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4] 봄의 전령사(傳令使) 매화와 벚꽃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4] 봄의 전령사(傳令使) 매화와 벚꽃
  • 편집국
  • 승인 2021.04.0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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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요즘은 아파트를 나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아파트 입구에서 마주하게 되는 벚꽃 때문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현대 아파트 건너편에는 일 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공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얼마 전에 옷을 새롭게 갈아입고 ‘LH’라는 이름을 벽면에 달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주공 아파트라고 부르고 나도 그 이름이 입에 익어 자연스럽다.

우리 아파트는 입구가 차도에 바로 접해 있지만, 주공 아파트는 차도에서 조금 들어가야 입구가 나온다. 그래서 우리 아파트 입구에서 보면 주공 아파트의 측면 펜스가 보인다.

일 차선 차도 옆엔 보도가 놓여 있고 보도와 아파트 사이 경계에 우리 아파트는 큰 암석을 사람 어깨높이만큼 쌓고 소나무를 촘촘히 심어 놓았다.  

반면에 주공 아파트는 보도와 아파트 사이에 펜스를 두르고 벚꽃 나무와 장미 나무를 심어 놓았다. 아파트가 오래 되었음을 보여주듯이 벚꽃 나무는 사람 키를 훌쩍 넘어 올려다볼 만큼 키가 커졌고, 쫓아가지 못한 장미 나무는 사람 키만큼 자랐다. 

우리 아파트 입구를 나서면 주공 아파트 펜스에 심어 놓은 벚꽃 나무와 장미 나무가 정면으로 보이는데, 벚꽃 나무가 지난주 내린 비와 따뜻한 봄기운에 눈이 부시도록 흐드러지게 피었다. 

평소보다 더 일찍 개화해서 그런지 올해는 유난히 더 화사한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우울한 마음을 위안이라도 하려는 듯이 활짝 하얀 잎을 펼치고 있는 벚꽃 사이로 올려다보는 하늘이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하다.

벚꽃에 대한 내 첫 기억은 멀리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가족과 함께 벚꽃 구경하러 창경원(현 창경궁)에 갔던 때일 것이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 충주에 사시던 외삼촌 내외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외삼촌 내외가 서울 방문을 한 김에 함께 꽃구경을 하러 갔던 것 같다. 

변변찮은 놀이와 볼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에 봄이 되면 꽃구경 가는 것이 가장 큰 행사였고, 그중에서도 창경원 벚꽃 구경이 제일 인기가 많았다.  

창경원(昌慶苑)은 원래 창경궁(昌慶宮)이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창경원으로 격하시키고, 그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고, 일본의 상징 꽃인 벚꽃 나무를 심어 사람들에게 개방했다. 

일제 강점기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에도 변변히 볼거리가 없었던 때에 창경원은 신기한 동물도 보고, 꽃구경도 할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특히 봄 벚꽃이 만개할 때는 꽃구경을 온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1970년대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은 아마도 창경원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창경원을 창경궁으로 복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동물원과 식물원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기고, 고궁에 어울리지 않는 벚꽃 나무는 베어지거나 일부는 여의도의 윤중로에 옮겨 심어져서 그곳이 오늘날 새로운 벚꽃 명소가 되었다. 

벚꽃은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기보다는 봄이 완연히 왔음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꽃이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하는 꽃으로는 매화를 들 수 있다. 매화는 빠르면 2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3~4월에 절정을 이루고, 벚꽃은 3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4~5월에 만개하기 때문이다.

매화는 벚꽃과 모양이 비슷하고 피는 시기도 비슷해서 벚꽃과 혼동하거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가장 쉬운 구별법은 꽃자루의 길이를 보는 것이다. 매화는 꽃자루가 짧아서 가지에 거의 달라붙어 피지만, 벚꽃은 나뭇가지에서 길이가 1~2cm 되는 꽃자루에 매달려 있다. 그래서 벚꽃 잎은 잘 하늘거리고 화사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봄비나 꽃샘바람에 쉽게 떨어진다. 

또한 꽃술의 모양도 다르다. 매화는 꽃술이 길고 풍성한 데 비해 벚꽃은 꽃술이 짧아 잎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매화는 흰색, 연분홍, 분홍, 붉은색 등 색이 다양하지만 벚꽃은 흰색이나 연분홍색을 띤다.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라고 하며, 매화나무(梅)는 소나무(松), 대나무(竹)와 함께 겨울을 이기는 세 벗이란 의미로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 불린다. 

매화의 꽃말에는 ‘기품’, ‘품격’, ‘고귀하고 맑은 마음’ 등이 있듯이 추운 겨울을 이기고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는 매화는 예부터 선비들의 지조와 절개, 기품을 나타내는 대상으로 사랑받아 왔다.

반면에 벚꽃은 ‘절세 미인’, ‘아름다움’, ‘순결’ 등의 꽃말이 보여 주듯이 외적인 아름다움이 많이 부각되는 꽃이다. 

특히 활짝 피어 있을 때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고 화사하지만, 개화해서 피어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란 말과 어울리는 꽃이다.

그래서 김영월 시인은 벚꽃을 “요절한 시인의 짧은 생애”에다 비유하면서. “흰빛이 눈부시게 떨리다. 살아서 황홀했고 죽어서 깨끗하다.”라고 썼다. 

눈 속에서도 견디고 추위를 이기며 꽃을 피워, 희망을 가슴에 품고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게 해주는 봄의 전령사 매화나, 흐드러지게 꽃잎을 피우며 살랑살랑 봄바람에 몸을 흔들면서 봄이 이만큼 왔으니 몸과 마음을 움직여 보라고 손짓하는 봄의 상징인 벚꽃은 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도 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기면 인생의 봄날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반가운 꽃들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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