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십수년 미뤄진 가사도우미법, 또 좌절...4월에는 통과할까
[초점] 십수년 미뤄진 가사도우미법, 또 좌절...4월에는 통과할까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4.06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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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추진 가사도우비법, 3월 또 다시 국회 문턱 앞 좌절
공청회까지 마쳤는데.."파업, 비용증가 우려 탓인가"
공인된 노동자를 통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 위해 법 제정 필요
가사노동자들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근로환경 개선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도 가사노동자도 근로자로 인정하는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사노동자들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근로환경 개선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도 가사노동자도 근로자로 인정하는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가사도우미법(가사노동자법,가사돌봄종사자법)이 지난 3월에도 또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 관련 법 4건이 상정되어 있지만 그 이상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부도 가사도우미법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터라 실망감은 더 컸다. "이번만은 다를 것이다"라는 관계자들의 기대가 무참히 외면받은 셈이다.

올해 1분기가 다 지나갔음에도 별 다른 소식을 전해들을 수 없게되자 일부에서는 결국 장기 표류하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의 전철을 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늦더라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반드시 가사도우미법이 통과되고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왜 법 제정을 외치나.
가사도우미법은 그동안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의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4대보험, 퇴직금, 연차휴가 등 근로자의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데 목적을 둔다.

그렇다. 현재 그들은 노동을 제공하고 이에 맞는 수당을 받고 있지만 근로자가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고용되어 일을 하는게 명백함에도 말이다.

가사도우미들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규정되어있다.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가사사용인 적용을 배제한다’는 단 한줄로 인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이렇게 노동권 밖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은 약 20만명에서 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숫자 조차 헤아리기가 어렵다.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근무 중 다치더라도 산재보험 신청도 할 수 없으며 연차, 휴직금 등 모두 보장받을 수 없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 그날 저녁에 일자리가 사라져도 군말 없이 다른 집을 찾아 전전해야한다. 법적 보호 밖에 있다 보니 위험한 일에 노출되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O2O를 기반으로 한 가사서비스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수요도 대폭 늘어나면서 양질의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들을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가사서비스 시장의 인력은 대다수 중장년 여성 위주로 구성돼 있고 그나마도 업무 강도 대비 처우나 근로 환경이 좋지 않아 취업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또 공인되지 않은 인력소개소 등을 통해 파출 형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다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집 내부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신뢰 형성이 부족해 불만을 토로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법적으로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사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공인된 기관에서 이들을 고용할 경우 노동자는 보다 안전한 호나경에서 근로하고 이용자는 공인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사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공인된 기관에서 이들을 고용할 경우 노동자는 보다 안전한 호나경에서 근로하고 이용자는 공인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십수년간 계속되고 있다. 매번 입법이 추진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다가도 결국 마지막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좌초되고 마는 것.

그러나 올해 초에는 고용노동부도 가사도우미법 추진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해당 법률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업계 내부에서는 올해만큼은 다를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특히 지난 3월 12일에는 환노위에서 공청회까지 열어 법안 심사에 필요한 절차나 요건은 모두 갖춘 상태였다.

그러나 결국 지난 3월 23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법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당원 측이 가사도우미법에 제동을 걸어온 탓이다.

국민의힘은 “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청회에 나온 의견들을 반영하고 심도있게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파업이나 비용증가를 우려해 법 제정을 막아선 것이란 비판도 흘러나왔다.

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해 한국YWCA연합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있기 전 19일부터 가사노동자를 위한 법안 제정을 촉구해왔다. 파업, 비용증가 등을 이유로 법 제정을 미루지 말라는 요구였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있기 바로 하루 전에도 국회로 나와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국회법 처리가 다시 4월로 미뤄진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이들은 “우리는 참고 또 참아왔지만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며 “민주당과 국민의 힘은 당장 담합을 중단하고, 가사노동자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가사노동은 노동자로 보지 아니한다는 문구가 담긴 근로기준법 마련됐던 1953년에는 가사돌봄을 '집안 여성이 반드시 하는 행동 돕는 것이므로, 노동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만연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노동의 형태도 의미도 달라졌다. 수요자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이해관계도 부합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미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가사도우미를 노동자로 인정하거나 노동자에 준하는 대우를 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과거의 악습이 반복하다 산적한 가사도우미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시대적인 법의 틀을 깨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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