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경비노동자 처우 개선, 도급계약 구조적 개선없는 탁상행정 논란
[이슈] 경비노동자 처우 개선, 도급계약 구조적 개선없는 탁상행정 논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5.07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점점 심해지는 입주민 '갑질'에...노동자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
사업주에 대한 규제 강화만 담긴 승인제도에 업계 반발
도급계약 특성 고려하지 못해 수급자에게만 지나친 책임 전가
경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승인제도 강화를 두고 경비산업 사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승인제도 강화를 두고 경비산업 사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몇 해 전부터 경비노동자에 대한 입주민들의 갑질, 폭행 등의 이슈가 수면 위로 빠르게 부상했다. 노동자 권리의 중요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다방면에서 논란을 낳는 갑질 사례가 겹쳐 노동 사각지대에서 외면받아온 이들이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나친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경비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이로 인한 질병, 상해, 사망을 겪는 등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비노동자 갑질'은 사회적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올해 초 1월에는 입주민의 심각한 갑질 행위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경비노동자 A씨의 사례가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도 했다.

A씨는 군포시 모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로 근무하던 중 입주민으로부터 심각한 폭언과 폭행을 겪어 우울증, 불면증 등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에도 방문 차량의 차주와 실랑이가 붙은 경비노동자가 폭언에 시달린 끝에 입원 치료까지 받게 돼 논란을 낳았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는 경비노동자를 포함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제도는 경비원 고용 사업주가 3년마다 자격을 승인받고, 경비원들에게 휴무시설과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승인제도가 현실적인 산업 현황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불거진다. 도급계약 형태로 진행되는 경비 산업 구조 상 사업주만 구속하는 제도로는 실질적인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노동권익센터는 경비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산업재해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첫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가 도노동권익센터에서 나오면서 일련의 성과를 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노동권익센터는 경비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산업재해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첫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가 도노동권익센터에서 나오면서 일련의 성과를 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 실효성 거두기 어려운 까닭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의 후속 조치로 올해 2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입주민 갑질 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을 목표로 ▲사업승인 유효기간 설정 ▲근로자 휴식권 보장 강화 ▲감시업무 외 겸직 판단기준 마련 ▲장시간 근로 개선 등을 담고 있다.

경비원과 같은 '감시적 근로자'나 시설기사와 같은 '단속적 근로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관련 규정을 면제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면제 승인 기준을 강화하고 근로자에 대한 휴게 등을 대폭 보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승인제도에 따라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사업 승인 유효기간은 3년으로 제한되며 승인의 효력을 유지하고자 할 때는 종료 전 갱신 신처을 진행해야 한다.

또 사업주는 월 평균 4회 이상의 휴무를 보장해야하며, 근무지와 휴게시설을 분리해 적정 실내온도 유지와 소음 차단 등의 조치를 시행토록 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분리수거·주차관리 등 본 업무 이탈한 겸업에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장시간 근무와 겸업에 노출되는 경비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제도 개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안착하기 위한 책임이 오롯이 사업주에게 전가됐다는 데 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속하는 경비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 즉 경비산업에 영위하고 있는 이들은 이와 같은 제도 개선이 사업주에게 지나친 규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까닭은 이들이 사업주로 근로자를 고용하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들에 대한 근로조건 등을 제시하는 것은 원청에 있기 때문이다.

경비산업의 사업자는 시설물 소유자로부터 도급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즉 시설물 소유자가 경비노동자에 대한 근로시간과 임금, 노동환경 등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에대한 제약이 없다면 사업주는 적자를 감행한다 하더라도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시설물 도급 계약이 최저가 입찰로 이뤄지고 있어 경쟁사간 가장 낮은 비용을 제시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이 장시간, 고강도 노동 대비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휴게시설과 업무 공간을 분리학나 휴식시간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 구조적인 제약과 인건비 제한 탓이다.

이런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한국경비협회는 지난 4월 입장문을 통해 비현실적인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경비협회의 입장문 일부 발췌
한국경비협회의 입장문 일부 발췌

경비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에는 매우 공감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경비산업의 사업자는 시설물 소유자로부터 도급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도급 계약 자체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업자의 임금착취가 아닌 최저가 입찰참여 강요가 이뤄지는 계약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며 "경비노동자들의 휴게시설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도급업자인 경비대상 시설물 소유자가 제공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이 책임을 수급업자인 경비업체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항상 이에 대한 화살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이들과 고용 관계에 있는 사업주들이다. 경비원에 대한 문제는 경비산업 사업주가, 파견직에 대한 처우 논란은 인력파견업체가, 컨택센터 사업주가 콜센터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논란과 비판을 감당해야하는 방식이다. 대다수의 제도들은 이들 사업 종사자들을 적폐로 규정하면서 규제를 강화하는데 그친다.

그러나 정작 산업 현장에 있는 이들은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이들과 계약하는 이들 간 '갑을관계'가 고착된 산업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하지 못한다면 도마뱀의 꼬리를 잡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다.

제도와 규제의 화살이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검토해야 하는 까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