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 봄에 대한 단상(斷想)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 봄에 대한 단상(斷想)
  • 편집국
  • 승인 2021.03.30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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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애절하게 부르는 어린 가수의 노래에 원곡자인 가수 진성은 눈물을 훔친다. 자신의 어린 시절 힘들게 넘었던 보릿고개를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다.

긴 겨울 동안 농사를 짓지 못 해 먹을 것이 없어 봄에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때를 춘궁기(春窮期)라고 했고 보릿고개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봄 사돈은 꿈에 봐도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극진히 대접해야 하는 사돈이 봄에 찾아오는 게 꿈에서라도 두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봄은 아픔과 서러움으로 왔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우리 선조들은 봄의 지난(至難)하고 힘든 삶 속에서도 새 희망을 보았던 것 같다. 이는 봄의 어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봄은 순수한 우리 말로 그 어원으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따스함을 상징하는 불(火)의 옛말 ‘블’에 ‘오다’의 명사형인 ‘옴’이 합쳐져 ‘블옴’이라고 불렸다가, 나중에 ‘ㄹ’이 떨어져 나가고 합쳐져 ‘봄’이 되었다는 설로 따뜻한 불의 기운이 온다는 의미를 지닌다.

두 번째는 ‘보다’의 명사형인 ‘봄’에서 온 것으로 만물이 모두 활기차게 소생하는 모습들을 새로 본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렇게 어원에서 나타나 있듯이 봄은 따뜻한 기운으로 오고, 그 기운으로 만물이 다시 힘을 얻고 소생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계절이다.

봄은 절기로는 입춘(立春)에서 입하(立夏)까지를 말한다. 그 사이에 눈이 녹아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 벌레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봄의 주야가 같아진다는 춘분(春分), 하늘이 점점 맑아져서 봄 밭갈이를 시작한다는 청명(淸明) 그리고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가 들어 있다.

기상학적인 정의로는 일 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가 9일간 유지될 때, 그 첫 번째 날을 봄의 시작일로 본다.

그리고 나라의 위치에 따라 봄의 구분이 달라지는데,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북반구에서는 3월, 4월, 5월이지만 남반구에서는 9월, 10월, 11월을 봄으로 친다.

내가 살았던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우리가 봄으로 여기는 3월, 4월, 5월이 뉴질랜드에서는 겨울로 접어드는 가을이 된다. 

크리스마스도 우리는 하얀 눈이 내리는 낭만적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보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한여름에 반 팔 차림으로 비치에서 물놀이를 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는 한 해의 끝자락이 한여름에 걸쳐 있다. 그래서 한동안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여름에 맞이하다 보니 해가 바뀌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고 둔감해졌던 적이 있다.

우리는 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한 해를 세기 때문에 봄이 와야 한 해가 시작되고, 겨울이 되어야 한 해가 저무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난 지금도 봄이 와야 일 년이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새해에 세운 결심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어 지키지 못하면, 음력설을 새해로 치고 다시 시도해 보다가 또 흐지부지되면, 봄이란 계절에 기대어 다시 시작하던 게으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해 계획은 봄에 세워라”는 말이 있듯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봄만 한 계절이 없다.

또한 봄은 ‘인생의 봄날’이라고 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한창때를 일컫는 말로 쓰기도 하고, 고난 끝에 찾아온 좋은 시절을 비유적인 표현으로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봄이 좋다. 
그리고 실현 가능성은 없더라도 내 인생이 늘 봄 같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며 산다.

시인 이해인도 내 마음과 같이 ‘봄의 연가’라는 시에서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중략)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이라고 했다.

봄은 꼭 계절로만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리 인생은 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에 사랑을 품고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봄이 될 것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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