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배달앱 황금시대, 배달기사 희생으로 쌓아올린 금자탑인가
[분석] 배달앱 황금시대, 배달기사 희생으로 쌓아올린 금자탑인가
  • 김민서 뉴스리포터
  • 승인 2021.03.29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 6일 10시간 고강도 업무에도 평균 수입 ‘256만 5000원’
근무시간 최대 주60시간 정책에 수익확보 어려워
경쟁사 점유율 경쟁 위한 '번쩍배달' 시행..기사 안전은 뒷전
배달의 민족이 소비자의 만족도 개선을 위해 번쩍 배달을 도입했다. 하지만 정작 배달기사들은 이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왔다.(제공=민주노총 배민지회)
배달의 민족이 소비자의 만족도 개선을 위해 번쩍 배달을 도입했다. 하지만 정작 배달기사들은 이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왔다.(제공=민주노총 배민지회)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서 뉴스리포터] 짜장면, 치킨, 피자 등 배달음식으로 시작한 배달문화는 최근 몇 년 새 급속도로 발전했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방문식사가 줄어들고 배달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배달을 하지 않던 가게들도 배달을 시작한 덕이다. 이제는 파스타, 회, 카페까지 배달이 안 되는 음식을 찾는 게 빠른 세상이 됐다.

배달문화가 발달하게 된 데는 배달대행업체-가게점주-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배달앱’의 등장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이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의 등장으로 활성화된 배달앱은 이제 전국에서 사용하는 전국민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다. 특히 최근 대형 유통물류업체 쿠팡에서도 배달앱 ‘쿠팡이츠’를 선뵈며, 배달시장의 대세는 입증된 상태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배달앱 시장 속에서 1인자는 ‘배달의 민족’이다. 배달의 민족은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배달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배달시장이 커지면서 ‘배달의 민족’ 역시 배달의 수요가 늘었고, 그 영향으로 ‘배달의 민족’ 배달대행기사를 지칭하는 이른 바 ‘배민라이더’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배달대행기사는 배달대행업체에서 고용한 기사다.

문제는 배민라이더 등 배달 기사들이 생각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보니 한 번에 여러 건의 주문을 진행하려 하거나, 정해진 틀 안에서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서비스 품질도 덩달아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가 결국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어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래, 많이 일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
배민라이더는 업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월급의 개념이 아닌 배달 건수에 따른 수수료를 책정해 임금을 지급받는다. 배민라이더들은 고임금을 위해선 주 60시간 이상 근무를 하거나 한 번에 여러 곳을 배달하는 등 치열한 내부 경쟁 중이다.

지난해 3월 4일부터 ‘배달의 민족’ 측은 배달기사들의 과로사 방지 차원에서 ‘주 60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배달 근무시간에 제약을 두지 않을 경우 임금을 더 받기 위해 배달기사가 무리하게 근무를 할 수 있으며 이는 과로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온 탓이다.

이는 분명 배달기사들의 안전을 내세운 정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상 배달기사들이 이와같은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수수료 등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까닭에 짧아진 근로시간 내에 더 많이 배달하기 위해서 한 번에 여러 건의 배송을 하게 되거나, 빠른 배달을 위해 속도를 올리는 등 더 위험한 상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주6일 10시간 근로에도 배달기사 임금 평균 ‘256만 5000원’

지역별 배달기사 월 평균 수입(제공=한국비정규노동센터)
지역별 배달기사 월 평균 수입(제공=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배달기사들은 주 60시간 근로제 시행과 ‘번쩍배달’의 도입이 배달기사들의 수입이 급감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수익은 지역별, 개인별 편차가 있으나 월평균 수입은 256만 5000원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산 291만 9000원 ▲서울 284만 8000원 ▲충남 283만 9000원으로 세 지역이 평균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울산 255만 9000원 ▲수원 255만 5000원 ▲대전 245만 8000원 ▲광주 232만 6000원 ▲아산 221만 5000원 등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수요가 적은 ▲당진은 180만 7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 배달 한 건당 얼마를 받고 있는지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확인한 결과, 평균
은 2960원으로 나타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3000원에 미치지는 못했다. 이마저도 지역별 편차가 존재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건당 수수료는 더 낮아졌다.

