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박사의 건강칼럼] 오주한(吳走韓) 대부! 한국 마라톤의 큰 별 오창석 교수를 기리며!
[이윤희 박사의 건강칼럼] 오주한(吳走韓) 대부! 한국 마라톤의 큰 별 오창석 교수를 기리며!
  • 편집국
  • 승인 2021.05.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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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5km를 달리는 경기! 누가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느냐? 로 순위를 가리는 육상의 한 종목이다. 2,520여 년 전인 BC490년 고대 그리스 아테네를 침공한 페르시아(현 이란) 군에 대항하고자 연합군을 결성하기 위해 250여km 떨어진 스파르타에 전령을 보낸 것이 마라톤의 기원이 되었다. 

마라톤은 이렇게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경기이다. 인간의 삶도 평생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경기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평생 동안 마라톤을 위해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사나이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스며들었다.

오창석(吳昌錫)! (운동생리학 박사,백석대 교수,KBS마라톤 해설위원) 육군대위 신분으로 1997년부터 국군체육부대 육상부(마라톤 팀) 감독으로 김이용, 제인모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키워냈고 전역 후에는 혈혈단신으로, 마라톤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로 날아 들어갔다. 

오감독은 물설고 낯설고 척박한 환경을 마다않고 달리기 하나로 입신양명 (立身揚名)하고자 하는 젊은 유망주를 찾아 나섰다. 아무런 인연도 없는 한국에서 온 젊은 지도자를 만나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통도 열악하고 숙식도 변변치 않은 여건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문전박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당시 유명하다고 하는 현지 지도자를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겨우 선수들을 하나 둘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인고의 세월이 20여년이 흘렀다.

오감독으로 인하여 그 동안 100여명 이상의 케냐 선수들이 한국마라톤 대회를 출전할 수 있었고, 서울 국제마라톤대회를 필두로 춘천, 대구, 경주, 군산 대회 등 20여 차례 이상의 우승을 차지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케냐에서도 소수민족인 그러나 가장 용맹하며 전투적인 투루카나(turukana)족 출신 에루페(Wilson Loyanae Erupe) 선수를 발굴하여 2011년 경주국제마라톤대회 우승을 필두로 7차례의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에루페는 2016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분 13초로 세계수준의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우승을 하여 이름을 떨쳤으며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출전을 목적으로 귀화를 추진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2018년 특별귀화 형식으로 정식 한국인이 되었다.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의 한국인(오주한:吳走韓)이 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고 부자지간 이상의 관계를 유지했다. 2019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도쿄올림픽 기준기록(2시간11분 30초)을 통과(2시간 8분 42초)하여 케냐 현지에서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워 왔다. 

더구나 지난달 4월 4일 열린 도쿄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선발전에 제자인 폴 킵코리르 선수를 페이스메이커로 출전시켜 앞에서 이끌게 하여 심종섭(한국전력, 2시간 11분 24초)선수가 올림픽기준기록을 통과, 출전권을 획득하는데도 큰 기여를 하였다. 

오 감독은 2020년 1월말 케냐 현지로 출국하여 오주한 선수의 훈련을 독려하던 중 코로나로 인하여 왕래가 여의치 않았지만 비자만료로 4월11일 귀국하였다. 조속히 비자를 받았으나 자가 격리 중에 미열의 감기증세(코로나는 음성)가 심해져 혹시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의심, 응급실에 입원했으나 원인이 불분명한 폐렴으로 진전, 악화되어 위중한 상태가 계속되던 중 5월5일 새벽 영면하였다.

오 감독은 2000m 고지인 케냐 엘도렛의 현지(캅타갓 kaptagat)에 한국마라톤 캠프를, 고향인 충남청양에는 오주한 캠프를 개설하여 선수들이 양국을 오가며 마라톤 경기능력향상을 위한 제반 환경을 조성하였다. 

고향인 금강 변에 훌륭한 마라톤코스를 개발하고 복합적인 훈련장을 건설하여 청양을 세계적인 마라톤의 메카로 승화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을 키워왔으나 도쿄올림픽을 3개월여 앞두고 안타깝게도 우리와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되었다.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로 그를 보내고 비록 오 감독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마라톤에 온 인생을 고스란히 바친 그의 행적과 숭고한 유지를 받들어 마라톤의 발전을 위하여 어떤 형식이든 그 취지가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윤희 (yhlee@posyko.com)
-운동생리학 박사
-한국운동영양학회 부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대한육상연맹 의무분과위원(운동생리,영양,도핑 부문)
-대한요트협회 스포츠공정위원
-이제는 운동도 식사처럼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파워스포츠과학연구소 대표'
-(주)파시코 대표이사
-국가대표,프로스포츠 선수 영양컨설팅, 운동과 건강,영양 관련 수많은 기업 강연 전문가.
-보디빌딩 1급 지도자, 건강운동관리사 3급
-풀코스 마라톤 240여회 
-울트라마라톤 50여회 완주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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