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디지털 교역과 디지털 생산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디지털 교역과 디지털 생산
  • 편집국
  • 승인 2021.05.3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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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글로벌 교역의 무게중심이 디지털 교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1986년 세계 상품 무역 규모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13.8% 수준이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26.6%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세계 무역량 증가율’이 ‘세계 GDP 증가율’의 두 배였다. 

하지만 2015년 무역량 증가율은 1%에도 못 미쳤고, 2016년도 1.5%에 그쳤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19년 세계무역증가율 전망치를 2.6%에서 1.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IMF도 세계교역(수출+수입)액은 2018년 39.1조달러를 최고점으로 2019년 37.7조달러(-3.6%), 2020년 상반기 16.3조달러(-12.9%)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반면에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서비스 교역(수출+수입)은 2015년 6,686억달러에서 2019년 9,468억달러로 큰 폭으로 확대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19년 상반기 61.2억달러에서 2020년 상반기 65.7억 달러로 7.4% 증가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낸 보고서는 금융위기 후 무역량 증가세 둔화의 원인 가운데 75% 정도는 경기 탓이라고 분석했다.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하고,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원유 등 상품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나머지 25%는 ‘디지털화’ 등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MGI 자료에 따르면 국경간 데이터(e-mail, video, search, IoT, VPN) 이동은 2017년 704TB/초에서 2024년 9,729TB/초로 14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데이터 중심의 세계화도 가속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실물교역 감소와 디지털 무역 확대라는 트랜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화물의 증가도 글로벌 교역의 증가 폭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제품 견본을 요청은 상당 부분 실물 샘플과 종이 내역서 대신 도면과 스팩을 이메일로 처리하고 있다. 

과거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금형을 주문하고 실물을 받았지만, 이제는 3D프린팅을 위한 설계도를 주문하고 이메일 등으로 받아 스마트 공장이나 3D 프린터로 직접 생산할 수 있다.

◆생산도 극소규모의 수요에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한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적 트랜드는 E2E(Everyone-to-Everyone)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개인중심경제(Individual-centered economy) 전환의 흐름이 강하다. ‘1코노미’, ‘미코노미(Meconomy)’, 포미(For Me)족, ‘편백(便百)족’들로 불리는 소비자는 개개인이 중심이 되는 초개인화(Hyper personalization)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개인의 취향, 만족이 소비에서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부분 기업은 MZ세대 소비자의 초개인화, 초맞춤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구조 역시 개인 니즈를 즉각 분석해 생산·유통·물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제작된 상품 중에서만 고르던 소비는 저물고, 화장품에서부터 자동차, 가전제품까지 초맞춤화((Hyper-Customization)가 확산되고 있다. 생산방식도 소품종 대량생산을 넘어, 변종변량(變種變量)의 시대에 대응하는 맞춤형 대량생산(Mass Customization)이 가능한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다. 

개인별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업계도 분야별 전문가나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개인 맞춤형 기반으로 더욱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이키는 운동화가 단지 제품 이상의 의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 고객들이 맞춤 버전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은 윗 덮개의 소재, 신발 끈의 색상, 심지어는 나이키 로고를 새겨 넣는 것까지 미리 지정할 수 있다. 

나이키 플러스 회원은 예약 후 '나이키 엑스퍼트 스튜디오Nike Expert Studio'에 입장할 수 있다. 이들은 배타적인 제품, 개별화된 스타일 연출을 위한 지도, 마라톤 등을 위한 최선의 복장에 대한 조언을 포함하여 VIP 대우를 받는다. 

이 정도로 주목을 받고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면, 운동화 한 켤레에 200달러를 지불하고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지금까지 나이키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베조노믹스』(브라이언 두메인)

구찌(Gucci)는 나만의 이니셜을 새긴 ‘구찌 DIY’ 맞춤형 컬렉션을 온라인 스토어에서만 독점 판매한다. 브랜드 시스니처 모델인 ‘구찌 오피디아 토트 백’과 ‘구찌 에이스 운동화’의 카테고리 중 원하는 제품을 선택한 후 여러가지 컬러와 가죽 및 패블릭으로 구성된 이니셜 패치를 활용해 완성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파운데이션·쿠션 제조 서비스 '베이스 피커'를 출시했다. 고객의 피부톤에 맞는 파운데이션과 쿠션 제품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로, 카이스트와 3년간 연구한 결과다. 피부톤 측정 프로그램과 메이크업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로봇이 고객 피부에 적합한 컬러와 제형의 파운데이션을 제조한다. 
 
고객 취향을 반영한 쇼핑 큐레이션 서비스도 나왔다. CJ온스타일은 앱 내에 뷰티 전문몰 '더뷰티'를 통해 고객의 취향과 피부 고민에 맞는 뷰티 솔루션을 제공한다.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추천받는 것처럼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3D프린팅 발전에 따라 킨코스(Kinko’s) 같은 전문점에서 주문 즉시 맞춤 생산 가능
3D프린팅 산업도 생산기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차세대 생산제조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3D 프린팅 생산기술은 지금까지 주로 시제품 제작에 이용돼 왔다. 전통적인 시제품 제작 방식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반면, 3D 프린팅은 디자인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시제품 제작을 여러 번 반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감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은 적지 않다.
 