지역별로 배달 1건 당 받는 금액을 살펴보면, 서울이 3397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나머지 지역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배달 한 건 당 금액이 가장 낮은 지역은 광주 지역으로 2,612.6원으로 나타났다.

조사 당시에는 배달의 민족에서 배달기사 1인 1배차 시스템인 ‘번쩍배달’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재 배달노동자들의 임금은 조사결과보다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 배달기사 건당 수수료(제공=한국비정규노동센터)
지역별 배달기사 건당 수수료(제공=한국비정규노동센터)

 

■설상가상, ‘번쩍배달’에 배달건수 뚝..벼랑 끝 배민라이더
최근 ‘쿠팡이츠’의 등장으로 다른 배달대행업체 생태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게다가 쿠팡이츠가 내세운 ‘1주문 1배달’ 마케팅으로 기존에 있던 배달업체의 배달시스템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이를 대적하기 위해 배달의 민족은 2021년 1월 ‘번쩍배달’을 부활시켰다. ‘번쩍배달’은 배달기사가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주문 후 식은 음식을 받거나 오랜 기다림 끝에 배달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등 불만을 개선할 수 있는 방책이다. 하지만 여러 배달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충당해온 배민라이더들의 반발은 거셌다.

소비자의 불편을 개선하겠다는 취지 아래 배달기사들의 수익 보장을 위한 대안은 없다는 게 반발의 이유다.

배민라이더들은 3월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배달이 몰리는 11시부터 12시까지 배달 어플을 끄고 시위에 나섰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는 ‘번쩍배달’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운행거리는 20%나 늘었음에도 오히려 수입은 70%에서 80%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배달 가능 건수는 줄었음에도 배달 수수료는 오르지 않아 수입을 유지하고자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며 기존 시스템보다 노동 강도가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김영수 배민라이더스 지회장은 “현재 배민라이더스 배달노동자들의 70% 이상이 수입감소와 근무시간 증가에 따른 노동강도는 매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사측은 1월부터 경쟁사와의 점유율 싸움으로 기존 1인 5배차에서 1인 1배차인 번쩍배달이라는 단건제 배달을 시행했다. 이는 기존 다배차 정책을 한순간에 배차제한으로 강제화 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1배차로 줄이면서도 요금제는 변화가 없다. 번쩍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거리별 요금을 시간대 별로 올렸다 내렸다는 반복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배민 라이더스는 생계유지를 위해 배달 속도 경쟁으로 내몰리며 위험한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지회장은 “코로나 시대에 배달시장을 이렇게 키운 건 작은 휴대폰 속 어플이 아닌 눈과 비를 맞으며 업소에서 고객 집까지 배달해온 배달노동자다”며 “배민라이더스 배달노동자들이 더 이상 정책실험의 희생양이 아닌 경쟁사와의 싸움에 함께 싸우는 동지이며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깨닫고 요구안을 수용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시위에서 ▲번쩍배달 2배차 ▲픽업 거리할증 도입 ▲신규 입직 중단 ▲지방라이더 콜 보장 ▲어뷰징 강력 단속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배달 대행업체와 배달기사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측과 노조 사이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국가의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배민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추진 중이며, 경기도는 배달노동자 산재 보험료 부담금의 90%를 지원하는 등 배달 종사자 처우 개선에 일부 기여하고 있지만 보다 뚜렷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요구다.

현재 배달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배달업체 간의 과도한 점유율 경쟁 속에서 빠른 배달, 배달료 경쟁 등의 문제 개선이다. 이로 인한 과열 경쟁이 고스란히 배달 기사들의 희생 내지는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배달 기사들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도움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