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2] 코로나가 가져온 역설(逆說)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2] 코로나가 가져온 역설(逆說)
  • 편집국
  • 승인 2021.06.01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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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2021년 5월은 우리 가족들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달이 될 것이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계절 5월에 우리 가족은 남의 얘기로만 알았던 코로나로 인해 염려와 걱정 그리고 고통 속에 한 달을 보냈다.

5월 1일 장인어른이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지금도 감염 경로가 수수께끼로 남은 코로나 감염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코로나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5월 2일 장모님과 아내 그리고 내가 코로나 검진을 받고, 나와 장모님이 양성으로 밝혀져, 장인어른 뒤를 이어 병원에 격리되었다. 아내는 음성으로 판정받고 집에서 격리해오다, 격리 해제를 위해 5월 14일에 다시 검진을 받았는데, 양성 판정을 받아 제일 늦게 병원에 격리되었다.

장모님은 10일 만에, 나는 17일 만에, 장인어른은 고령이시라 22일 만에 그리고 아내는 11일 만에 각각 다행히도 모두 무사히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진통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시는 장모님이 제일 염려가 되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제일 먼저 퇴원을 하셨다.  

94세의 고령으로 코로나에 감염되신 장인어른은 중증 증상으로 넘어가는 폐렴까지 걸리셔서 담당 의사로부터 가족들에게 알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생사를 넘나드는 상태까지 가셨지만, 마침내 최고령 퇴원자라는 기록을 세우시고 집에 돌아오셨다.

코로나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우리 가족은 코로나로 인해 건강이 최우선 순위가 되었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번갈아 병원에 입원하는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지만, 병원에서 머문 덕분에 5월 한 달 생활비가 많이 절약되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역설이다. 

역설(逆說)이란 말은 철학에서 쓰이는 말로 “일반적으로 모순을 야기하지 아니하나 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으로,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표준 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다.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는 제프 딕슨이란 사람이 ‘우리 시대의 역설’이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린 시가 소개되어 있다. 이 시가 인터넷에 올라온 후 많은 사람이 한 줄씩 보태서 지금도 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중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다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중략)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졌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전염병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전에도 많은 사람이 희생된 전염병들이 있었고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세상은 한 단계 발전했다.

예를 들면,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으로 인해 약 2,5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봉건 영주들의 노동 자원이 부족하여 소작농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봉건 영주가 파산하게 되고 이는 봉건 사회가 서서히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병이 퍼지자 많은 사람이 종교에 귀의하면서 사제들의 기도에 의지하였지만, 이러한 기도 또한 전염병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절대적인 종교에 대한 복종보다는 이성(理性)으로 전환이 일어나며 르네상스의 기초를 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역설이 있다.

또한 1918년 스페인에서 발병한 스페인 독감으로 약 5,0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멈추게 된 원인 중의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또한 스페인 독감으로 미국의 노동력 감소가 공장의 설비 투자를 대폭 늘리게 했고, 이로 인해 생산성의 향상과 미국의 경제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하니, 전염병이 가져온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와 4차산업혁명이 만든 뉴노멀’이란 책을 보면, 최근 미국 CBN 뉴스 보도로는 성경책이 코로나 이후로 잘 팔린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종교적 관심이 폭증해서 기독교책 판매량이 20~30%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믿음’ ‘신’ ‘기도’ 같은 키워드 검색도 증가했다고 한다. 퓨리서치의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크리스천과 비 크리스천 모두를 포함해서 미국인의 55%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전혀 기도하지 않았던 이들의 15%와 비종교인 24%도 기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모두 고통, 죽음, 파멸, 폐해 등 부정적인 영향만 생각나는 코로나가 비종교인도 기도하게 만들며 신앙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순기능을 낳고 있다는 역설이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모임 금지로 대면할 기회가 줄어들고 물리적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마음도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가족이 모두 코로나에 걸려 입원을 하는 바람에 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자녀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행사하여 모두 금식까지 해가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더 끈끈하고 단합된 가족애를 갖게 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가족들이 더 가까워질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코로나가 가져다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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