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국가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국가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 편집국
  • 승인 2021.05.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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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단절과 붕괴로 인한 국가와 기업의 리스크의 원인은 대부분 자연재해나 감염병에서 발생되었고, 제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국제전, 중동사태와 같은 국지전과 준 전쟁 상황에서, 혹은 국가 간의 갈등과 UN의 대북제재 등으로 발생한다. 

감염병이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준 사례는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진행중인 코로나19, 1918년 3월부터 1920년 6월까지 대 유행하면서 7,000만명 이상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 ‘02년 11월부터 ‘03년7월 종식된 사스(SARS), ‘15년 5월부터 12월까지 대 유행한 메르스(MERS)가 대표적이다.

자연재해가 글로벌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준 사례는 1995년 고베 대지진, 2003년 부산 ‘태풍 매미’,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쓰나미, 같은 해 7월 방콕 대홍수,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또현의 규모7.3의 대지진 등이 있다. 이들 사건은 글로벌 공급망과 복잡하게 엮여 있던 자동차, 전자, 기계, 반도체 기업들은 장비와 부품조달 차질로 큰 피해를 입혔다. 

◆2019년 7월 일본은 우리나라행 반도체 등의 핵심소재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다.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간 우리는 민·관·연 협력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글로벌 밸류 체인(Global Value Chain GVC) 재편에 대응하는 대책 마련에 몰두해왔다.

지난 4월 28일, 국내 주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수요와 공급기업 대표들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는 정부가 소부장 추경 R&D 사업을 착수한지 1년 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중간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부장 R&D 사업은 2019년 7월 일본정부가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소부장산업을 정조준한 소재와 부품의 공급망 충격에 대응하기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 시작했다. 

이 간담회에서 성윤모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2019년 9월 소부장 R&D에 착수한 우리 기업들이 통상 기술개발(R&D)에 3년, 매출 발생까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던 것을 18개월만에 매출 2151억원, 투자 3826억원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품목의 공급망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1월 24일의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선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 3년차인 현재 소부장 기업 현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정책 이행 성과를 돌아보고 올해 추진 계획을 밝혔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인 불화수소가스, EUV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는 기업의 대체소재 투입,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 등으로 국내 생산을 빠르게 확충했다.

불화수소가스의 경우 SK머티리얼즈가 5N급 고순도 제품 양산에 성공했고, 솔브레인은 12N급 고순도 불산액 생산시설을 2배 확대해 생산을 개시했다. EUV레지스트는 유럽산으로 수입다변화에 성공했고, 불화폴리이미드는 코오롱 인더스트리가 양산설비를 구축한 뒤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SKC도 자체기술 확보 후 생산 투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이외의 대일 의존도가 높던 100대 품목 역시 수입처를 EU, 미국 등으로 다변화했고, 품목별로 평균적인 재고 수준을 기존 수준 대비 2배 이상으로 확충했다. 

또 SKC는 블랭크 마스크 공장을, 효성은 탄소섬유 생산설비를 신설하는 등 23개 기업이 국내에 새롭게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이밖에 SK실트론이 미국 듀폰 실리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됐다.

소부장 생태계 내부의 연대와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 2019년 추경을 통해 지원된 25개 품목 중 23개 품목의 시제품이 개발됐고, 434건의 특허가 출원되는 등 성과 도출이 본격화됐다. 

또 79개 수요-공급기업의 협력을 기반으로 연구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협력모델' 22건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등 지원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산업의 소부장 생태계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내부의 연대·협력 강화와 정부차원의 정책지원으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다변화 대응이 주요이슈가 되고 있다.
KOTRA와 IK가 코로나19 팬더믹이 본격화된 작년 5월 14일 무역관을 통해 글로벌 기업 454개사에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기업의 경영·투자 전략 변경 계획”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 기업의 46.7%(207개사)가 '사업 분야 및 투자 방식의 다각화'를 고려한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27.1%)' '유통·물류 아웃소싱 고도화(14%)' '핵심 제조시설의 본국 이전(5.4%)'의 순으로 응답했다. 

글로벌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업이나 투자를 다각화하고 글로벌밸류체인(GVC)도 다변화할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다. GVC의 다변화가 우리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트렌드라는 의미다. 

