 1000명 중 과반수 "이번 생은 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2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결과 대다수의 국민은 올해 일자리 전망에 부정적이었다.

해당 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7.3%가 올해 고용상황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20대의 경우 과반 수 이상인 53.2%가 '올해는 고용상황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청년층의 상실감이 두드러졌다.

청년층 응답 중 '매우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은 0%를 기록했다.

일자리 전망에 대한 조사 결과(자료제공=한경연)
일자리 전망에 대한 조사 결과(자료제공=한경연)

이와같은 응답에 장기화된 고용한파와 경기침체가 미래 동력인 청년 세대의 박탈감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 결과 청년 체감 실업률은 2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인 26.8%를 기록했으며, 12개월 연속 고용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자리 전망을 어둡게 바라보는 데는 기업들이 채용 문을 걸어잠군 점이 한 역할을 한다. 특히 기업들이 둔화된 성장률 속에서 꼭 필요한 인력만 채용을 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경험과 경력이 부족한 신입직들의 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 신입 채용으로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에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을 통해조사한 결과 대기업 중 63.6%가 올해 상반기 중 1명도 채용하지 않았거나 아직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으며,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17.3%로 나타났다.

문제는 취업 후에도 경제·생활 여건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시그널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취업만 하면 능사가 아니란 인식이 만연히 퍼지며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준비생 3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시대 구직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적극적 구직활동을 진행 중인 응답자는 24%에 불과했으며, 의례적으로 하고 있다(37.4%), 거의 안하거나 쉬고 있다 (23.7%) 등 구직 포기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월급보다 빨리 오르는 물가..벌어야 손해
이러한 가운데 지난 5년간 직장인의 월급보다 물가 인상률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취업준비생, 근로자들의 상실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계속 늘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성실하게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5가지'를 제시했다.

한경연이 제시한 5가지 요인은 밥상 물가, 세금, 주택가격 상승, 국민연금 재정 고갈 우려, 고용보험 재정 고갈 우려 등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근로자 월급 총액은 2015년 평균 299만 1000원에서 2020년 기준 352만 7000원으로 연평균 3.4%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밥상물가의 인상률은 월급 인상률보다 빨랐다. 같은 기간 중 신선식품지수는 3.9%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의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 조사에서도 물가 대비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는 응답이 68.9%를 넘었다.

물가만큼 빠르게 오른 것은 세금이었다. 세금의 경우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이 1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근로자 소득 총액이 연평균 5.3% 증가한 것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어 실업급여의 적자 규모 인상,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 우려 등과 부동산 문제 등이 겹치며 직장인들의 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급 인상보다 물가 인상이 빠르게 나타나자, 직장인들은 부동산과 주식 재테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월급 인상보다 물가 인상이 빠르게 나타나자, 직장인들은 부동산과 주식 재테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월급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은 커녕 생계난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직장인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와 같은 재테크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가진 돈을 최대한 부풀리는 것은 현재 모든 직장인이 가진 최대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주식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현재는 '동학개미운동', '서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일상 경제 용어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기존 주식 시장과 거리가 있었던 20대 초중반 개인 투자자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대다수가 업무역량강화나 승진과 같이 직업 내에서 발전하는 것보다 부동산, 주식 등 재테크가 소득 향상에 주요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소득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라는 응답이 32.9%를 차지한 반면 업무역량강화 및 승진이라는 응답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14.9%를 기록했다. 창업은 9.1%, 이직은 7.8%로 더 낮았다.

여전히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30.1%)이었다. 이어 주식(28.4%), 기타(16.6%) 등이 뒤따랐다. 남성의 경우에는 부동산(30.9%), 여성은 주식(32.3%)을 가장 선호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자본소득이 근로소득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광풍과 자산가격 급등 등이 이어지면서 기대수익이 높은 비상장 주식으로도 개인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해당 기업이 상장에 성공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게자들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며 "특히 모바일에 익숙한 20대들이 비상장 주식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대의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1년 전보다 15배 이상 늘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와같이 투자 시장이 과열되는 것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비상장 주식의 경우 기업이 상장하지 않을 경우 매도 자체가 불가해져 투자한 금액을 잃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교수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상황 속에서 소득 증대를 위해 투자를 고민하고 재테크를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면서도 "다만 안전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위태로운 국민들의 가계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과 근로환경을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불안정한 금리와 경제 시장이 도박성 투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해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득권의 진입장벽을 낮춘 고용시장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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