한 예로 람보르기니(Lamborghini)는 4개월동안 4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던 과정을 스포츠카 아벤타도르(Aventador) 시제품 제작시에는 3D프린팅을 사용해 20일 동안 3천 달러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3D프린터, 차세대 생산제조기술의 핵으로 부상” 산업일보 2014.5.26)

자라의 창업주인 이만시오 오르데가는 ZARA의 경쟁자는 3D 프린터로 규정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원하는 소재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미래의 의류회사는 디자인을 팔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래의 자라 매장은 고객의 주문 즉시 생산, 보관, 판매, 배달하는 통합기능(공장. 물류센터. 매장)으로 변신할 것이다.

아디다스(Adidas)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D프린터 및 로봇 기술을 활용한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독일 안스바흐(Ansbach)와 미국 애틀랜타 공장에 가동했었다. 이 기술을 중국과 베트남 공장 두 곳에 적용했다. 

스피드 팩토리의 핵심은 단순 자동화가 아닌, 소비자 대상의 ‘맞춤형 신발’의 스피드 생산이다.
신발끈부터 깔창, 뒷굽, 색깔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5시간 안에 1개의 제품을 생산해 1주일 안에 고객에게 배송한다. 또한 신상 운동화의 제작부터 매장 진열까지 기간을 10일 이내로 단축해 소비자 니즈 변화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로보틱스•머신러닝•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망라한 이 곳이 문닫는 이유는 3D프린팅 기반 제작 방식의 실패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의 3배 넘는 신속함은 얻었지만 대량생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디다스의 그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시도인 ‘스피드팩토어(Speed Factory+ store)’ 형태의 매장 내 소량 맞춤형 생산·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3D프린팅 생산기술은 점차 시제품 생산을 넘어, 다품종 소량 개인맞춤형 생산 분야에서 대량생산 시스템을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비행기와 같은 대형 제품도 3D 프린팅으로 인쇄할 수 있을 것이다. 

GE는 3D 프린터로 제트엔진의 연료 분사장치를 만드는 데까지 확장하는 등, 2020년까지 10만개의 항공기 관련 부품을 3D프린팅으로 생산할 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을 겨냥한 Airbus의 컨셉을 보면 커브가 큰 동체, 새의 뼈를 모방한 생체공학적(Bionic) 디자인, 투명한 외관 등 복잡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Airbus의 디자이너 Bastian Schafer는 새로운 생산기술의 필요성과 함께 3D 프린팅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직까지는 3D 프린팅이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수준이지만, 2050년 즈음에는 3D 프린터 자체가 비행기 격납고 만한 크기로 대형화되면서 충분히 현재의 컨셉 디자인을 시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3D프린팅의 확대는 파라메트릭 설계와 같은 설계 간소화가 필수적이다.
3D프린팅이 일반화하면 전자제품, 자동차, 기계, 의료기기, 옷 등은 소량 개인맞춤 생산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또한 3D프린팅 발전에 따라 킨코스(Kinko’s) 같은 전문점에서 주문 즉시 맞춤 생산 가능할 것이다.

3D프린팅의 확산은 앞으로 초개인화와 초맞춤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인쇄버튼을 누르면 글이나 사진을 종이에 2차원(2D)으로 찍어내듯이, 물건을 3차원(3D)으로 입체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3D프린터의 발전은 개인맞춤생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량맞춤생산이 소비재를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3D프린팅의 적용 확대를 위한 파라메트릭 설계 도입이 빨라질 것이다. 파라메트릭 설계 (Parametric Design)는 컴퓨터지원설계(CAD) 시스템에 쓰이는 기법의 하나로 제품 또는 그 부분에 대해 모양을 유형화하고, 치수 등을 파라미터로 부여함으로써 모델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설계 방법이다. 

크기나 디자인이 다양한 신발을 개별적으로 설계할 경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파라메트릭 설계를 이용하면 기준 설계에 발 크기, 굽 높이 등 치수를 바꿔 넣으면 다양한 제품을 쉽고 빠르게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D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제각각 다른 모양의 제품이라도 추가 비용 없이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제품별 설계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되면서 3D프린팅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걸림돌이 됐었다. 하디만 파라메트릭 관련 프로그램과 플랫폼이 지속 발전하면서 이러한 병목현상이 해소되고 있다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와 대량 개인화(Mass Personalization)를 통해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인가 하는 기업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최근 제조업은 부품의 모듈화와 표준화 진전, 3D 프린팅 등 제작도구 보급, 제조 전문기업 인프라 확산과 AI, 빅데이터, 3D프린팅 기술의 발전이 소량의 개인맞춤형 적시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대량개인화, 대량맞춤화 생산이 가능하려면 우선 소비자 별로 개별세분화 마케팅(segment of one marketing)이 필요하고, 제품개발과 생산의 경계를 없애는 동시에 진행되는 디지털제조(Digital Manufacturing)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미래의 제조업은 ‘개방형 제조서비스(FaaS, Factory as a Service)’와 ‘無 공장 제조 기업 (Factoryless Goods Producers)’의 확산으로 시제품과 제품 생산에서 초개인화와 초맞춤화를 통한 차별화가 쉬어질 것이다. 

또한 종전에 공장에서 수행하던 생산, 조립, 가공 기능의 상당부분을 이제 물류센터와 매장에서 수행할 것이다. 이런면에서 물류센터, 운항중인 선박, 이동중인 화물열차, 공중물류창고 등 물류시설과 운송수단이 (무인)생산과 (무인)보관, (무인)배송의 기능을 통합하여 수행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고객의 주문 즉시 생산, 보관, 판매, 배송되는 통합기능의 새로운 형태의 복합매장(+물류센터+공장+데이터센터)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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