업종별로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37.7%)와 핵심 제조시설의 본국 이전(8.2%)을, 서비스업은 사업 분야 및 투자 방식의 다각화(60.5%)를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업의 경우 코로나19가 촉발한 GVC 리스크 관리 방안의 일환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고려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부품(61.9%)을 비롯해 화학·소재(43.9%), 기계·로봇(41.9%)의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지역별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는 중국 소재 글로벌 기업 49.4%, 유럽연합(EU) 기업 30.3%, 일본 기업 25.4%의 순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자동화 ·로봇 생산 효율화, 스마트 물류 확대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GVC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현재에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는 급격히 진행중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과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미·중 통상분쟁으로 다국적 기업의 탈 중국화 가속화, 대 중국 보호무역정책 심화,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등도 정책기조의 전환이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국제교역 위축도 다변화의 한원인이다. 중국은 내수 중심의 자립화 경제(국내 대순환)을 기반으로 국제무역을 확대(국제 대순환)하는 쌍순환(雙循環) 성장 전략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6일 한국은행 해외포커스에 실린 ‘최근 세계 교역의 주요특징 및 향후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코로나19로 '20년 세계 교역량은 10%대 감소를 전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다국적 제조사의 물류공급망도 다변화 리스크에 적극 대응
물류공급망 다변화는 공급망 다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물류 수요에 대응하고, 예측하지 못한 네트워크 단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물류 네트워크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다양한 이유로 다변화해 가는 가운데 물류공급망이 함께 변해가는 글로벌 물류공급망 다변화는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변화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국적 제조사는 공급망 확보라는 큰 과제 앞에서 여러가지 액션을 취했다. 협력회사가 긴급 자재 공급을 위해 항공 배송으로 전환하는 경우에 물류비용을 실비로 지원했고, 협력회사가 부품 조달을 위해 원부자재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경우에는 부품 승인 시간/절차 단축을 위한 지원에 앞장섰다.

또한, 협력회사가 원활히 자재를 조달할 수 있도록 물류 업체와 통관 정보를 공유, 기존 물류 경로 이외의 우회 및 대체 경로 정보와 제공 등을 적극 지원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지침, 중국 내 물류 및 통관 현황 등 중국 관련 정보와 감염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위생, 방역, 확산방지 수칙 등을 담은 행동 가이드라인 배포한 바 있다.

◆공급망 단절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물류 공급망 다변화이다.
공급망의 불안한 정세에서는 무엇보다도 국가차원의 물류공급망 다변화 대응책의 수립이 필요하고, 물류기업도 물류부문 필요 역량을 갖추어야한다.

먼저, 기존의 물류공급망이 단절되면 빠르게 국제물류망의 대체 노선 확보, 대체(해운→항공, 해운-> 육로, 철도 등) 운송수단 확보, 대체 공항과 항만발굴, 제3국 경유와 해당 지역 내 운송망 확보, 공급자 지역내 운송망 확보와 안전 재고의 적정한 거점에 보유하는 역량의 확보와 발굴이 필요하다. 

지난 3월 23일 오전 이집크 수에즈 운하 남쪽입구에서 6Km 떨어진 곳에서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좌초했다. 너비 59m, 길이 400m, 22만톤 규모의 에버기븐호는 좌초 6일 만인 3월29일 아침 4시30분 에야 정상 위치로 돌아왔다. 

이에 앞서 3월328일 국내 컨테이너 선사인 에이치엠엠(HMM, 옛 현대상선)이 유럽-아시아 왕래 노선 선박 4척을 아프리카 남단으로 돌아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를 결정했다 이번 노선 변경은 수에즈 운하 재개가 수일 더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었다. 

희망봉을 돌면 약 9640㎞를 더 항해해야 한다. 소요 기간도 7일~10일 더 걸린다. 수에즈 운하 개통 이후 해운회사들은 희망봉 노선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 1960년대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수에즈 운하를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대립하면서 8년 동안 다시 희망봉 항로를 이용한 바 있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대응은 정부나 기업의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글로벌 물류공급망 다변화 대응을 위한 기본 전략 수립하고 기업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주요 교역국들을 선별하여 주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물류와 제조 및 수출입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체계 구축방안을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수집된 정보의 분석과 관리, 효과적 제공을 위한 정보플랫폼 구축 방안 또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물류공급망 다변화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적 대책 수립과 함께 단기간내에 발생하는 공급망 단절 등에 긴급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즉각 대응이 가능한 물류공급망 정보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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