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수작(酬酌)과 보수(報酬)
[전대길의 CEO칼럼] 수작(酬酌)과 보수(報酬)
  • 편집국
  • 승인 2021.04.0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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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참작 등 술에 얽힌 한자 이야기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예전에 한학자인 ‘재훈‘이란 친구와 맥주잔을 따라주며 대작(對酌)했다. 
‘술 주(酒)’자가 ‘물 수(水)+닭 유(酉)’자라고 말했더니 날보고 ‘무식(無識)한 놈’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물 수(水)+ 술병 유(酉)’자가 ‘술 주(酒)’라고 가르쳐 주었다.

나는 ‘닭 유(酉)’자인 줄만 알았지 ‘술 단지’란 뜻의 ‘항아리 유(酉)’, ‘술병 유(酉)’자임을 까마득히 몰랐었다. ‘술 주(酒)’자는 ‘물 수(水)+술병 유(酉)’자임을 뒤늦게 알았다. 술 단지와 술을 푸는 국자를 뜻하는 ‘술 따를 작(酌)’자도 ‘술 주(酒)’자를 대체하는 글자이며 동사로는 ‘고려하다, 추정하다’란 뜻이다.   

멀리서 반가운 친구가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우리 술 한잔 하자” 친구와 둘이서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잔을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 줘서 고맙네. 술 한 잔 받게나” “반갑게 맞아주니 정말 고맙네. 그동안 어찌 잘 지냈는가?” 이렇게 마주 앉아 술잔을 주고받는 게 ‘갚을 수(酬)+술 따를 작(酌)’의 ‘수작(酬酌)’이다. 

예전에 왁자지껄한 고갯마루 주막집 마루에 두 나그네가 걸터앉아 주안상을 받았다. 술 한 잔씩 나눈 뒤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 잔 하시게?”라며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때 주모가 “허튼 수작(酬酌)말고 술이나 마셔~!”라고 대꾸한다. 주모의 말 속에는 ‘너는 별 볼 일 없다. 너하고 친할 생각이 없다’란 뜻이 담겨 있다. ‘수작(酬酌)은 술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행위’다. ‘서로 친해 보자’는 것이다. 

도자기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술병을 어느 정도 기울여 요만큼 힘을 주면...’하며 천천히 술을 따른다. 이것이 짐작(斟酌)이다. 

‘짐(斟)’은 ‘주저하다’ ‘머뭇거리다’란 뜻이다. 따라서 ‘짐작(斟酌)’은 ‘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먼저 마음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작정(酌定)’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면 잔이 넘친다.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니 조심해야 한다. 

오랫동안 떨어졌다 다시 만난 해후(邂逅)한 친구라도 술을 잘못하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하는 것은 주도(酒道)에 맞지 않는다. 이럴 때에는 나는 가득 받고 친구에겐 절반만 따라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처럼 상대방의 주량(酒量)을 헤아려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 ‘참작(參酌)’이다. 

법관이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때 ‘정상 참작(情狀 參酌)해서 작량 감경(酌量 減輕)한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술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갚을 보(報)+갚을 수(酬)’자의 ‘보수(報酬)’란 말도 술과 관련이 있다. 보수(報酬)는 원래 ‘고맙게 해 준 데 대한 보답’이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일한 대가로 주는 돈이나 물품’을 의미한다. 기업에서는 직원들 월급은 급여(給與), 임원 월급을 보수(報酬)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주인이 머슴이나 일꾼에게 품삯을 줄 때도 노고를 치하하면서 술 한 잔 대접하며 돈이나 쌀 등 물품으로 노임(勞賃)을 주었다. 일한 대가로 노임을 주는 ‘보수(報酬)’란 어원도 ‘보답하는 뜻에서 술을 대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양에서 보수, 봉급이란 영어단어 ‘Salary’의 어원은 라틴어 소금(Sal)에서 유래했다. 로마시대에는 로마 군인들에게 소금으로 임금을 주었다. 임금을 뜻하는 샐러리(Salary)란 말은 로마 군인들에게 소금지불(Salarium)이란 뜻의 라틴어에서 왔다.

고려 태조(9~10세기) 때에는 국가에서 도염원을 설치해 나라에서 소금을 직접 만들어 팔아 국가 재정 수입원으로 삼았다. 고려 말 충렬왕은 권세가가 소금세를 어지럽히자 그들의 소금판매권을 회수해 국유화했다. 충선왕은 국가가 소금을 전매했다. 그래도 귀족과 권세가들은 소금 가마솥을 소유했으며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

바람직한 수작(酬酌) 예절을 살펴본다. 즐거운 마음으로 조화롭게 어울려 웃으며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에 취해서 흥이 나면 노래하는 것을 일컫는다.

1) 낙(樂)...즐겁게 마신다. 
2) 조(調)...조화롭게 어울려 마신다. 
3) 설(說)...소통한다. 
4) 소(笑)...활짝 웃는다. 
5) 창(唱)...즐겁게 노래 부른다
 
이와 반대로 버려야 할 5가지 나쁜 술버릇도 있다. 
1) 노(怒)...술 마시고 화(火)내지마라.
2) 매(罵)...술 마시고 욕(辱)을 하지마라.
3) 타(打)...술 마시고 기물을 깨고 난동을 부리지마라.
4) 곡(哭)...술 마시고 엉엉~ 울지 마라.
5) 토(吐)..좋은 술 마시고 토하지 마라.

술 한 잔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 
“악마가 인간을 찾아가기가 너무 바쁠 때 대신 술을 보낸다”고 탈무드에 나온다. “술고래가 술을 마신다. 그러자 술은 술고래에게 복수한다”라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술에 관해서 일갈(一喝)했다. 세상에 술에 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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